2020년 서울50+(뉴딜)인턴십 참여자 인터뷰 ⑥

금천일자리발전소 | 문희명

 

전업주부로 아이 둘을 키웠다. 마흔이 됐다. 아이를 키우며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간을 보냈지만, 집을 벗어나 사회에 나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초조했다. 더 늦기 전에 뭔가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매주 월요일이면 신문 맨 뒷면에 전국 아파트 시세가 실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은 숫자들을 훑어봤다. 아파트 시세가 실린 신문 페이지를 스크랩해서 모아둘 정도로 중요한 일과였다. 자신이 부동산에 큰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민간 교육 기관에 나가 부동산 강의를 들었다. 더 공부하고 싶어 2005년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 과정을 거쳐 2010년 부동산 경매 참여자의 의사 결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0년간 대학과 대중 교육 기관에서 강단에 섰다. 부동산 경매 전문가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부동산 컨설팅 업무도 했다.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금천주거복지센터에서 50+인턴으로 근무하는 문희명 님(55)의 이력이다. 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주거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부동산에 대해서 어떤 선입견이 있죠. 그게 참 잘못된 거예요. 너무 돈, 투자 이런 쪽으로만 치우쳐 있죠. 사실 부동산은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 생활과 관련된 거잖아요. 재테크가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의 문제인 거죠. 저는 사람들이 주거 생활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고,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등기부등본은 어떻게 봐야 하고…. 이런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주거 문제를 풀어가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는 부동산 경매를 연구하면서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강제 매각이라는 막다른 길까지 몰리기까지, 합리적으로 자산 운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 파산한 자리 위에서 누군가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경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투기 심리가 지배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비극이 되풀이됐다.

 

돈이 아닌 주거의 문제로 부동산을 바라보면 문제가 또렷했다. 사람들은 수익을 좇을 줄은 알아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는 서툴렀다. 이미 다양한 주거 관련 지원 제도가 존재하지만, 어떤 제도가 있는지,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50+인턴십 참여로 주거 복지 현장을 경험하고, 시민들이 주거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도록 돕고 싶었다.

 

- 금천주거복지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처음에는 금천구 주민들의 주거의 질을 높이는 활동을 하는 곳으로 이해하고 왔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까, 일반 시민의 주거 복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취약 계층 지원에 힘을 쏟고 있더라고요.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니까요. 방충망이라든지, 곰팡이라든지, 반지하라든지…. 직원들이 그런 주거 환경 개선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한 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현장에 나가서 많은 일을 하고 있고요.

 

- 주거복지센터는 원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인가요.

네, 일반 시민도 이용하면 되는 거죠. 공공 임대나 공공 분양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어려운 분들을 연결해주면 그분들에게 나가는 식으로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죠. 일반인 누구라도 내가 살아야 하는 주택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금천구에서 주거 공간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여기에서 어떤 공급이 진행되는지, 임대 주택은 얼마나 있는지, 그런 정보를 줄 수 있는 시간이 할애되면 좋을 것 같아요. 센터에서도 그렇게 역할을 확장하고 싶어 하긴 하는데 여력이 안 되는 거죠.

 

주거복지센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하나씩 설립되어 있다. 주거 지원 제도, 공공 임대 주택, 집수리 등 시민의 주거 생활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과 사후 관리를 시행하는 기관이다. 금천주거복지센터는 (사)한국주거복지협회가 수탁해 운영하고 있다.

 

 

- 이곳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현장에 나가고 싶었는데. 인턴이다 보니 현장에 나가는 건 좀 문제가 있더라고요. (민원인들이) 지속해서 관리를 해드려야 하는 분들이어서요. 그래서 저는 금천구의 주거 복지 현황을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주거 복지 관련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집행되었고, 금천구에 얼마나 많은 사업체가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청 홈페이지와 같은 곳에 들어가서 파악하고, 자료를 정리합니다. 더 수준 높은 주거 복지 지원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서 제안서 작성도 했어요.

 

- 어떤 제안을 하셨나요.

