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로서 남은 인생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다면,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이 칼럼의 주제였다. 일과 관계를 핵심주제로 일을 통한 보람에 대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한 깊은 경험에 대해 말했다.

우리 시대 시니어들은 이전 시니어 세대와 다르다. 우선 살아갈 인생의 기간이 길고, 과거의 경험을 그저 기억하고 소비하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한 삶에 열정이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미지수이다. 중년세대까지는 삶의 경로가 비교적 명료했다. 배우고,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리는 삶의 경로 말이다.

 

그렇지만 미지수는 다른 면에서 가능성이 넓은 영역이다. 결코 적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진실한 인생에 대해 숙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보다 넓고 깊은 교류가 가능하다. 이 점에서 시니어 인생은 어떠한 삶의 경험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에 대한 숙고와 성찰을 다음 질문을 통해 해 보기를 조언하고 싶다.    

 

'나는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두 가지 사실과 세 가지 의미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가족이나 친구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또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재미있고 유쾌한 친구야......" "꽤 능력 있고 믿을만한 사람이야....." "함께 있으면 따뜻한 사람이야....."

아마도 당신에게는 사람들이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당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원하는 당신의 모습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무엇에 관한 것일까?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세 가지 의미를 묻고 있다.

 

 첫째, 이 질문은 모든 인간은 세상을 떠난다는 삶의 진실을 말해준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서 살다가 결국은 떠나는 유한한 존재이다. 삶은 한 번뿐이다. 이 질문은 모든 인간의 인생은 그래서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번째로 담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또한 한계를 넘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이 서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부모를 기억하고, 친구를 기억한다. 스승을 기억한다. 혹은 자신과 동시대를 살지도 않았던 오래된 사람을 기억하기도 한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사람을 통해 기억될 때 생명을 얻는다. 어떤 사람은 예술가들이 그렇게 창작에 자신을 불태우는 이유가 영원한 기억을 얻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진실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이 묻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이 질문은 궁극적 가치를 묻고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이다. 내가 보내는 시간이 헛되지 않고, 내가 땀 흘리는 일에 보람이 있으며, 내가 고민하고 추구하는 그 무엇을 말한다. 인간에게는 삶을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 마하트마 간디에게는 겸손, 배려, 평화가 생각난다. 존 레넌에게는 자유, 열정, 창작이 생각난다.

 

 두 번째 의미는,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이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다. 정체성이란 어떤 존재에게서 그것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어떤 것을 뜻한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것은 여러 가지이다. 회사의 임원, 팀장, 팀원……. 가족의 일원, 태어나고 자란 고향……. 혹은 사회단체에 속한 회원……. 그런데 이것들은 당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다. 정체성은 당신이 믿는 당신의 개성이자 당신이 다른 누구도 아진 '바로 당신 자신'임을 느끼도록 하는 요소다. 나는 관대하며 따뜻한 사람이다. 나는 열정과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이다…….

 

 세 번째 의미는 당신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유산을 묻는 것이다. 유산이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인간은 서로가 영향을 미치고, 서로에게 배우면서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영향은 가족이다. 모든 사람은 부모를 통해 탄생한다. 우리 모두는 부모님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태어났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만나고 접촉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부모, 형제, 자매, 자녀, 친구, 스승, 후배, 동료, 고객……. 영향에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있다. 그것은 당신의 선택, 당신이 살아가는 삶이 결정한다. 당신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고, 또한 남기고 싶은가? 가족에게 많은 재산을 남기는 것, 유용한 지식과 학문의 진보를 남기는 것, 보다 좋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남기는 것, 혹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소망을 남기는 것…….

