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아재의 색다른 동거? 혹시 나도 해당되는 얘기일까?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의 강의일까?’궁금했다.
많은 50+세대들이 꼰대, 아재, 개저씨로 불리는 이유는? 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는 개관특강으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 이승욱원장을 초대하여
『꼰대와 아재의 색다른 동거』라는 주제의 강연을 열었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이원장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는데 어른은 없고 50대 이상을 ‘꼰대’, ‘아재’ 심지어 ‘개저씨’라고 부르는 거예요. 한국사회는 특정 계층이나 부류를 비하하는 단어가 많더라구요. ‘개저씨’의 여성 버전인 ‘김여사’, 젊은 여성들을 비하하는 ‘된장녀’ 등등 말이죠" 그러면서‘개저씨’라고 불리는 50+세대가 많은데, 스스로 해당되는지 여부를 체크해 보시지요”했다.

 

다음사항 중 5가지 이상 해당되면 ‘개저씨’라는 것이다.

 

1. 카페나 식당의 (여자)종업원이 나보다 어려 보이면 반말을 한다.
2. 술 마시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든 적이 있다.
3. 길거리에서 주변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4.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여성의 특정부위를 자주 쳐다본다.
5. 여자에게 윽박지르다가 남자가 나타나면 다른 태도를 보인다.
6. 내 생각이 틀렸는데도 일단 자존심으로 버틴다.
7. 마음만 먹으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와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한다.
8. 유흥업소에 갈 때 '이건 사회생활의 일부일 뿐'이라고 여긴다.
9.'우리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종종 쓴다.

 

 

어쩌다 혼자가 되었나?

 

50+세대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살아왔고 가장 힘들게 살아 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직장상사로서, 아빠로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후배직원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갑자기 명예퇴직(퇴직)을 해야 하고 가족과의 사이도 벌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이 원장은 젊은이들이 다음과 같은 일들에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회식자리를 자주 가지려 한다’ ‘술자리에서 술 취한 척하며 여직원을 은근슬쩍 만지고는 술 핑계 댄다.’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면 되는데도 미모의 여직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한다.’ ‘부하 직원의 실수를 발견하면 해결책에 잔소리를 덧붙인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우리 때는 말야’ ‘우리가 남이가’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말해 봐’라는 것 등이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대화하자 할 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거나 못해 주다가 퇴직 후에는 자녀들이 원하지도 않는데도 자녀들을 불러 논설위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빠가 언제부터 우리에게 관심이 있었지?’‘왜 얘기하려하지? 뭥미? 헐∼’ 하는 것이 자녀의 마음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장은 먼저 50+세대들의 심정과 고통을 종우(가명)씨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1) 자신이 없으면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청춘을 바쳐 헌신했던 회사에서 하찮은 존재가 되어 퇴사(명예퇴직)한 것에 대한 좌절감에 고통스럽다. 2) 퇴사 후에도 자녀들이나 부하직원들에게 뭔가 가르쳐 주고 싶고,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조언해주고 싶은데 자신의 말은 듣지 않는다고 느끼며, 그럴수록 점점 자신이 더 초라해 짐을 느낀다. 3) 그동안 자녀들의 교육비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가족들과의 대화도 원활하지 못하다. 4) 아내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일을 하거나 동창회와 동호회 활동을 하며 남편과 마음을 나누기 보다는 친구들과 더 즐겁게 살고 있는 것 같다. 5) 사회에 나가서 다시 시작하기가 두렵다. 등을 소개했다.

 

삶을 리셋(reset)하라 ; 자기와의 연대부터

 

그러면 많은 50+세대의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원장은 “50+세대들은 자기를 돌보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자기를 돌보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꼰대’나 ‘개저씨’가 되어 혼자가 되고, 분노와 무기력, 우울감, 게으름이 수반된 생활을 하기도 한다.”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설명했다.
“무기력할 때에는 무기력하지 않을 때까지 일정기간 무기력하게 지내야 한다. 쉬어야 한다. 무기력은 착취당할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체계다. 자녀가 무기력하다는 것은 부모들이 욕망을 자녀를 통해 대리 충족시키려 할 때 착취로 느끼고 보호하려는 현상이다. 우울할 때는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 우울은 분노하지 못한 자의 표출이다. 스스로 분노를 삭이려만 하고, 자신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을 때 우울이 찾아온다. 게으름은 창의성의 집이다. 게으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다. 이때 창의성이 나타난다. 창의성은 경험의 정도에 따라 발휘되기도 한다. 경험을 넘어선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험이 풍부한 50+세대들이 더 풍부하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충분히 게을러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택과 결정은 스스로

 

이 원장은 삶을 리셋(reset)함에 있어서 선택과 결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작은 선한 선택들이 모여 선한 삶을 만들고, 작은 악한 선택들이 모여 악한 사람이 된다.’를 소개했다.
“선택에는 더 나은 선택과 올바른 선택이 있다. 더 나은 선택은 삶이 좋아 지거나 권력이 많아지거나, 돈이 많아질 거라 생각하여 하는 선택을 말한다. 이는 불행의 단초도 될 수 있다. 올바른 선택은 또 다른 사려를 바탕으로 하는 선택이다. 한반도에서 살아온 우리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생활이 상상력이 없는 고립된 생각을 가지고 선택하며 살고 있다. 유럽 사람들은 국경이 있어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살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을 한다. 그동안은 주로 더 나은 선택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올바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자신 스스로가 선택과 결정을 하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에서는 자기만의 방도 소유하지 못한 채 살면서 자기 인생을 자기가 결정하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결핍이나 궁핍이 따르더라도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전수와 통합을 해야

