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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만큼 나누는 지혜

도보배달원으로 긱 워커의 길을 열다

 

·사진 윤종환

 

디지털 시대, ‘걷는일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능성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의 정의가 달라졌다. 고용 안정만을 쫓는 시대가 아니라 유연한 노동을 선택하는 긱 워커(Gig Worker)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긱 워커란? 일시적 일이란 의미의 긱(Gig)과 노동자(Worker)를 합친 용어로, 단기 근로자를 뜻한다. 전통적인 9 to 6 풀타임 직장인과 달리 임시적인 업무에 참여해 소득을 얻는 형태다.

 

배달, 콘텐츠 제작, 가사 돌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일하는 긱 워커방식이 확대됐다. 시니어 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시니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긱 워커 모델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시니어 도보배달원이다.

 

지난 430일 오후 10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 2층 모두의 강당에서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시니어 도보배달원(리더/일반) 양성과정 사전 설명회가 열렸다.

 

60세 이상 서울 시니어 약 1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우며 도보배달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설명회에는 사업의 취지와 활동 방식, 수입 구조, 참여 조건 등 실질적인 정보가 상세히 공유되었다. 시니어의 눈빛에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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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서포터즈 윤종환

 

 

초보에서 멘토로, 시니어의 역할 확장

 

시니어 도보배달원(리더)’ 양성과정은 기존에 도보배달 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온 시니어 중 현장 적응력이 높고 의지가 강한 이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화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은 배달 역량을 향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후배 시니어 참여자들의 현장 적응을 도울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 내용은 효율적인 동선 계획 고객 응대 및 의사소통 방법 앱 사용 및 디지털 기기 활용법 위급 상황 대응법 등 실질적인 배달 수행 능력을 높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동행 멘토링 및 심리적 지지 커뮤니케이션 방법까지 포함된다. 이는 시니어에게 단순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자존감 회복과 신체 건강 증진, 탄소 감축 등 중요한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실현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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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서포터즈 윤종환

 

 

도보 배달도 으로시니어 공동체의 새로운 모습

 

이 프로그램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도보 배달이라는 소규모 개별 노동 구조를 넘어 배달 현장에서의 관계협력을 중심으로 공동체 모델 개념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리더 교육 수료자는 실제 배달 현장에서 초보 시니어 도보배달원과 동행하거나, 배달 후 피드백을 제공하는 멘토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처음 활동을 시작하는 시니어 도보배달원이 느낄 수 있는 낯설고 불안한 감정을 줄이고, 빠르게 현장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멘토-멘티 간 관계는 단기적으로는 배달 업무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시니어 간 상호 신뢰 기반의 커뮤니티를 강화한다. 이는 점차 해체되는 노년층의 사회적 연결망을 복원하고, 일자리를 매개로 한 공동체 모델을 재구성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교육과정에 참여한 김ㅇㅇ(67) 씨는 처음에는 그저 운동 삼아 배달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새로 들어온 분들과 함께 걷고, 질문에 답하며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낄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어 단지 물건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경험까지 함께 전하는 느낌이라며 이 일이 나에게도, 동료들에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시니어는 지역 사회에서 경험의 중개자이자 안전한 일자리 안내자로 기능한다. 그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닌, 능동적 기여자로 일하는 노년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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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서포터즈 윤종환

 

 

걷는 만큼 건강, 나누는 만큼 보람일자리 그 이상의 가치

 

시니어 도보배달원(리더)’은 수당을 받는 일자리 그 이상이다. 걷는 만큼 건강을 챙긴다. 나누는 만큼 지역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 삶의 지혜를 전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 연결점으로 기능한다. 특히 고립과 무기력, 사회적 단절이라는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 후기

 

걷는 일이지만, 그 걸음 속에는 인생의 경험이 녹아 있고, 공동체의 온기가 흐른다.
서울의 거리마다 시니어 멘토들의 따뜻한 동행이 더해질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더 건강하고 서로가 연결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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