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50+시민생태교육_도감 들고 숲으로!

◆ 강사 : 윤석준

◆ 교육 기간 : 2021년 9월 10일~10월 29일 매주 (수) 14:0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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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난 풀과 나무, 새들의 이름이 궁금했던 적 있나요? 도감을 활용해 다양한 동식물을 찾아보고 현장에서 사진도 찍으며 찬찬히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라는 수업 안내가 흥미로웠다. 

지난 10월 8일 생태 표본 연구소 윤석준 소장이 진행하는 <도감 들고 숲으로!> 현장학습에 동행했다. 홍제천 상류의 생태 관찰을 하는 날이었다. 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세검정 정자 입구에서부터 홍제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백사실계곡까지 빗속을 함께 걸었다.  

 

윤석준 강사가 세검정 정자 옆에 있는 가로수 앞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비속으로 차분하게 울려퍼지는 강사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플러타너스인가 했는데, 백합나무(튤립나무)라고 했다. 잎사귀의 차이점을 듣고 보니 플라타너스와는 확연히 달랐다. 단풍나무와 비슷에 보이는 자엽자두나무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시작부터 새삼 식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히 지나치기만 했던 길가의 나무와 풀들이 새롭게 보였다. 함께 한 이들 가운데는 나무 이름에 대해 해박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강사는 동네 사람들이 즐겨찾는 천변 운동 기구들 옆에 심은 나무들까지 하나하나 이름을 알려주었다.  

 

세검정성당 앞에서 개천을 건너 백사실 입구 마을로 들어갔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풍경이 있다니 복 받은 동네라고 느껴졌다. 이곳에서도 한 여름이면 개구쟁이 아이들이 첨벙첨벙 뛰어 놀까.  돌 밑에는 게나 가재가 숨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잡으러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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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담장 밑에 심은 꽃은 사루비아와 한련화다. 어디서 보았던가 알 듯 말 듯 한 화려한 꽃의 이름은 프렌치 메리골드였다. 성숙한 프랑스 여인의 자태라고나 할까.

홍제천생황환경단으로 센터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미경 씨는 꽃과 나무에 대해 해박했는데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의 꽃도 알려주었다. 맛난 음식이 혀에 착 감기듯, 그 이름도 귀에 착 감겨들었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이름이었다. 한 포기에 활짝 핀 꽃송이와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송이 또 이미 씨앗을 품은 꽃송이까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김미경 씨가 "이 작은 풀 안에도 온 우주가 들어있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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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여기가 서울이 아니었더라면 호랑이가 출몰하거나 하다못해 산적이라도 나올 법한 곳 같다. 서울에 살면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산들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종로구 한복판에 이런 계곡이 숨어 있다니 놀라웠다.

낙상홍이라는 떨기나무와 한약재로 쓰는 꼭두서니라는 독특한 이름의 풀도 처음 알았다. 모처럼 확실하게 아는 것이 개암나무였는데, 가지마다 개암 열매를 알알이 매달고 있었다. 개암나무를 고욤나무라고도 부른다는 것도 배웠다.  

새로운 식물을 만날 때마다 모두가 윤석준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계곡은 깊어지고 발길 닿는 곳마다 모르는 식물들이 지천이었다. 비도 와서 으스스한데 숲의 생태를 깊이 배우려는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비 오는 깊은 숲속으로 혼자 갔더라면 조금 무서웠을 것이다. 비에 젖은 백사실은 고요했다. 숲에는 분재처럼 잘 다듬어진 수형이 멋진 소나무도 많았다. 서울 숲에도 이런 멋진  소나무들이 있었다니 새삼 오늘 오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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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상류에는 태풍에 쓰러진 플러타너스 거목이 누워 있었다. 나무 아래 토양이 바위 투성이라 뿌리가 깊이 뻗지 못하고 옆으로만 얉게 퍼져간 탓에 거센 바람에 넘어진 것 같다고 한다. 윤석준 강사는 잘려진 굵은 나무 둥치의 나이테를 보고 그 속에 나이 뿐만 아니라 동서남북도 알려주는 정보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이테 무늬들이 북쪽을 향해서는 좁게 그려지고 남쪽을 향해 넓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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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걸으면서 모두가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리라. 강사가 설명한 식물인데도 금세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 할 때마다 김미경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숲을 사랑하는 만큼 공부도 열심인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글 사진 최진근 서대문50플러스센터 사회공헌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