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으로 지키는 중장년의 정신 건강

 

 

중장년의 정신 건강

 

100세 삶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하고 그 삶을 채워나갈 콘텐츠도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삶을 누릴 몸과 마음·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몸의 건강이 100세 인생의 양적 조건이라면 마음과 정신의 건강은 100세 인생의 질적 조건이다. 마음과 정신은 몸을 통해 작용하므로 건강한 몸이 마음과 정신 건강의 전제 조건이다. 동시에 마음과 정신의 건강은 몸의 건강을 이끌고 지키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이 병들면 다른 쪽도 병드는 것은 물론 이 둘이 함께 빚어가는 생명현상도 시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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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를 막기 위해 뇌 기능을 유지하도록 뇌에 자극을 지속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출처 : Pexels)

 

 

중장년에 이르면 대부분 몸의 변화를 절감하고 건강을 돌보는 데 마음을 쓰게 된다. 중장년이 겪는 육체적인 변화는 필시 노화로 이어진다. 노화란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차 저하되어 쇠약해지는 현상이다. 노화에 접어들면 신체 구조가 위축되고 근육이 감소하면서 근력이 떨어져 활동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그리고 심장과 위. , 간 등 신체 각 장기의 기능도 저하된다. 또한, 뇌의 용적이 줄면서 그 기능도 함께 떨어지는데 우리의 정서적, 인지적, 의지적 기능을 담는 마음과 지각, 사고, 기억,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정신의 건강도 함께 잃어가게 된다. 그중 가장 염려되는 것이 치매이다. 인류는 오랜 시간 노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고 특별히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고 치료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를 막기 위해 뇌 기능을 유지하도록 뇌에 자극을 지속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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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 생각을 담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언어의 건강은 곧 정신의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교안)

 

 

언어 활동을 이용한 정신 건강법

 

뇌를 자극함으로써 뇌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시도 가운데 언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특히 언어로 기억을 되살려 다시 저장함으로써 기억과 생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연구와 실행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은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이용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기억기능으로 뇌 속에 남겨두는데 이 기억을 담당하는 세포가 퇴행하면 기억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사라지는 기억을 잡기 위해 먼저 기억을 떠올리고 이 기억을 다른 뇌세포에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특별히 인간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완성되는 열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저장하는 방식으로 마치 컴퓨터를 초기화하듯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되찾도록 한다. 이 시기는 또한 일생 중 즐겁고 재미있고 유쾌한 감정이 충만한 시기이므로 이때의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노년의 불안과 우울증에도 대처하는 효과를 얻게 한다.

이때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저장하는 도구가 언어이다. 언어란 우리 생각을 담는 그릇이고 생각을 표현하는 약속이며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다. 또한, 새로운 생각의 길을 여는 창의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언어의 건강이 곧 정신의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쓰고 읽고 말하고 듣는 언어 활동을 통해 언어의 건강을 지킴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다잡고 정신의 건강을 지켜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글쓰기와 말하기로 기억을 되살리고 읽기와 경청을 통해 언어력을 유지하며 인지력과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낭독을 통해 언어와 정신의 건강을 되찾고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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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은 글을 눈으로 보아 인지하고, 말로 되살려 표현하는 동시에 귀로 듣고, 상대에게 말을 건네 소통하며 공감하는 종합적 언어 활동이다. (출처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교안)

 

 

언어로 뇌를 만지는 낭독과 글쓰기

 

언어의 기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쓰기와 읽기 그리고 말하기와 듣기의 과정이다. 이들 과정은 하나같이 우리의 오감을 이용한 인지 능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이 과정을 사용하여 뇌를 만지며 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소리 내 글을 읽는 낭독은 눈으로 보아 인지하고, 말로 되살려 표현하는 동시에 귀로 듣고, 상대에게 말을 건네 소통하며 공감하는 종합적 언어 활동이다.

 

낭독은 다음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눈으로 글을 보면서 약속한 소릿값과 글의 의미 알기

글의 의미와 일치하는 표정 짓기

음성언어로 글의 소릿값과 의미 표현하기

표정과 몸짓, 음성으로 글의 감정과 온도, 표정, 질감 표현하기

낭독하는 자기 음성을 들으며 다시 인지하고 기억하기

글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타인과 공감하고 관계 이루기 등이다.

