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용센터 등에서 퇴직 베이비부머들을 상대로 강의할 때 수강자들에게 인생2막의 비전이나 꿈을 묻곤 한다. 매번 한 명이라도 답변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는 질문이지만, 예외 없이 대답은 없고 웬 생뚱맞게 나이든 우리들에게 꿈을 묻느냐는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비전은 흔히 등대나 북극성과 같이 앞길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막연할 때 뱃길을 인도하는 등대나 북극성에 비유되곤 한다. 베이비 부머 퇴직자들은 밤길을 항해하는 항해사 보다 더 어둡고 막막한 상황에서 인생 2막을 헤쳐 나가야 할 것 같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나마 어렵게 인생2막을 꾸려가고 있는 베이비 부머들에게 설상가상으로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필자 주위에는 강사나 컨설턴트로서 직접 수강자나 중소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상담활동을 하는 지인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모든 대면 강의와 컨설팅 활동이 중단되면서 그들의 수입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들 활동에 의지하여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처지가 매우 딱하지만 별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들 중 극히 일부는 그나마 책을 쓰고 화상 강의 등으로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소위 N잡러로 인생 2막을 살기로 비전을 정하고 다양한 일거리를 개발하고 준비해 왔던 사람들이다.

 

 

필자 또한 N잡러 전도사처럼 강의할 때나 주변의 지인들을 만날 때 마다 세상이 급변하고 이전에 했던 직무 중 많은 것들이 조만간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필요하면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열변을 토하곤 한다. 필자는 강의와 컨설팅 활동이 축소되면서 지금 쓰는 칼럼 뿐 아니라 직업 관련 모 공공 기관에서 발간 예정인 책자의 공동 저술자로도 참여하는 등 글쓰기로 이번 코로나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이런 활동은 물론 경제적인 수입은 크지 않지만 이번 처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쉬지 않고 내가 가진 탤런트로 사회에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필자는 인생 2막을 위한 비전으로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을 활용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능력까지 찾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N잡러로서 평생현역으로 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가 활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위해 이곳 저곳으로 뛰어 다니면서 새롭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전문가의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하고 있다. 그런데 주위의 많은 베이비 부머들은 서두에 제시한 바와 같이 인생2막을 헤쳐나갈 때 필요한 나침반인 자신의 인생 비전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에 필자의 경험에 비춰 비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실 지금까지 베이비 부머들이 지내온 인생 1막은 사회적 제도적으로 살아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었다. 예전의 국민학교, 중등학교, 때론 대학교를 거쳐 남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갔다. 그 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20년 내지 30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하는 등 인생의 전반적인 로드맵이 정해져 있었다. 설령 개인적인 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전이 우선시 되고 가족 부양 등 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비전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 인생1막에서의 현실이었다. 또한 이전 선배 세대는 퇴직을 지금보다 늦게 했고 평균 수명도 짧았기 때문에 퇴직이 바로 은퇴가 되어 문자 그대로 5년 내지 10년의 여명을 보냈다. 때문에 별도의 인생2막을 위한 비전 설정이 큰 의미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퇴직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떤가? 이전 세대 보다 더 빨리 퇴직하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었지만 이들의 인생2막에는 사회적인 로드맵이나 참고할 선배세대의 사례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운동으로 치면 후반전에 참가 하고 잘못되면 연장전까지 뛰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작전계획도 없이 막연하게 후반전에 나갈 수 있겠는가? 인생2막이라는 길고 험한 삶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으려면 작전 계획이자 각자의 나침반이 될 비전 설정은 필수 과제라 하겠다.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당신이 만일 당신의 비전을 갖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당신 대신에 당신의 인생에 대해 계획하고 당신에게 지시할 것이다라는 끔찍한 말이 생각난다. 심지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원치 않은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라는 요기 베라의 경구도 있다.

 

 

흔히 비전 설정시 자신의 가치관, 인생에서의 사명을 함께 고려한다. 여기서 가치관은 자신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양식의 기초가 되는 원칙이나 표준이 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정직, 인내, 자족감, 믿음 등이다. 사명은 자신의 존재 의의로 삶에서의 방향을 제공하는 것으로 개인들의 경우에는 미래 모습을 그리는 비전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전을 글로 쓸 때는 기대하는 미래 모습을 그려야 하는 것으로 불확실한 모습을 예상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뤄진 모습으로 긍정적이고 가슴이 설렐 정도로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현재형으로 표현한다. 비전문의 예를 들면 나는 인생2막을 평안하게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평안한 삶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직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우리나라 최고의 커리어 컨설턴트로 인정받고 있다. 나는 순박한 삶을 살고 있으며 나와 가족 및 친구들과도 예전보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라고 정리하면 된다. 특별히 정해진 형식이나 답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각자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고려하여 자신의 말로 정리하면 될 것이다. 가능하면 그 비전을 글로 써서 항상 눈에 띄는 곳에 붙여 두거나 핸드폰 첫 화면에 띄워 놓으면 좋을 것이다.

 

비전문을 만들 때 참고할 기본 틀로는 예를 들어 자신이 가진 역량을 활용하여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 나아가 인류에 어떤 가치를 제공한다.’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비전문을 준비할 때 흔히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예를 들면, 성실성, 절대자 에 대한 믿음, 건강, 명예, 좋은 주택, 많은 소유, 재미, 배움, 자기 개발, 봉사, 즐거운 가정 등)

- 내가 즐겨 하고 좋아 하는 것은 무엇인가?

- 복권에 100억 원이 당첨된다면 하고 싶은 것?

-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 내가 잘 하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것?

- 10년 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이들 질문과 함께 생애설계시 고려하는 인생의 주요 영역인 정신적 영역, 재산, 건강, , 관계, 여가 등에 대해 현재 상태를 진단해 보고 미래에 바라는 모습을 그려 보면 보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비전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설정과 생애설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나 노사발전재단의 중장년일자리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