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의 두 번째 인생을 향기로 채우다
‘향기를 창조하고 조합하는 조향(향수) 전문가’로 새로운 도전을 알리다
글·사진 고영숙
지난 4월 29일,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에서는 시니어의 숨겨진 잠재력을 찾아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조향(향수) 전문가 창업과정’ 5회차 강의가 진행됐다.
향기로 시작된 새로운 도전
조향사는 자연의 향과 합성 원료를 활용해 새로운 향을 창조하고 조합하는 전문가이다. 향수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캔들, 디퓨저, 식품 등 일상 속 다양한 제품에 향을 입히며, 후각으로 사람들의 삶에 깊이 스며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향 제품을 맞춤형으로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조향사 활동 분야가 더욱 넓어졌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공방 운영,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제품 판매, 나아가 강사 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기에 ‘조향’은 시니어에게 매력적인 기회의 장으로 다가온다.
대한조향연구협회와 협력하여 6주간 진행되는 교육 과정은 향수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향을 개발하는 방법부터 공방 창업 및 제품 판매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창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과 실무 능력을 함께 습득하도록 구성됐다.
Ⓒ 홍보서포터즈 고영숙
‘창업’과정 답게 교육은 단순한 향수 만들기를 넘어 실제 제품 판매를 위한 실무로 이어졌다. 사업자 등록, 전자상거래 신고 방법, 각종 인증 절차까지. 복잡한 과정에 오늘 수업에 참관한 필자는 살짝 머리가 아찔했지만, 훈련생들은 익숙한 듯 수업에 집중하며 창업에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꼼꼼히 확인했다.
예를 들어 디퓨저 하나를 판매하려 해도, 시험검사기관을 통해 품목에 따른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후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화학제품 관리시스템인 챔프(CHEMP)에 제품을 신고한 후 신고번호를 발급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을 마쳐야 비로소 ‘나만의 향’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다.
‘내가 만든’ 향을 판매한다는 게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현장의 열기: ‘바다의 향’을 조향하다 (실습)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진 뒤, 향을 만드는 수업이 진행됐다. 훈련생은 키트 속 다양한 원료 중 원하는 향을 선택하여 비율을 맞추는 작업에 몰입했다. 감각과 후각으로 시향지 테스트를 거쳐 1차, 2차 조향한 후, 강사의 피드백을 받고 점차 자신만의 향을 완성해 나갔다. 이 과정은 진지하면서도 창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훈련생은 “신비로운, 다시 보고 싶은, 달콤한 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향을 탄생시켰다. 강사와 다른 훈련생들은 “처음 맡아보는 매력적인 향”이라며 큰 호평을 보냈다.

새로운 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인생의 향기를 담아내는 듯했다. 완성된 향수는 예쁜 향수병에 담겨 각자의 손에 들렸다.
시니어가 삶의 경험에서 얻는 감각과 조향사의 길은 매우 잘 어울린다. 이번 창업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고, 조향 전문가로 한발 한발 나아간다면 향기를 매개로 한 창업의 꿈도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정년이 없고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이 길은 아름다운 노후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