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인 요즘은 홀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난날을 돌이켜 보기도 한다. 사색하는 시간이 주어짐으로 글쓰기에 좋은 조건이다. 글이라 어떤 특정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누구나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일기를 썼으며 편지를 쓴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렇게 쓰면 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즉 나와 관련된 것을 이야기하듯이 옮기면 된다. 가슴이라는 서랍 안에는 하고픈 이야깃거리로 가득 차 있다. 글의 소재가 쌓여있다. 어딘가 누군가에 털어내고 가벼워지고픈 적이 없는가? 자문하고 싶다. 그런 것들, 그런 심정을 글이란 형식을 빌려서 쏟아내면 된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말하는 걸 그대로 옮기면 되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말과 글이 어긋날 때가 많다. 말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말에는 표정이나 몸짓이 한몫을 해주니 더 공감 능력이 있다. 막힘없이 구사 능력이 탁월해 가슴을 울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글로 잘 쓰는 건 아니다. 

 

글쓰기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도입부터 막힌다. 두루마리 휴지 풀리듯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라고 반문해 본다. 책상 앞에 앉지만 한 줄도 못 쓸 때도 있다. 공책을 펼쳐놓고는 서두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연습의 시작이라고 본다. 

 

 

“아, 무슨 이야길 쓰지? 뭘 써야 좋을지 생각나지 않아.”

이런 때를 위해 평소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두자. 단 한 줄짜리 짧은 글일 수도 있다. 번개처럼 지나가는 기억도 주제 목록에 첨가할 수 있다. 잇몸이 부실해서 고생했던 할아버지, 지난 유월을 물들이던 라일락 향기, 발등 부분만 다른 빛깔인 운동화를 신었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 등등, 어떤 것이든 모두 글의 자료가 된다. 글을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르면 언제라도 노트에 적어두라.

-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 써라’ 중에서

 

나탈리 골드버그는 우리의 고민을 잘 헤아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글의 소재가 많다. 가까운 주변에 소재가 널려있다. 다만 그것들을 외면하고 사려 깊게 바라보지 못하거나, 그냥 스쳐 지나간 것이다. 뭘 쓰지? 라며 머뭇거리는 분에게 나탈리 골드버그는 아주 쉽게 알려주고 있다. 덧붙여 가슴에 갇혀있는 상처가 글감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상처를 들어내는 일은 자신을 발가벗기는 일이라고 부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보다 힘들고 아픈 사연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더 준다. 왜냐면 우린 모두 아픈 사연 하나쯤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글이란 치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뒤엉킨 실타래 같은 마음을 정돈해 자유로운 영혼을 선물로 준다. 

 

일인일책의 시대라고 한다. 자신이 집필한 글을 묶어 책 한 권쯤 내고 싶어 한다. 출판이 열려있어서 쉽게 책을 낼 수 있다. 타인의 책 몇 권보다 자신이 쓴 작품집 한 권이 소중하다. 그건 자신의 호흡이요. 유일한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글의 장르도 다양하다. 어느 장르를 선택하건 자유다. 그러나 나이가 익어갈수록 보편적으로 수필 향기가 나는 글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장르가 수필이 아닌가 싶다. 수필형식의 자서전 쓰는 것도 좋다. 태어나서부터 이어 쓰다 보면 중복이 될 수 있으니까, 3년~5년 단위로 잘라서 그 기간 안에 일어났던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기억을 불러온다. 슬펐던 일이나 이별, 기뻤던 일, 감동했던 일이나 화해할 사건, 실수했던 일이나 지우고픈 일, 행복했던 순간이나 사랑의 감격, 여행이나 추억의 한 페이지, 남기고 싶은 말 등등 구분해서 쓰다 보면 원고가 쌓이게 된다. 

 

 

겨울은 밤이 깊은 계절이요. 여가 생활로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멈추지 말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머지않아 한 권의 책을 품에 안게 될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안 든다. 어느 누구나 초고는 다 버릴 것뿐이다. 그 초고가 초석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면 안 된다. 다시는 버린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잠시 묵혔다가 읽어보면 수정할 부분이 보인다. 그때 수정하면 좋은 글이 된다. 마지막으로 대작 “토지‘를 집필하신 박경리 선생님의 <문학 이야기>에 나오는 글 중, 우리가 꼭 새겨야할 말씀이 있어 올려본다. 

 

여러분들 중에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론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사로잡히면 작품 못 써요. 사는 것을 생각하세요. 끊임없이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자연과 모든 생명의 신비를 감지해야 합니다.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그 속에서 이론이든 이치든 발견하십시오. 남이 간 길을 뒤쫓지 말구요. 

- 박경리 작가의 ‘문학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