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투자는 어딘지 금단의 열매 같은 느낌을 준다. 먹어서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유혹적이어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은행 이자는 1%를 한참 밑돌고, 주식은 하루아침에 몇십%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안정적’으로 5~6%를 주는 상품이라는 유혹은 얼마나 강렬한가. 파생상품은 백설 공주의 독 사과인가 아니면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을 댓가로 자유의지를 획득하게 한 에덴의 사과인가?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파생상품 투자는 50+ 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예 거들떠보지도 말라. 전체가 독 사과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독이 묻어 있고, 우리의 노안으로는 오염된 부분을 가려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아래에서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안정적’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폭탄을 구별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파생상품을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는 첫째, 그 위험성을 아무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건 노력이나 총명함의 차원이 아니라 속성상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자기가 파는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다.

 

기본 상품인 주식을 보자. 주식의 위험은 과거 수익률의 변동성이다, 이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예컨대 과거 1년간 주식의 변동성이 20%라 하자. 그 말은 주식에 투자하면 1년 후 수익률이 –20%에서 + 20% 안에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뜻이다. 물론 틀릴 수 있다. 1년 후 수익률이 –30%일 수도, + 30%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좋을지 나쁠지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리고 이해가 쉽다. 해당 종목의 가격이 오르면 좋고, 빠지면 나쁘다.

 

ELN(주가지수연계파생상품)은 대표적 파생상품이다. 이것도 과거의 변동성을 가지고 상품 가격을 책정한다. 문제는 위의 예처럼 실제 변동성이 달라지는 경우이다. 좋은 쪽으로 달라지면 변하는 것은 없다. 애초에 약정한 5%를 준다. 나쁜 쪽으로 달라지면? 애초에 주기로 한 원금의 50% 혹은 전체가 다 날아가기도 한다. 위의 예와는 달리 수익과 손실이 비대칭적이다. 불공평하지 않으냐고? 그렇지는 않다. 그 불공평이 바로 시장 금리가 1%인데 5%를 주는 원천이니 공평하다. 다만 이해가 어려울 뿐이다.

 

둘째, 중간에서 너무 많이 떼어먹는다. 파생상품이 투자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설계하고(1), 판매하고(2), 운용(3)하는 이해 관계자가 있다. 이 세 군데가 모두 수수료를 떼어간다. 문제는 원래 합당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니 수수료를 넉넉히 떼어가도 어디에 하소연할 데가 없다.

 

셋째, 상품의 위험성에 관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주식은 모든 국민이 전문가이다. 따로 설명할 것이 없다. 채권은 이자율과 채권 가격은 반대라는 점만 이해하면 끝이다. 파생상품은 옵션과 스왑이라는 기본을 이해하기도 버겁고, 그 기본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개별 상품은 각각 다 독특해서 일반인의 이해 범위를 뛰어넘는다. 실제로는 판매하는 사람도 이해 못 하고 해당 상품을 팔고 있다. 그래서 다음의 파생상품 판별 기준이 필요하다.

 

 

파생상품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안정적이니, 무위험이니, 원금보장이니 하는 말로 현혹한다. 파생상품인지를 판별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은 수익률이다. 모든 수익률은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댓가이다. 어떤 상품이든, 언급되는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보다 2배 이상이면 파생상품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가령 1년 투자상품인데 수익률 3%를 말한다면 겉으로 어떻게 포장을 하였든 파생상품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아니면 어디서 그 수익률이 나오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파생상품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말라. 그렇다고 파생상품 자체가 항상 손해를 끼친다는 것은 아니다. 파생상품은 비유컨대 잘 드는 칼과 같다. 살인자의 손에서는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고, 요리사의 손에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누구도 칼 자체를 살인마라 욕하지 않으며, 칼 자체를 떠받들지도 않는다. 칼 자체는 가치 중립이다. 하지만 분별 있는 부모라면 날카로운 칼을 사랑하는 아이들 주변에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마음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노니, 파생상품을 가까이하지 말라. 즉, 높은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라. 통상은 고위험 상품은 투자 비중을 낮추라고 하지 아예 투자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다르다. 한 번 그 맛을 보면 빠져나오기가 불가능하다. 원금을 다 날리기 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