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포기남도 이혼 청구할 수 있나?

 

 

사례 A는 B와 1968년 초부터 동거하다가 1971년 12월 15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 둘 사이에 자녀 C를 두었다. A는 B와 서울에서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81년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곳으로 이주하여 B 및 C와 함께 생활하다가 1987년경 스리랑카로 이주하여 건설업체 생산업체 등을 운영하였다. A는 1995년 3월경 여자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후 집을 나가 연락을 끊고 스리랑카에서 알고 지내던 노르웨이 여성과 스웨덴에서 동거를 시작하였다. B는 A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1995년 6월경 A가 운영하던 사업체들을 정리한 후 귀국하였다. 그 후 A 는 귀국하였으나 B의 연락을 피하였고, 2006년경 노르웨이 여성 이 사망할 때까지 스리랑카에서 동거하며 생활하였다. A와 B는 A가 최초 가출한 이후 자녀 C의 결혼식장 등에서 잠깐 만났을 뿐 거의 왕래를 하지 않고 16년 넘게 서로 떨어져 별개로 생활을 영위해왔다. A는 자녀 C가 결혼할 때 상당한 돈을 지원하였다. B는 귀국한 이후 시댁 식구들과 연락하거나 시댁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투병 중인 시아버지를 문병하거나 시아버지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적도 없었으며, 자녀 C도 거의 왕래가 없었다. B는 A와 혼인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혼인생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한 상태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였다. A의 이혼 청구는 인용될까?

 

위의 사례에서는 장기간의 별거 및 혼인 파탄에 관하여는 다른 여자와 장기간 동거한 A에게 주된 책임이 있으나 자녀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위의 사례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B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A가 가출하여 다른 여자와 동거하였지만, B가 시댁과 따로 생활하면서 B는 물론 자녀 C의 시댁과의 유대관계도 사실상 단절되었다. 또한 B가 그 유대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거나 A로 하여금 가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갈등 원인을 제거하고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이 혼인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는 과정에서 피고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에 대한 인용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할 때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양태·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 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 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 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A의 이혼 청구는 인용된다.

 

참고 판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대법원 2015.10.29. 선고 2012므721 판결

 

 

양승동(梁勝童) 연세대 법대, 대학원졸. 사법연수원 3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현재 법무법인 지암 변호사, 양천사랑복지재단 고문변호사 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