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댄스로 즐거운 인생 누리기> 강좌 스케치 

 

이번에 소개하는 강좌는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의 <라인댄스로 즐거운 인생 누리기>입니다. ‘라인댄스를 하면 인생이 즐거워지니까 같이 해봅시다!’ 혹은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 데에는 라인댄스가 최고랍니다!’라는 취지로 개설된 강좌입니다.

 

이 강좌를 취재하기로 마음 정한 날,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극심한 몸치라 춤을 출 줄 모르는 나와는 전혀 다른 능력자들, 멋지게 춤을 추는 댄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나 봅니다. 

 

그래서 취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몇 가지를 챙겼습니다. 먼저 춤 공부를 좀 했습니다. 춤과 춤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 하니까, 춤과 춤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아야겠기에, 춤과 춤추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를 인터넷에서 뒤져봤습니다. 그리하여 이미 알고 있었던 것과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종합해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째, 춤과 춤추는 사람은 모두 다 ‘멋있다’입니다. 

둘째, 춤추는 사람들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입니다. 

셋째, 나도 그들처럼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 멋있게 ‘춤추고 싶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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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왕과 나, 번지점프를 하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 네이버 영화

 

*왕과 나: 영국의 젊은 미망인과 사암(태국) 왕 사이의 좌충우돌 갈등과 화해를 해학적으로 그린 뮤지컬 영화입니다. 사암 왕(율 브린너)과 안나(데보라 커)가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겅중겅중 뛰듯이 춤추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급기야 조소과의 MT까지 따라간 인우(이병헌). 태희(이은주)는 몰래 따라오던 인우에게 왈츠를 제안합니다. “왈츠 출 줄 알아요? 교양 시간에 배웠는데….” 그리고 노을이 비치는 바닷가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에 맞춰 춤추는 두 사람. 아름답습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새로 산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로버츠(클린트 이스트우드) 앞에선 프란체스카(메일 스트립). 로버트가 이렇게 말하지요. “내가 멈추길 바란다면 지금 말해요!” 그리고 두 사람은 춤을 춥니다. 춤추는 중간에 키스도 합니다. 그 이후는 차마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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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시카고, 쉘 위 댄스, 여인의 향기. ⓒ 네이버 영화

 

*시카고: 록시(르네 젤위거)와 벨마 켈리(케서린 제타 존스)가 노래를 부르며 경쾌한 구두 소리가 울리는 춤을 추는 동안에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매혹적인 댄서들입니다. 저러다 드레스가 흘러내리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쉘 위 댄스: 무기력증에 빠진 중년의 샐러리맨 스기야마(야쿠쇼 코지)가 어느 날 우연히 사교댄스 교습소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점차 사교댄스에 빠져들면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게 됩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이어지고 마지막 장면. 마이(쿠사카리 타미요)가 스기야마를 초이스(?) 하고 이렇게 말하지요. “쉘 위 댄스?” 그리고 두 사람은 춤을 춥니다. 이때 나오는 음악이 ‘쉘 위 댄스’고요.

 

*여인의 향기: 프랭크(알 파치노)가 도나(가브리엘 앤워)에게 탱고를 추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찌할 바 모르는 도나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만일 실수를 하더라도, 만일 모든 게 엉키더라도, 그저 탱고를 계속해 나가세요.” 그리고 두 사람은 탱고를 춥니다. 그야말로 명품 ‘태앵고’를 말이지요.

 

춤에 대한 편견, 선입견, 부러움, 동경, 시샘

어설프게나마 춤 공부를 다 했는데도 약속한 취재일까지는 몇 날이 더 남았습니다. 우두커니 날짜를 기다리는 게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상상을 살짝 보태서 기사의 제목을 짓고 글의 얼개를 제법 탄탄하게 짜놓았습니다. 제목은 조금 도발적으로 지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관심을 좀 끌어보자는 수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땐써, 그녀들의 ‘고백’과 ‘순정’ 그리고 ‘유혹’에 대하여…’라고 지었습니다. 

 

이 제목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춤 또는 춤추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부러움과 동경(憧憬)과 시샘이 뒤섞여 있는데, 제목을 지탱하는 다섯 단어의 의미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땐써: 바른 표기는 댄서입니다. 그런데 그냥 댄서라고 하자니 조금 싱거운 것 같아 조미료를 넣어 ‘쎈맛’을 내봤습니다. 장사익 선생님도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 푸른 등불 아래 붉은 등불 아래 춤추는 땐써의 순정”이라고 노래하지 않던가요?

 

*그녀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모든 캠퍼스와 센터에서 강사와 수강생, 수강생과 수강생 등 모든 사람 사이에 공용되는 호칭은 선생님입니다. 따라서 이 호칭을 적용하면 ‘선생님들의 ‘고백’과 ‘순정’ 그리고 ‘유혹’에 대하여…’가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좀 비례(非禮)하고 불경(不敬)스럽지 않은가요? 그래서 남자 수강생이 한 분도 없다는 것을 핑계 삼아 ‘그녀들’이라 했습니다. 