 

"나는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궁극적 가치, 정체성, 유산을 묻는다.  이 질문은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 자신을 새롭게 하도록 촉구한다. 당신 자신을 다른 누가 아니라 '당신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묻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받고 나서

필자는 이 질문을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박사의 저술을 통해서 알았다. 아마 20여 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30대 중반을 갓 넘긴 필자는 이 질문을 읽고 먼저 '놀라움을 느꼈다. 인생 전체를 갑자기 바라보는 것 같은 기시감 때문이다. 태어나서 자라고,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그렇게 주어진 삶의 단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면서 살았던 필자에게 '인생 전체를 바라보라'는 명령처럼 들렸다. 그리고는 마음 깊은 곳에서 ‘후회'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이 질문을 20대에 알았더라면… 좀 더 충실하고 진지하게 삶을 생각했을 텐데.' 아울러 돌이켜서 후회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향해 살았는가? 사회가 제공하는 틀과 경로를 따라 나름대로는 충실하게 살아왔지만,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했던 희망은 어떤 것이었나, 그 희망은 지금도 나에게 진정한 희망인가? 를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부분, 많은 시간, 필자가 한 선택 중에는 내 것도 있었지만 주어진 것도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기간 직장인으로 일했지만, 현재 인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가르치고 글을 쓰는 삶'을 좀 더 일찍 선택했을 것 같다. 또한 가족 안에서 필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좀 더 배려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으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사회 참여를 좀 더 일찍 준비했을 것이다.  삶의 목표와 경로에 대해서 보다 진정한, 나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진실로 충만하고 탁월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

대답을 바꾼 슘페터.

현재도 탁월한 경제학자로 인정받는 슘페터도 이 질문에 대답했다.

 

피터 드러커 (출처 : 구글)

 

다음은 드러커의 저서에 나온 이야기이다.

“나는 유럽에서 최고의 기수이자, 가장 훌륭한 애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25살의 슘페터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슘페터는 이 질문을 다시 받다. 드러커의 아버지와 청년 드러커는 중병이 들어 입원한 60대의 슘페터를 문병한다. 그때 드러커의 아버지인 아돌프 드러커가 슘페터에게 질문한다. “자네 그 질문을 아직도 기억하나? 젊은 시절에 우리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얘기했지 않나. 나는 아직도 자네가 한 대답을 기억하고 있는데 말일세." 죽음을 앞둔 60대의 슘페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뛰어난 경제학자를 몇 사람 배출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네.”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뛰어난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청년시절에는 이 질문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청년시절은 심장이 약동하고, 친구가 즐겁고, 세상일이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이제 죽음을 앞둔 슘페터는 자신은 '뛰어난 경제학자를 배출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드러커는 어린 시절에 이 질문을 들었다. 드러커가 초등학교 시절 종교를 가르치던 신부님이 13살의 학생들에게 전해준 것이었다.

“너희들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니?” 물론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빙그레 웃고 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대답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단다. 그렇지만 너희들이 50살이 될 때까지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인생을 낭비한 것이란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전해 준 드러커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드러커는 말년에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사님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셨나요?

나는 '다른 사람의 목표 달성을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네.”

 

조언

여러분도 이 질문을 해보기를 조언한다.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질문은 당신이 드러내는 당신의 메시지를 찾는 작업이다. 그것을 찾으라. 두 가지 방법을 조언한다.

 

1.피터 드러커의 조언이다

당신은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첫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지 질문해야 한다. 둘째, 사람은 늙어 가면서 그 대답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것은 사람이 성숙해가면서 그리고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바뀌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하나는 인간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 사실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2. 당신의 묘비명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의 묘비명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라. 당신은 어떤 묘비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생의 마지막에 당신이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일생을 통해 당신이 누구인가를, 그리고 당신이 추구했던 가치를 드러낼 것이다.

몇몇 위대한 인물은 이렇게 묘비명을 지었다.

 

아서 코난 도일 1859~1930

"강철같이 진실하고 칼날같이 곧았다. 아서 코난 도일, 기사, 애국자, 의사이자 문인"

 

버지니아 울프 1882~1941

"너에 맞서 자신을 던지리라,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오 죽음이여!"

 

앤드류 카네기 1835~1919

"여기에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알았던 사람이 누워 있다”

 

김수환 추기경 1922~2009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마르틴 루터 킹 1929~1968

"드디어 자유가, 드디어 자유가! 전능하신 주님 감사한다, 우리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1706~1790

"출판업자 벤 프랭클린의 시신이 여기 벌레의 먹이로 누워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늘 새롭고 더 우아한 판으로 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 1745~1827

"모든 일을 남을 위해 했을 뿐, 그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토마스 에디슨 1847~1931

"상상력, 큰 희망, 굳은 의지는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나는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 당신 자신을 새롭게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