 

한편 글쓰기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며 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도 매우 훌륭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잃어가는 어휘 등 언어력을 회복하는 것이며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글을 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미지를 이용한 방법으로 마인드맵 등 이미지 요소를 이용해 줄거리 잡은 다음에 써나가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생각나는 대로 쓴 다음에 어휘와 문장, 순서 등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가장 좋은 것은 먼저 글쓰기를 통해 자기 생각을 담아낸 다음 그 글을 자신이 낭독하는 것이다. 글쓰기나 낭독이 처음부터 쉽다고는 할 수 없으나 노력을 통해 충분히 좋아지는 능력임에 틀림없으므로 꾸준히 실천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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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의 유익은 다양하다. 특히 정신 건강을 지키고 타인과 소통·공감하게 하는 효과는 대단히 중요하다. (출처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교안)

 

 

낭독의 실제

 

마음먹고 낭독을 하려면 먼저 낭독할 글을 선택해야 한다. 자기 인지 능력에 적합하고 관심과 흥미가 있으며 긍정적이고 사유가 깊은 글을 고르는 것이 좋다. 글을 읽는 방법은 혼자 할 수도 있고 둘이 주고받으며 읽거나 여럿이 돌아가며 분량을 나누어 낭독할 수도 있으니 상황에 맞추어 진행하면 된다.

낭독의 표현법이라면 바르고 편안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 먼저이다. 다음에 그 자세로 깊고 충분한 호흡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호흡을 이용해서 넉넉한 성량으로 발성하고 발음을 정확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적절한 속도로 어색하지 않은 억양을 갖추어 글의 뜻을 정확하고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제 차 한잔 만들어서 조용하고 집중하기 좋은 자리를 찾아서 앉자. 글을 펴들고 바르게 앉아서 밝은 표정으로 음성을 가다듬자. 준비되었으면 눈으로 글을 읽어나가며 연필로 필요한 표시를 하자. 끊어 읽기와 속도 조절, 강조할 부분, 유의할 발음 등을 표시하는 것이 좋다. 눈으로 익혔으면 다음은 자기 자신에게 소리 내어 글을 읽어주자.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글을 읽어주고 그 소리를 다시 들으면 말할 수 없는 위로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 낭독의 유익은 소리 없이 눈으로만 읽는 묵독과 비교할 수 없다. 짧은 시 한 편 낭독으로도 그 효과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글이 눈과 입과 귀에 익숙하도록 반복하자. 그러면 글을 눈에 담아 마음으로 느끼고 입으로 표현하며 다시 귀로 듣는 다중체험을 통해 글을 쓴 사람의 마음과 뜻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제 다른 사람에게 그 글을 읽어주자. 낭독자가 느끼고 품은 생각과 마음을 입과 표정으로 전달함으로 마음이 통하는 공감에 이를 수 있으며 나아가 관계를 만들고 새롭게 하는 유익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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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은 말하기를 배우는 필수 과정이자 도구이다. (출처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교안)

 

 

또한, 낭독은 스피치 공부하기에 참 좋은 도구이다. 좋은 글을 낭독하면서 좋은 스피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밝은 글을 낭독하면서 밝은 성품과 지혜와 명징한 언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시를 읽으며 말의 운율을 배우고 소설과 수필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바탕을 다질 수 있다. 인문서와 철학서를 낭독하면서는 생각의 깊이와 언어의 넓이를 키울 수 있다.

 

이제 실제로 낭독을 체험해 보자. 스토리텔링과 말의 운율 그리고 시각적 표현력을 함께 갖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가운데 한 부분을 소리 내 읽어보자. 글을 먼저 눈으로 읽고 다음에 입으로 읽으며 귀로 들어보자. 그와 함께 작품 속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그렇게 해서 글을 마음에 담아보자. 그렇게 하려면 반복해서 천천히 연상작용과 함께 낭독해야 한다. 마침내 작가의 생각과 언어가 마치 자기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감동이 밀려든다. 그 감동을 이제는 다른 사람과 나누어 보자. 이렇게 낭독은 우리의 뇌와 마음을 함께 만지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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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은 작가의 시선과 마음으로 글을 읽으며 음성으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작가가 바라보았던 작품 속 광경을 떠올리며 <메밀꽃 필 무렵>을 낭독해 보자. (출처 : Pixabay)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 게로 흘러간다.

 

 

마치는 말

 

우리 삶의 질은 건강이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누구나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노년에 이를수록 뇌와 정신의 건강만은 삶의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한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이란 없다. 비록 우리가 노화와 함께 뇌세포가 소멸하고 기억과 인지 능력을 차츰 잃어가는 현상을 어길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마음과 최선의 노력으로 뇌와 정신 건강을 최대한 지켜낼 수는 있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 마음에 닿는 책을 한 권 골라 낭독을 시작하길 권한다. 글을 즐기고 자기 음성을 즐기며 자신과 화해하고 타인에게 마음을 건네 소통하는 낭독을 통해 우리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cbsan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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