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비붐세대의 고령화와 사회적 영향

미국 인구통계국(Census Bureau)의 2020년 인구추계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1946~1965년 출생)는 미국 인구의 약 21%인 7천 3백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1년에 첫 베이비붐세대가 65세에 접어들기 시작하여 가장 나이가 많은 베이비부머는 올해 74세로서 매일 1만 명이 65세에 도달하고, 2030년에는 모든 베이비부머가 65세를 넘기게 된다.

 

이는 마지막 베이비붐 코호트가 65세에 도달하는 2030년에는 미국인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실버 쓰나미(Silver Tsunami)」 또는 「그레이 쓰나미(Gray Tsunami)」 라고 불리는 베이비부머세대는 70년 이상 미국 인구의 모습을 변화시켜왔으며, 이들의 급격한 고령화와 은퇴는 상당한 규모의 인력이 노동력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주거와 복지 문제 등 사회와 경제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은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했다가 1978년에 70세로 조정한 후 1986년에 정년제를 완전히 폐지했다. 미국의 평균 은퇴 연령은 점점 높아져서 현재 64세에 은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별로 평균 은퇴 연령이 조금씩 다른데 워싱턴 DC는 67세, 와이오밍, 캔사스, 유타주는 65세, 앨라배마, 켄터기, 미시간주는 63세, 알래스카와 웨스트버지니아는 61세로 평균보다 일찍 은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베이비붐세대의 47%인 약 3천4백만 명이 은퇴를 하였으며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여러 측면에서 미국 사회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은퇴보험연구소(IRA: Insured Retirement Institute)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는 은퇴준비의 세 축인 사회보장, 개인연금, 개인저축 중에서 개인저축액이 낮고 의료비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베이비붐 세대에게 재정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지만 다른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베이비부머들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은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MIT 공대 AgeLab의 조셉 코울린(Joseph Coughlin) 소장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그 경제적 결과는 일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계획을 변경하도록 만들고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에게 깊은 각인을 남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베이비부머(60년대 출생)들은 금융위기(2007~2008년)와 코로나바이러스를 겪으면서 일자리에서 좀 더 일찍 은퇴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거주지역 선택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농업부(USDA) Economic Research Service에서 발표한 『베이비붐세대의 이주와 미국 농촌에 미치는 영향(Babyboom Migration and Its Impact on Rural America)』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은 좋은 경치, 편의시설, 레크리에이션 또는 문화적 기회, 합리적인 주거비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거주지역을 선택할 것이며 대도시 주변에 집중되지 않고 경관이 좋은 시골이나 교외로 분산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Cromartie & Nelson, 2009)

 

사회적 변화에 따른 고령인구 거주지역의 변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농촌도 경제 성장이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고,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미국 시골 지역의 약 60%가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농촌지역 카운티(미국의 주 아래의 행정구역)의 26%는 시니어 수가 감소했지만, 21%는 65세 이상 인구의 빠른 증가를 보였는데 이는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베이비붐세대의 이주 등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농촌 카운티에서 시니어 인구가 감소한 것과 달리 여가산업에 의존하는 카운티에서는 시니어 인구가 64% 증가했다. 많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시골 지역으로 이주를 선택하고 독립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시골 카운티들에 은퇴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이런 결과와 다른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어 주목된다. 도시토지연구소(Urban Land Institute)와 PwC (PricewaterhouseCoopers, 다국적 회계법인)가 최근 발표한 「2020 부동산 동향(Emerging Trends in Real Estate 2020)」에 따르면 시내에 거주하는 5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가 1,030만 명 증가했다. 이는 베이비붐세대가 노후에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자 단독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팔아서 시내 중심지의 아파트로 이주한 것으로 해석된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가 미국 통계국의 5년간 미국 지역사회 설문 조사(ACS: American Community Survey) 이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2017년 동안 밀레니얼세대와 베이비붐세대가 주도하는 연령대가 이전 시대와 비교하여 주요 대도시 지역을 차지하였다. 전체적으로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친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이라고 일컫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이주율이 둔화되었는데, 아래 그림은 불황 이전(2004~2007년), 불황기간 및 직후 5년(2007~2012년), 불황 후 5년(2012~2017년) 동안 밀레니얼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연간 이주율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피닉스, 탬파, 리버사이드, 잭슨빌, 투싼, 올랜도, 마이애미 등에는 55세 이상의 이주가 많았고 뉴욕, 로스앤젤레스는 55세 이상의 인구 감소가 보인다. 이는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서부 지역으로의 상당한 베이비붐세대의 이주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기후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는 이러한 흐름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은퇴한 미국의 베이비붐세대는 따뜻한 기후, 여가와 편의성을 찾아 이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은퇴를 앞둔 미국 베이비붐세대는 어떤 경향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베이비붐세대들은 살던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Aging in Place) 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대도시의 좁은 아파트나 주택에서 봉쇄(lockdown)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부정적 경험은 은퇴 후 거주지역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