 

다음은 이 강좌를 취재해서 밝히고자 했던 세 가지 포인트를 표현하는 세 단어에 대한 설명입니다. 

 

*고백: 고백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둔 것을 숨김없이 말하는 것’입니다. ‘라인댄스를 왜 하나요?’와 ‘라인댄스를 한다니까 가족들이 좋아하던가요?’ 등을 묻고 그에 대한 고백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순정: 순정의 사전적 의미는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입니다. ‘라인댄스를 해보니 어떻든가요?’ 등을 물어서 그녀들이 품고 있는 라인댄스에 대한 순정을 헤아려보고 싶었습니다. 

 

*유혹: 유혹의 사전적 의미는 ‘1.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니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 2. 성적인 목적을 갖고 이성(異姓)을 꾐’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라인댄스를 계속하겠습니까?’ 또는 ‘라인댄스를 다른 분에게도 권하겠습니까?’를 물어서 그럴 거라면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해줄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궁금증을 해소하자고 굳이 ‘유혹’이라는 요염한(?) 단어를 써서 시빗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권유로 바꾸었습니다. 권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 따위를 하도록 권함’입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 제목은 노파심으로 무장한 자기검열을 뚫지 못해서 ‘땐써, 그녀들의 ‘고백’과 ‘순정’ 그리고 ‘권유’에 대하여…’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죽일 놈의 코로나! 내 발목을 잡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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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권은자 강사(빨간 옷)의 구령에 맞추어 라인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 북부캠퍼스 학습지원단

 

마침내 취재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8월 17일 오전 10시. 3회차 강좌가 진행되고 있는 북부캠퍼스 지하 1층 마루교실을 방문했고, 한동안 수업을 지켜보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강사와는 4회차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서 대면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1차 취재를 마쳤고, 다음 주에 있을 4회차 수업을 보충 취재해서 라인댄스로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 게 정말 가능한 건지를 따져서 밝힐 작정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아뿔싸! 고대하던 마지막 4회차 수업 취재를 하루 앞두고 코로나19가 기자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갈고 닦은 라인댄스 실력을 발표하는 중요한 수업 참관도 강사와 약속한 대면 인터뷰도 불가했습니다. 그 대신 수업 참관은 학습지원단 선생님이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는 것으로, 강사 인터뷰는 서면으로 해야 해서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속상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기사의 재료는 잠깐의 수업 참관, 설문 조사, 학습지원단 선생님이 촬영한 사진, 강사 서면 인터뷰가 전부인 셈입니다. 따라서 취재 현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챙겨야 할 감상(感想)이나 소감(所感)이나 영감(靈感) 등에 두루두루 통용되는 기자의 감(感)이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리 정한 제목에 맞추어 기사를 쓰는 게 참으로 난감해졌습니다. 간지나게(?) 써보겠다고 당치 않은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백’이니 ‘순정’이니 ‘권유’니…, 엉터리 멋 부림을 해가면서 억지로 틀에 끼우지 않고, 설문 조사 결과와 강사 서면 인터뷰를 중심으로 ‘라인댄스’와 ‘즐거운 인생’의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를 팩트 위주로 담담하게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라인댄스로 즐거운 인생 누리기> 취재 개요

- 수업은 8월 3일, 10일, 17일, 24일 4회차로 진행되었습니다. 

- 기자는 8월 17일 3회차 수업을 참관했고, 이 수업에 출석한 9명이 설문 조사에 응했습니다.

- 수업은 라인댄스 1급 지도자, 시니어 라인댄스 지도자로 활동하는 권은자 강사가 담당했습니다.

- 권 강사는 8월 24일 4회차 수업을 마치고 나서 직접 손글씨로 쓴 답변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빠른 회신과 정성 어린 응답에 감사드립니다.

수강생 설문 조사 결과 요약

*‘라인댄스는 처음인가요?’ 물었더니 7명이 그렇다고, 2명이 아니라고 응답했습니다.

 

*처음 라인댄스를 하는 사람도 배우는 게 힘들고 어려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9명 모두가 힘들기는커녕 매우 재밌노라 대답했습니다.

 

*수강생의 남편과 자녀들은 아내나 엄마가 라인댄스를 추는 걸 좋아하고 잘하라고 격려까지 해준답니다. 8명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1명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혹시 라인댄스만 하는 게 아니라 블루스, 탱고, 지르박, 차차차 등 온갖 춤을 추러 다니느라 바빠서 그런 건 아닌지요?

 

*라인댄스를 하기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주관식이라서 그런지 4명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기대했던 대답은 ‘밥맛이 좋아졌다’, ‘체중이 왕창 줄었다’ 등이었습니다.