예를 들면 금천구에 사업체가 많잖아요. 사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거 복지 지원제도 같은 것을 교육하는 거죠. 원하면 사업체를 찾아가서 교육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럼 사업체에서는 교육을 받은 대가로 강의료를 내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을 후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또, 내가 사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갑자기 거처를 옮겨야 할 때 보증 같은 걸 받기가 어렵잖아요. 누군가 주거와 관련해 불시에 어려움을 당하게 됐을 때 기금을 마련해서 징검다리 대출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려움을 딱 딛고 넘어갈 수 있도록요.

 

그는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출근해 일한다. 월요일에는 직원회의에 참석한다. 센터의 전반적인 활동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직원들은 서로 어떤 상담을 했고, 상담 내용을 어떻게 해결했고, 어떤 현장에 다녀왔는지 설명한다. 목요일에는 그도 종종 현장 방문에 동행한다. 영구 임대 주택으로 이사하는 취약 계층 주민을 위해 이삿짐을 나른 적도 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센터 직원들에게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내용을 강의하기도 했다.

 

-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되게 사소한 문제로 들어오는 민원이 많더라고요. 정말 여기 직원분들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저렇게 찾아가시라고 굉장히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주세요. 사명감 없이는 못 할 일인 것 같아요. 아무리 더워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마스크 끼고 다 나가시더라고요. 실장님이 서울시에 주거복지센터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계셨던 분이에요. 실장님부터 그렇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시니까 직원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요.

 

- 직원들 세대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제일 나이가 많고요. 이제 막 오십 대가 되신 분부터 93년생 직원까지, 이십대부터 오십 대까지 고르게 있어요.

 

- 다양한 세대가 같이 일하는 데 문제는 없던가요.

그런 불협화음이 하나도 없어요. 이십 대는 이십 대에 맞게 자기 역할을 하고요. 삼십 대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니까 또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요. 상담 내용에 따라, 직원 연령층에 따라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어요. 그리고 저도 처음에 보고 깜짝 놀랐는데, 여기는 각자의 업무 내용을 다 같이 공유해요. 누군가 전화 상담을 하면, 일부러 다른 직원도 들을 수 있게 통화를 해요. 그러면 다른 직원분이 듣고 있다가 “그건 공공 임대로 한 번 해봐” 식으로 조언을 해요. ‘내가 이런 업무를 하고 있다’ 서로 알게 하는 것 같아요. 회의할 때도 그때는 그런 일이었다, 그 건은 정보 제공으로 종결됐다, 언제 어디를 방문했다, 이렇게 다 공유하고요.

 

금천주거복지센터에서는 열 명이 채 안 되는 직원들이 근무한다. 각자 맡은 역할은 있지만, 팀워크를 동력 삼아 움직이는 조직이다. 강의와 같이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한 그다.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팀을 이뤄 일하고, 일과 관련된 사항은 경계 없이 공유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직원이 모두 여성인 조직이라 서로 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세세한 것까지 챙겼다. 그도 이질감 없이 새로운 환경에 녹아들 수 있었다.

 

인턴십에 참여해 50+세대가 원래 있었던 곳과 다른 곳의 분위기를 한 번 접해보는 건 긍정적인 경험이라고 봐요. 장기적으로 일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분도 어딘가에 잠시 몸담을 기회를 가지면 좋죠. 특히, 자신이 했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데, 전에 일했던 곳과 다른 환경을 가진 조직을 만나보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오십 정도 되면 생활이 어딘가에 익숙해져 있고 치우쳐 있잖아요.

 

 

그는 서울50+인턴십 금천일자리발전소 사업에 참여해 금천주거복지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금천일자리발전소는 지역 기반 인턴십으로, 대부분 금천구에 소재한 기업이 활동처로 참여했다. 금천50플러스센터가 사업을 주관한다.

 

그는 금천구와 인접한 양천구에 거주한다. 몇 년 전부터 서울시 다른 지역에 있는 50플러스캠퍼스와 센터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거주지 가까운 곳에도 50+세대 지원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인턴십 공고를 접했고, 금천구에도 50플러스센터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금천일자리발전소 사업의 목적 중 하나는 지역 주민이 지역에서 새로운 활동 기회를 찾도록 돕는 건데요. 인턴십 참여를 계기로 갖게 된 지역 활동 아이디어가 있나요.

