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돈(증여) 이야기 좀 하지 맙시다'…국내 1호 상속에이전트가 전하는 화목한 명절나기 

서건석 헤리티지코리아 대표는 준비하는 상속을 위한 책인 <가장 좋은 선물>을 출간했다 

사진 = 서건석

 

‘돈 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있다. 돈이 최고는 아니지만 돈 앞에 약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족 간에는 예외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런 일은 드라마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금고에 돈을 쌓아놓고 산다는 재벌도 돈 앞에서는 형제자매도 없지 않은가. 부모님이 단돈 얼마라도 물려줄 재산이 있어, 물려받을 시기와 규모가 궁금해도 이번 설만큼 묻지 말고 꾹 참자. 돈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하기엔 3~4일밖에 안 되는 명절 연휴가 너무 짧다는 게 서건석 헤리티지코리아 대표의 설명이다. 오히려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가족간 의(義)만 상할 수 있다. 상속에이전트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서건석 대표는 그간 상담을 해본 결과, 물려줄 돈이 있는 부모는 미리 다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 증여 계획을 세우고 손주에게 세뱃돈 대신 주식을 선물하는 시대를 맞아 ‘설날특집 상속·증여에 대한 이야기’를 서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다. 대표님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상속·증여 관련 컨설턴트 서건석이다. 돈 관련 일은 다 하고 있어 늘 ‘돈돈’하고 산다고 주위에서 그런다(웃음). 대한민국 국민들이 ‘돈력’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고 현재 19년째다. 법인을 설립해 상속에이전트를 시작한 지는 10년이 좀 안됐다.”

 

 

 

- 최근 손주를 위한 주식 등 소액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하다. 실제로 그런가.

 

“주식 증여에 대한 문의는 꾸준히 있었는데, 최근 들어 더 늘었다. 특히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식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주식을 증여할 때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 자녀 혹은 손주가 여럿일 때 어떤 방식으로 줘야 하는 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

 

 

 

- 말씀하신대로 주식을 증여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녀 상속의 경우 미성년자는 2,000만원, 성인은 5,000만원까지 무상증여가 가능하다. 손주에게 줄 때는 조건은 똑같은데, 증여세액이 30% 더 붙는다. 단순히 세율을 들었을 때는 세금을 더 내는 거 같지만, 증여 이후 주식 투자로 인한 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좋을 듯하다. 또한, 할아버지 재산을 분배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 증여·상속하면 절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와 관련해 고려할 게 있다면.

 

“저는 상담할 때 절세도 좋지만 정직하게 세금을 내라고 한다. 자칫 절세하려다 탈세가 되기도 한다. 증여나 상속의 경우 국세청의 추적 조사가 10~1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은 절세를 한 듯 보여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큰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세금을 배제하고 고려할 부분이 있다면 증여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하라고 조언한다. 손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세뱃돈 대신 주식을 줄게’가 아니라 그 주식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보는 게 좋은지, 이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등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갖고 그에 따른 이해가 동반됐을 때 주는 게 좋다.”

 

 

 

- 가정 내에서 꾸준히 이런 대화가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경제 공부를 하게 될 것 같다.

 

“맞다. 외국 가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다. 손주가 청소년이라면 증권 통장을 2개 개설해 하나는 아이에게 증여하고 싶은 주식을 물려주고, 하나는 아이가 직접 주식 거래를 해 볼 수 있도록 현금 증여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물론 모두 면세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 직접 기업을 선택해 투자하고 그 기업이 성장하거나 혹은 사라지는 경험을 통해 제대로 된 경제 관념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증여·상속하면 절세만 생각했는데, 대표님은 세금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증여·상속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저는 세금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가족의 화합이다. 아시다시피 재산을 나누는 데 있어 형제자매 간 다툼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다툼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롭게 증여가 이뤄지도록 돕는 게 제가 하는 일이다. 증여는 영어로 ‘선물(Gift)’이다. 이 선물이 의미 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1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한다고 할 때, 증여세는 400만원 정도 나온다. 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받는 사람이 이 돈을 앞으로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1억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명절에 돈(증여) 이야기 좀 하지 맙시다'…국내 1호 상속에이전트가 전하는 화목한 명절나기
손주가 청소년이라면 주식 계좌 2개를 개설해 하나에는 주식 증여를, 

하나에는 현금 증여를 해 직접 주식 거래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 이미지 = 최정문

 

- 상속과 증여는 어떻게 다른가.

