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부부(50+세대 부부)의 결혼 만족도

2019년도 우리나라 통계에 의하면 전체 가구의 1/3(33.2%)이 65세 이상 부부로 나타났다. 고령화 사회에 따라 중노년기 부부는 더욱 늘어날 것이며, 부부관계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 스탠포드 심리학 교수인 칼스튼슨(Carstensen)은 사회정서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부부관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은 감소하게 되고, 부부관계와 같은 친밀한 관계의 정서적 상호작용은 증가한다. 즉, 나이가 들수록 사회관계망이 좁아지기 때문에 성공적인 노후 적응을 위해서는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집중하여 사회관계망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중노년기의 대표적 사회관계망 중의 하나가 바로 ‘부부관계’인 것이다.

 

과거 1970~80년대 결혼에 대한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결혼만족도는 결혼 이후 U자형 형태를 보이는데, 첫 자녀 출산 이후 자녀 양육시기 동안 감소하던 결혼만족도가 자녀의 독립 등으로 중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젊었을 때 자녀양육에 치중하던 부부 관계가 자녀의 출가 이후에 신혼기와 같은 ‘부부 중심의 가족관계’로 되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혹은 젊었을 때 부부관계에서 발생했던 문제 또는 갈등이 이혼을 통해 해소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위와 달리 최근 우리나라의 중노년기 부부들은 이중 부담을 경험하고 있다. 길어진 노년기로 인해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으며, 동시에 성년이 된 자녀들에게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다. 맞벌이 자녀를 위해 손주를 돌봐 주기도 한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중노년기의 결혼만족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중노년기 부부의 관계 변화와 스트레스

노년기 부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떤 변화를 경험하였을까? 긍정적 측면에서는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반면, 가족 구성원이 집 안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전부터 존재해오던 가족 간 문제가 증폭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중노년기 부부는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 노동과 자녀 돌봄을 더 많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부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코로나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하였다.

 

가족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변화가 일어날까?

2020년 국내 한 연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사 노동, 자녀 돌봄, 가족 여가 시간은 증가하였지만, 수면, 근로, 개인 여가 시간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족이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제 가사 노동과 자녀 돌봄에 대한 부담은 커졌다. 여가 활동 측면에서는 실외에서 하는 활동, 쇼핑과 외식, 친구나 지인과의 만남,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접촉하는 여가 활동은 감소하였다. 반면, 디지털 게임, TV, 영상물 등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여가 활동과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 시간은 증가하였다. 가사 노동의 증가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자녀 돌봄 부담 또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특히 개인적 여가 시간은 전체 집단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전후에 유의한 차이가 없지만, 성별로 비교해 보면 남성은 개인적인 여가가 증가한 반면 여성은 감소하였다. 즉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이 가정 내 가사와 자녀 돌봄의 의무를 여성에게 더욱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집콕 시대에 맞는 부부의 적응 방법

중요한 것은 생활 패턴을 코로나19 환경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다. 이전에는 밖에 나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면 이제는 집에서 가족들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집에서 부부끼리 간단한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수도 있고, 식습관의 변화를 주며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가족들이 집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시에 부부 간에도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간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끼 식사를 늘 같이 하는 것 보다 한 끼 정도는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의 공간 분리를 통해 집 안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사노동을 합리화하거나 평등하게 분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가정 내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가사노동 부담이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이 늘어날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 똑같이 부담을 동반하는 일이라도 식사준비, 청소, 빨래와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사노동은 부정적인 영향력이 더 크다. 부부 간의 공평한 가사 분담 혹은 가사 지원 서비스 이용 등을 통해 여성의 가사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환경이 변화하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너무 갑작스럽게 생활환경이 변화하여 어떻게 그 상황에 적응해야 할지,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때 서로에게 큰 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 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부부가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이호선(2020), <가족 갈등, 코로나 ‘집콕’이 가져온 또 다른 일상의 문제>, 《정신의학신문》, (2020/04/22),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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