- 다른 작품에 호기심이 생겨서 유튜브를 자주 본다.

- 표정이 밝아졌다.

- 흥이 생기면서 몸매도 예뻐지는 것 같다.

- 자신감이 생기고 신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수업 시간이 즐겁다.

 

*‘라인댄스가 몸과 마음의 건강이나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던가요?’ 그리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 데 라인댄스가 도움이 되던가요?’라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Yes!” 부디 오래오래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질문이 좀 허술하지 않습니까? 건강이나 활력 증진에 도움이 안 되고, 즐거운 인생살이에도 도움이 안 된다면 누가 돈이며 시간을 들여가며 하겠는지요?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에. 대면 인터뷰를 했더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자세히 설명 듣고 널리 공유하면 좋았을 텐데, 무척 아쉬운 대목입니다.

 

*예전에 어느 집안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시아버지 팔순 잔치가 떡 벌어지게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다 지칠 즈음 신나는 춤판이 펼쳐졌습니다. 스피커에선 장윤정 가수의 ‘사랑아!’에 이어 진성 가수의 ‘안동역에서’가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신이 나서 저마다 춤을 추었습니다. 전문용어로 이런 춤을 ‘막춤’이라 합니다. 그러자 조신하기로 동네방네 소문난 둘째 며느리가 안달이 났습니다. 살짝살짝 어깨가 들썩이더니 살랑살랑 엉덩이까지 흔들 지경이 되었습니다. 춤을 추고 싶었던 거지요.

그렇다고 조신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마당에 선뜻 나서는 게 얼척없다 싶었는지 손아래 동서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이렇게 말했다지요. “동서, 춤춰~. 동서 춤춰~. 동서 춤추라니까!”. 그 동서가 춤추러 나가면서 같이 추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나가서 한바탕 휘몰아치는 춤바람을 불러 젖힐 속셈이 있었던 거지요. 

 

*만약 라인댄스 수강생들이 둘째 며느리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설문에 이런 문항이 있었습니다. ‘남편, 자녀, 친척, 친구들 앞에서 라인댄스 공연을 할 수 있습니까?’와 ‘동서나 올케, 동네 친구, 자녀에게 라인댄스를 해보라고 권하겠습니까?’ 

과연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요? 두 질문에 9명 모두가 ‘그렇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춤을 추고 싶으면 굳이 동서 옆구리 찌를 것 없이 벌떡 일어나 춤추러 나갈 거고, 라인댄스가 재밌으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고 권유하겠다는 겁니다. 가히 용기백배요, 자신감 뿜뿜입니다.

 

권은자 강사 서면 인터뷰 요약

Q. 수업 분위기가 어떠했나요?

A. 활기차면서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고, 작품을 설명할 때는 진지하게 잘 따라주었습니다.

 

Q. 이번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점은요?

A. 라인댄스를 널리 알리고, 운동을 통한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 그리고 사회적 소통으로 활기차고 희망찬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Q. 수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시작할 때와 비교해 뭔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몸의 균형 감각과 유연성이 월등히 향상된 것이지요.

 

Q. 라인댄스가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 향상, 근손실 방지, 균형 감각과 유연성 향상, 골다공증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즐겁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수강생 상호 간에 사회적 소통망을 늘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Q. 끝으로 수강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지요.

A. 즐거운 라인댄스 수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운동은 규칙적이고 연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으니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위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라인댄스에 도전하기를 권고합니다.

 

*질문: 나는 라인댄스가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귀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에필로그

 

댄서의 순정을 믿지 않습니다

대략 30년 전 즈음 우리 집에는 전속 댄스 가수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집 댄서 겸 가수는 어느 곰 가족의 외모를 춤과 노래로 표현한 ‘곰 세 마리’를 시시때때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아주 지겨울 지경이었습니다.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똑같은 춤을 보고 노래를 듣다 보니 ‘아! 그래야 하나 보다’ 하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는 것이니 꼭 이뤄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약속했습니다. 세월을 사는 동안 나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나는 배 둘레가 90cm를 웃도는 뚱뚱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여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어른 여자는 언제부턴가 날씬하지 않았습니다. 귀엽다고, 귀여울 거라고 바락바락 악을 쓰던 어린 여자는 언제부턴가 아주 영악해졌습니다. 집에 있는 내 술, 무려 ‘발렌타인 17년’을 자기 신랑이 좋아한다면서 홀라당 가져갔습니다. 

 

저는 이제 그 댄서 겸 가수의 순정을 믿지 않습니다. 아빠를 향한 순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지 신랑을 위한 순정으로 김치통을 통째로 들고 나갈지도 모르니, “아빠, 조만간 저녁식사 같이 해요. 제가 살게요”라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두 눈 크게 뜨고 냉장고를 지켜야 합니다.

 

 

50+시민기자단 이경걸 기자 (khwappl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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