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후변화의 시대. 도시 여자의 음식물쓰레기 퇴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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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고향 집이 수양버들 드리워진 전주 천변에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아침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천변에 일구어 놓은 작은 텃밭에 가셨다. 어느 날 나는 도랑 사이로 할머니 뒤를 종종거리고 쫓아갔는데, 발이 쑥 빠져서 보니 거름 되라고 인분을 묻어놓은 통에 신발을 뺏긴 것. 시냇물에 발을 씻으며 냄새나서 엉엉 울고, 엄마한테 신발 잃어버렸다고 혼날까 봐 또 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뒤로 난 흙이고, 텃밭이고, 농사고 간에 정이 뚝 떨어졌고, 차가운 도시여자로 살아갈 것을 맹세했다.

 

도시에서 땅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하고 살다가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베란다에 고추나 상추를 심어서 먹어보려고 몇 번 시도했었다. 이상하게도 얘네들은 내 손만 닿으면 죽어 나갔다. 식물도 엄연한 생명인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는 시기나 물 빠짐, 흙의 성질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농사일이야말로 전문직이라는 것을. 거름 하나를 주더라도 만드는 과정, 주는 시기, 작물에 맞는 거름이 따로 있었다. 고추에 생긴 진딧물 하나 처리 못 해서 우유 한 통을 화분에 쏟고서야 그냥 농부들께 감사하며 마트에서 사먹자고 결심했다.(누가 우유를 주면 진딧물이 떨어진다고 해서... 음, 누구지?)

 

 

50이 넘으면 카톡 프로필이 식물로 바뀐다는 소리를 듣고 맞장구를 치며 웃었는데 언젠가부터 나무와 꽃과 풀들이 이뻐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보고 있으면 맘이 편해졌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데 이번 봄에 고추랑 상추랑 토마토를 좀 심어볼까? 라고 말을 꺼내니 남편이 펄쩍 뛰면서 말린다. 일은 내가 벌이고 결국 자기가 물주고 보살펴야 할까 봐. 뜬금없이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그 시절에 웅얼웅얼 밭을 매면서 하셨던 말들이 떠올랐다.

 

“흙이 제일로 중요혀.”

흙이 제일 중요하대. 중요한 흙은 어디서 구하지? 마트에서 흙을 팔았다. 하~ 고맙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만난 곳이 도시 농사를 가르치고 나누는 ‘텃밭보급소’다.(http://cafe.daum.net/gardeningmentor) 여기서 자원순환 퇴비화(음식물쓰레기로 퇴비 만들기) 운영자를 모집했는데 내가 선발되어 교육을 받게 되었다.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드는 일의 가치를 따져보자면 쓰레기는 줄이고 흙은 살리는 일타쌍피,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이 아닌가. 냉큼 하겠다고는 했는데 교육장소가 광명시 우리씨앗농장. 왕복 4시간의 먼 거리였다. 하지만 맘먹은 대로 하기로 했다. 남편의 똥손 구박을 물리치고 텃밭계 금손의 솔루션을 얻을 기회라 기대하면서...

 

 

 

농장의 첫인상,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진 않았다. 네비가 알려준 곳은 어느 메뉴가 수상한 음식점 너머 황당한 밭 한가운데. 양봉장의 벌들이 웅웅거리며 곧 나를 뒤쫓아 올 것 같아 셔츠 깃을 세우고 걸음아 날 살려라 내달리니 이것저것(고추, 호박, 가지, 바질, 리나무, 봉숭아, 오이, 족두리꽃 등등)이 심어진 널따란 농장이 나타났다. 검은 비닐 차양이 있고 우리 씨앗 종자들이 매달려 사이좋게 건조되고 있는 곳에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승봉 님(경기도도시농업시민협의회고문)님 / 안철환 님(온순환협동조합)

 

이승봉 님과 안철환 님의 강의가 있었다. 팬데믹, 기후변화 시대 도시농업의 의미와 자원순환과 경운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퇴비통 만들기와 실제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왕겨를 섞어 퇴비를 만드는 과정 등도 실습했다. ‘농사는 똥에서 시작해서 종자에서 완성된다.’는 자원순환의 두 꽃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 농장에서 만들고 있는 여러 종류의 거름들에 대한 설명(음식물퇴비, 오줌액비, 깻묵액비, 칼슘액비 등)도 흥미로웠다. 오랜 시간 교육을 듣다 보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 있게 되는데 이곳에서 새로운 체험을 했다. 이름하여 생태 뒷간. 누구나 알고 있는 재래식 화장실은 아니고 대소변을 모으는 과정이 추가되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곳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새로운 체험을 하고 질소질(음식물쓰레기)과 탄소질(톱밥,완겨,마른풀)의 비율과 수분과 온도가 중요하다는 음식물 퇴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보통 많이 쓰고 있는 계분이나 축분에서는 항생제가 검출되는데 음식물퇴비는 안전한 성분이라고 한다.

 

 

 

교육이 끝나면 앞으로 음식물 쓰레기 퇴비통이 설치된 유치원을 배당받아 퇴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도울 계획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 낸 배설물과 쓰레기를 순환시켜 다시 거름으로, 연료로, 에너지로 되돌린다면 뭔가 할 일을 해낸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여기서 만렙으로 채운 능력으로 간달프의 지팡이처럼 내 주변의 식물들을 쑥쑥 자라게 하고 싶다. 할머니의 두툼한 손이 지나간 흙에 먹을 것들이 생겨 내가 이렇게 자라났듯이 내 자식과 손주들의 미래가 지금 나의 현재로 인해 지켜지리라 희망한다. 더 늦기 전에...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만들기>

 

준비물: 음식물찌꺼기, 톱밥 또는 왕겨(짚이나 낙엽), 생오줌 또는 물, 뚜껑있는 고무통

 

 1. 뚜껑있는 고무통을 준비해서 고무통 밑바닥을 총총히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 벽면의 아래쪽은 16방으로 조금 조밀하게 뚫는다.

2. 통의 밑바닥에는 부엽토나 낙엽 톱밥 등을 10cm 정도 깐다.

3. 음식물 찌꺼기를 넣는다.

4. 다시 톱밥이나 낙엽 등을 넣고 오줌이나 물을 뿌린다.

5. 음식물찌꺼기와 톱밥을 켜켜이 쌓아 거름통을 채운다. 거름을 쌓을 때마다 삽으로 저어 뒤섞고 산소가 통하도록 한다.

6. 통이 다 차면 2개월 정도 놔두고 2차 발효를 시킨다.

7. 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두꺼운 부직포 같은 것으로 덮는다. 2차 발효 시 20일에 한 번은 뒤적여 준다.

8. 발효된 퇴비는 밑거름 혹은 웃거름으로 사용한다.

 

사진_임영라/민정심(텃밭보급소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