양천구 주민을 대상으로 부동산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어요.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와 같은 분들을 대상으로요. 무슨 요일과 무슨 요일에 양천도서관 같은 곳에 가면 편하게 부동산 문제를 상담받을 수 있다, 그렇게 정례화해서 시간을 마련해놓으면 저도 가서 이야기해줄 수 있고요. 저희 지역구 국회의원이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주민 제안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인턴십이 끝나면 양천구에서 이런 활동을 제안해볼까 생각했어요.

 

- 부동산 관련 지식으로 사람들을 돕는 활동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얻어 최적의 상태에서 주거 공간을 확보하면 좋잖아요. ‘부동산으로 얼마를 벌었어, 얼마를 잃었어’ 이런 식의 이야기만 너무 많아요. 부동산이 그렇게만 인식되는 게 저는 되게 불편해요. 제가 지금 강의하면서 받는 시간당 얼마의 수입이 있잖아요. 거기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교통비나 식대 정도만 지원이 된다고 하면, 젊은 층이면 젊은 층에게 맞게, 어르신이면 어르신에게 맞게 부동산과 자산 관리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가진 자산을, 부동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물려줄지,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방향을 잡아갈 수 있게요.

 

부동산 이야기는 늘 조심스럽지만, 그는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자료 사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처럼 정년이 있거나, 당장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삶은 아니다. 그에겐 어떻게 경제 활동을 더 이어갈지보다는,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가 더 고민이다. 50+인턴십에 지원한 것도 강의 활동 중간 중간에 남는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쓰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2년 전쯤에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 찾아가 본 적이 있어요. 공간을 둘러보러요. ‘뭘 배우거나 제가 아는 것을 누구에게 공유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여건이 마련되어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온 적이 있어요. 제가 어디서든, 아무한테나 선뜻 부동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데, 그런 곳은 공적인 공간이니까 서로 믿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그는 ‘자리’를 찾고 싶어 했다. 돈이 많거나, 돈을 벌려는 사람이 아니어도 터놓고 부동산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다. 그는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 때문에 어디 가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듣는 이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그릇된 기대감을 품거나, ‘또 돈 얘기’라는 오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무작정 50플러스캠퍼스를 찾은 것도, 50+인턴십에 지원해 금천주거복지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린 것도 모두 마땅한 자리를 찾기 위한 여정의 일환이다. 그렇게 찾은 자리에서 사람들과 집과 주거의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막 여름날을 벗어난 주거 복지 현장 한가운데에서, 그는 계속 여정의 다음 목적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안식년 같은 게 있잖아요. 오십이 넘어서 휴식기를 가질 때,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는 시간을 일정 기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50플러스캠퍼스나 50플러스센터에 오전마다 계속 출근하듯 와서 부동산이나 자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문화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거죠. 때론 이야기하는 역할을 하고, 때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역할도 하고요.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기획·진행 l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

금천일자리발전소 사업 운영 l 금천50플러스센터 

사진 l 김태은 

 

* 서울50+(뉴딜)인턴십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참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모든 사업 참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입장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50+(뉴딜)인턴십 

50+세대가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앙코르커리어를 개척할 기회를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입니다. 서울50+인턴십(파트타임형)과 서울50+뉴딜인턴십(풀타임형)으로 나뉩니다. 2020년 8개 세부 사업별로 참여자를 모집해 300여 명의 50+인턴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에 새롭게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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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순서

① 시니어 톱 모델의 자영업 유람기 

② 초보 직업상담사의 영화 같은 실전 체험

③ 딩동댕 유치원 PD, 아이돌 세계에 뛰어들다

④ ‘그냥 재밌어서’의 힘 

⑤ 오래된 골목에서 그리는 스마트한 미래

⑥ 주거 복지 현장의 부동산 전문가(현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