 

“상속과 증여의 결정적인 차이는 시기에 있다. 상속은 한 사람이 사망하면 그 사람이 소유한 재산이 권리와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상속과 증여는 세율이 같으므로 상속을 할지, 증여할지는 선택하면 된다. 예를 들어 주식의 경우 장기투자로 인해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면 증여하는 게 좋다. 증여한 이후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서는 추가 세금이 붙지 않아서다. 다만 증여를 받으면 5년 간은 보관을 해야 세금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매년 세뱃돈 개념으로 일정 금액을 주식계좌에 넣어준다면, 그 때마다 신고를 해야 하나.

 

“신고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으로 홈택스에 접속해 계좌에 송금한 내역 등을 증빙 해 신고하면 된다. 만 19세까지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면세이므로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상속이나 증여에도 트렌드가 있나.

 

“최근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마인드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주식보다는 부동산 증여나 상속이 많다. 올 6월 양도세와 보유세가 인상되는데, 다주택자들은 증여세보다 보유세가 더 높아 이참에 증여할 계획을 세우더라. 얼마 전 기사를 봤는데 지난해 서울 강남, 서초, 송파에서만 아파트 증여 건수가 123% 증가했다고 하더라.”

 

 

 

- 주식 증여의 경우 현금 증여와 현물 증여가 있는데, 세금 차이가 있나.

 

“현금은 금액 표시가 되므로 정해진 세금을 내면 된다. 현물의 경우 주식을 증여하는 시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따라서 현물로 증여를 할 때는 해당 주식 가격이 하락했을 때가 유리하다.”

 

 

 

- 명절에 가족 간에 재산 상속 문제로 다투는 사례가 왕왕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해마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지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선 코로나19가 감사하기까지 하다. 부모가 재산이 있으면서 연로한 경우, 사위나 며느리 등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자녀 간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기더라.”

 

 

 

- 그럼 화목한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명절에만은 재산에 대한 언급을 안하는 게 좋다. 연휴가 길다고는 하지만,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짧다. 부모에게 재산이 있다면, 자녀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부모님들이 먼저 알아보고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영화 <기생충>의 유명한 대사처럼 “부모님들은 다 계획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 과거에는 재산 상속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이, 장자상속 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자녀는 똑같이 1:1이다. 과거 장자상속이 있었던 이유는 장남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는 것에 대한 우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장남이라고 해서 부모를 더 모시고 챙기지는 않아 평등해졌다. 이에 따라 ‘효도계약서’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 ‘효도계약서’들어봤다. 재산을 미리 상속하는 대신 자녀들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조건부증여아닌가.

 

“맞다. 과거 언론에서 효도계약서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땐, 저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게 맞더라. 효도계약서를 써야 부모를 모시는 현실이 슬프지만, 경제력이 있고 건강할 땐 괜찮지만 ‘긴 병에 효자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아플 때는 ‘효도계약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과거에 비해 효도계약서를 쓰는 분들이 늘었나.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눈에 띄게 늘고 있진 않지만, 이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긴 했다. 금전적 도움이 필요한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제가 먼저 권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성했다고 연락 오는 분도 있었다.”

 

 

 

- 상담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증여라고 생각했던 사례가 있다면.

 

“많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증여자와 증여받는 사람이 같이 왔을 때가 가장 좋았다. 일반적으로 증여자만 상담을 하는데, 그 분은 증여에 대한 저의 이야기를 듣고 자녀에게 직접 말해달라며 자녀분을 데려오더라. 제가 생각하는 증여에 대한 의미가 더 잘 전달된 거 같아 기억에 남는다.”

 

 

 

-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가장 피해야 하는 증여 혹은 상속 관련 사례가 있다면.

 

“자녀가 증여받을 나이가 돼서 증여를 했는데, 재산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안좋아 지더라. 재산 이전에 대한 대화 등 서로 준비가 덜 됐을 때 그런 일이 생기더라.”

 

 

 

- 실제로 증여로 인해 형제자매간의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나.

 

“그런 경우도 많이 있다. 이 경우는 대부분 부모가 잘못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첫째 자녀가 집 살 때 1억원을 주고, 둘째 자녀에게는 비밀로 한거다. 둘째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돼 오해가 생기더라.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자신이 배제됐다는 생각에 상처가 되는 것 같더라. 나중에 이 문제를 푼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죽고 난 뒤에는 형제 관계가 회복이 안되고 남은 재산에 대해 소송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다툼 없는 재산 상속을 위한 팁이 있다면

 

“무조건 공개다. 그리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떡 하나를 줄 때도 그 사람의 마음이 간다고 하는데, 재산은 더더욱 그렇다. 돈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서로 간의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 대표님이 생각하는 상속·증여란 무엇인가.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다. 저는 ‘호사유피 인사유화(虎死留皮 人死留和)’라고 말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사람은 죽어서 화목을 남겨야 한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