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푸에르토 이과수에 도착했다. 18km만 가면 이과수 국립공원이 나온다. 스페인어로 이과수, 포르투갈어로 이구아수인 폭포는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 주에 80%, 브라질 파라나 주에 20%가 속해 있다. 270여 개의 폭포가 2.7km에 걸쳐 있다. 낙폭은 64m 정도인데 최대 낙폭은 82m다. 원래 모든 지역이 파라과이의 영토였으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의 하나로 불리는 삼국동맹전쟁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3국 연합군에게 대패하여 이과수 폭포 대부분을 잃었다. 폭포의 전경을 한눈에 보기에는 브라질 쪽이 좋지만, 웅장함을 즐기기에는 폭포 상부까지 보행자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아르헨티나 쪽이 낫다. 폭포로 가는 길목의 이과수 강물이 말 그대로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른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다. 물속에는 이름 모를 물고기가 헤엄쳐 다녔다.

 


폭포 가는 길


나무로 된 통로를 한참 걸어가니 아스라이 물소리가 들려왔다. 폭포가 곧 나타나리라는 기대에 발걸음이 급해졌다. 멀리 보이는 폭포, 장관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파란 하늘과 초록이 무성한 풀과 나무들, 하얗게 쏟아지는 물줄기. 부서져 흘러내리는 옥빛 물. 제주도의 정방 폭포도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도 아름답지만 이과수 폭포에는 비길 수 없다.

 


이과수 폭포


어깨를 부딪히며 수많은 사람들이 악마의 목구멍을 향해 걸어갔다. 귀가 멍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쪽에 아롱거리는 큰 무지개가 보인다.

 

악마의 목구멍


브라질 쪽의 이구아수 폭포에서 배를 타고 폭포수를 맞는 체험도 했다. 폭포 아래로 들어가는 순간 물 폭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물이 쏟아져 내렸다. 숨쉬기도 어려웠다. 비명을 마구 지르며 극적인 경험을 했다.

 


브라질 쪽 이구아수 폭포

 
마침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했다. 브라질식 발음으로 ‘히우지자네이루’는 1월의 강이라는 뜻이다. 1959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고, 인구는 1,720만 명이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말에 걸맞게 몹시 아름답다.

 


세계 3대 미항인 리우데자네이루

 

 그 유명한 리우 카니발의 퍼레이드는 끝났지만 도시는 여전히 들뜬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주로 밤에 술을 마신다고 한다. 야외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축제의 끝자락을 즐겼다. 국민 칵테일인(보드카와 라임으로 만든) 까이삐링야를 마셔도 된다.

 


한밤의 노천 카페


칠레 예술가 호르헤 셀라론이 1990년부터 2013년 사망할 때까지 세라믹 타일을 붙여 만든 셀라론 계단은 마우네우 카르네이루 거리에 있다. 계단은 총 215개이며, 높이 125m로 60개국으로부터 수집한 2,000개가 넘는 타일이 붙어있는데 대한민국 국기도 있다.

 


셀라론 계단의 태극기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있는 거대 예수상(높이 38m, 폭 28m)도 보러 가야 한다. 인산인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가난한 자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면 나에게 준 것이 되리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대 예수상은 달동네인 파벨라를 등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등만 보아야 한다.
석양의 예수상을 보기 위해 오후 늦게 빵산으로 갔다. 빵 지 아수카르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관광객이라도 만 60세 이상이면 50% 할인해 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사람들이 리우 전경을 감상한 뒤에 난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일몰을 기다린다. 황금빛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 장엄하지 않은가?

 


석양을 가슴으로 맞이하는 예수상


거대 예수상과 대비되는 조각상이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앞에 있다. 도심에 20,000명이 미사를 볼 수 있는, 꼭지를 자른 거대한 원뿔형 콘크리트 성당을 지은 이유는 인종, 종교, 빈부를 가리지 말고 화합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이 내부를 은은하게 비춰 준다.
성당 앞에는 금속을 검게 처리한 노숙자 예수 조각상이 있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벤치에 모로 누워있는 예수상이 마치 리우의 상징 같았다. 낮에도 밤에도 거리에 쓰러져 잠든 사람을 볼 수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예수님이 이 시대에 계신다면 풍찬노숙하는 그들과 함께 하시지 않을까? 캐나다 조각가 티모시 슈발츠가 자선에 대한 영감을 주기 위해 2013년 만들었다. 로마 교황청을 비롯해 전 세계 100여 곳에 있는데 서울에는 2019년 6월 서대문 역사공원에 설치되었다.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앞의 노숙자 예수상


코파카바나 해변은 백사장이 넓고 바닷물도 깨끗했다. 수영복이 없었지만 입은 옷 그대로 뛰어들었다. 맑고 푸른 바다를 보니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은 차갑지 않았고 우리나라 바닷물보다 싱거웠다. 필자를 찾아보시길. 해변에서 차가운 맥주 한 병 마시는 사이에 금방 젖은 옷이 말랐고 민물에 헹구지 않아도 피부가 따끔거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나는 생선이 맛이 있는 건 적절한 염도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잔잔하고 푸른 바다에 풍덩


돼지가 차도를 가로질러 유유히 걸어가는, 낯설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한 광경을 목격했다. 가난한 나라라는 소문과 달리 잡아먹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돼지만큼이나 특별한 게 또 있었다. 이구수아 폭포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앞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리는 건 우리나라 버스와 같은데 중간에 개폐기가 있었다. 차장이 앉아서 돈을 받고, 요금을 내면 버튼을 눌러 개폐기를 열어준다. 운전석과 개폐기 사이는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노약자석이다. 이렇게 차장을 두는 이유는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갈 때도 올 때도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기 전에 다른 차장과 교대했는데 과로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나? 버스에 에어컨이 없어서 몹시 덥기는 했다. 복지란 이런 게 아닐까? 산업재해 OECD 1위 국가, 매일 2명씩 일하다 죽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개폐기와 차장이 있는 버스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거리를 활보하는 돼지와 버스 안의 개폐기

 

인간만이 잉여를 추구한다. 내게 필요한 만큼만 가지면 된다. 수십억, 수백억의 재산이 필요하지 않다.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에게 버리면서 고르는 거 외에 다른 선택이 있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가 보자, 남미대륙으로! 진정한 의미의 비움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가야 하는 서울이지만 마음을 비웠으니 조금도 힘들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