 

이 원장은 “삶을 리셋(reset)할 때 50대에는 전수를 하고 60대에는 통합을 위해 살아야 한다. 50+ 세대들이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정신적 유산을 전수하여야 한다. 인류의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계승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수와 통합을 위해서는 우선 올바른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을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청을 잘 해야 한다. 경청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날 때까지 끝까지 들어 주는 것이다. 50+세대들은 경청을 잘하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개입하든지 자기의 주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들어라. 가르치고 지시하고 비난하려 하지 말고. 꼰대가 아닌 어른이란 솔선하고 기다리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답하라. 상대방이 물어 볼 때만.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남의 문제 전문가’행세는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리고 자녀와 다음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설명을 이어 갔다. “우리의 부모들은 재산은 물려주지 않았을 수 있지만 삶이나 행위를 통해 전수했다고 생각한다. 어른으로써의 말씀 중에는 ‘괜찮다’가 있다. 무슨 일이 있었을 때 ‘괜찮다’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실수를 했을 때도, 성적이 떨어졌을 때도 아버지는 ‘괜찮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50+세대도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꼰대가 되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 ‘괜찮다’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른들 말씀을 잘 들으라고 가르친 말을 따라 순종한 아이들이 세월호에서 죽게 된 것에 대해, 예전보다 대학등록금이 비싸져서 부채의 짐을 지게 된 젊은이들에게 공동정범의 심정으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 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아 실현을 위해서

 

이 원장은 50+세대가 추구할 자아실현을 위해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가 발표한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의 특징’도 설명했다.

1) 효율적인 현실지각: 선입견,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움. 객관적인 시각
2) 본성, 타인, 자신에 대한 수용 : 자신의 약점, 결점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그것도 수용함
3)자발성, 솔직성, 자연스러움 : 가식이 없고 직접적이며 정서를 숨기지 않는 표현
4) 자기 이외의 문제에 몰두하는 태도 : 일반인들은 자신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경향
5) 독립에의 욕구 : 고립과 고독을 즐길 수 있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음
6) 신선한 감상력 :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경험도 신선하게 감상할 수 있는 능력
7) 신비로운 또는 절정의 경험 : 감상, 작업, 섹스, 관계, 몰입 등에서 쾌감의 절정을 경험 할 수 있음
8) 깊은 차원의 대인관계 : 자신과 이상이 맞는 소수의 사람에 관계가 집중되는 경향\
9) 민주적인 성격구조 : 교육수준, 정치, 인종, 빈부, 등에 구애 받지 않음
10) 적대감 없는/철학적 유머감각 : 이런 농담은 몸 개그나, 유행어가 절대로 아니다. 계획적이지 않으며 그 상황에만 맞는 즉각적인 농담이어서 두 번 되풀이 할 수 없다.
11)창의력 : 독창적, 혁신적이란 상상력이 잘 발휘된다는 것
12) 문화적 동화에의 저항 : 자신이 속한 문화를 파괴하려 들지는 않으나 그 문화에 무비판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찾고 지킬 수 있음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게으름이 창의성에 대한 집이라 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게으름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창의력이 발생할 때 까지?’라며 ‘창의력은 거짓말일 수도 있다. 거짓말이 실현되면 창의력이고 실현되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상상력과도 유사한데 실례로, 기타를 못 치는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기타를 잘 친다고 거짓말을 한 후 몇 개월 동안 열심히 배워서 기타를 잘 치게 되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만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고 답했다.

 

‘의학적으로 처방중인 우울증이나 무기력감도 말씀하신 방법이 유효한가요?’라는 질문에는 ‘의학적으로는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고, 심리학적으로는 심리적인 상담을 통해서 치료하는 방식으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유효하다. 실례로 30대 후반의 남성이 15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는데 심리상담을 통해서 약을 끊고 1년 후에는 상당히 호전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다.

 

‘창의력이 경험이 많을 때 생긴다는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면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경험이 없는데 새롭게 창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라는 질문에는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협동조합이나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찾아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라는 답변으로 강의를 마쳤다.

 

 

이번 강의는 지난번 박경철 작가의 강좌에 이어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준비한 두 번째 개관특강이었다.

 

이 원장은 잘 나가던 부부교사 시절에 상담과 정신분석학을 전공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갔다. 모두가 만류하는 것을 물리치고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정신분석학 박사가 된 이후에 10년 가까이 정신분석가로 활동을 하다가 1년간의 안식년을 갖고 있는 상태로 이제는 주위사람 모두가 ‘그때 잘 했다’고 한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삶의 전환을 생각해야 하는 50+세대로서는 강사의 결단력과 행적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 원장은 50+세대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과제들을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느냐는 강사의 질문에는 ‘주민등록증을 받았을 때’라고 답하고,

무엇을 물려받았느냐는 질문에는 ‘흙수저’라 답하는 등 강의 내내 웃음과 끄덕임으로 예정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강의가 끝났다. 

 

이번 강의야말로 50+세대로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막연한 불안심리를 극복하고 삶을 리셋(Reset)하여 전수와 통합을 위한 자아실현의 길을 안내해 주는 강의였다.

 

 

글/ 이계복 50+모더레이터 · 사진/ 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