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기타교습소

우리의 파티는 영원하다!

 

 

“다시, 다시, 다시!” “그러니까 연습하는 거야. 해남아, 해남아. 연주하다가 틀리잖아? 그럼 다시 해야지 고쳐져. 그냥 지나가면 안 돼!” 학예회(?)를 일주일 앞둔 아현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연습실은 시끌벅적했다. 기타와 바이올린, 하모니카 소리와 노래 소리, 키득키득 웃는 소리, 와글와글 수다 떠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이들 행동과 말투 그리고 동심 깃든 눈빛은 여전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흰머리와 노안(老眼)과 술잔이다. 어린 시절 공기놀이와 고무줄놀이를 함께하던 친구들이 40년 넘어 다시 끈끈하게 뭉쳤다. 이름하야 야매(?)기타교습소. 세월이 많이도 지났다. 그래도 여전한 마음으로 남아 있는 건 친구들뿐이다. 그들이 사는 모습, 유치해 보이는가? 아니다. 신선하다!

 

 

아현초등학교 43회 졸업생, 야매기타교습소 문 열다

 

우연한 기회였다. 정기적으로 만나던 동창모임에서 기타를 배워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마침 김영석씨가 대학 시절 연세대 클래식기타 동아리 오르페우스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던(?) 기타리스트였다. 친구들이 그의 재능을 좀 나눠 갖자며 의견을 모았다.

 

김영석 작년 1월에 시작했어요. 모일 때마다 친구들 몇 명이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럼 재능기부를 할까? 그럼 해볼까? 그래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잘 운영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정말 “그럼 해볼게”였죠. “세 명만 모이고 장소만 있으면 해볼게” 했더니 우연히 세 명이 모였고 장소도 마련된 거예요. 친구들과의 약속이니까 “해야지!” 했어요. 그런데 정말 이런 놀이를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예전에 누구나 한 번쯤은 기타를 조금씩은 연주해봤겠지만 그걸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거죠. 한 번도 안 쳐본 친구도 있어요. 막연하게 “나도 기타 한번 쳐보고 싶다” 하고 생각한 친구예요. 그 친구는 여기서 처음 기타를 배웠습니다. “야! 내가 가르쳐줄게” 해서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제가 전문 기타리스트도 아니고 그래서 우리 모임 이름이 야매기타교습소 ‘야기소’가 된 겁니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기타 연습을 했다. 모임이 재밌다고 소문이 라도 난 것일까. 나날이 인원이 늘어났다.

 

김영석 매달 모여서 연습을 하다가 우리도 발표회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무대 좀 서봐야 실력이 늘잖아요. 그래서 작년 10월에 해봤는데 모두들 너무 좋아했어요. 전부 다 녹화해서 유튜브에도 올렸어요.

 

작년 10월에 이어 5월과 11월에도 ‘야기소’ 파티를 열었다. 이들은 연주 발표회 날을 ‘ 파티’라고 부른다. 친구들과 만나 기타를 연주하고 먹고 노는 분위기에 발표회보다는 파티라는 말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미국에서 유권이가 돌아왔다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17년을 살던 친구 원유권이 귀국했다. 작년에 올렸던 유튜브 영상을 봤단다.

 

원유 권 유튜브를 보고 이 파티에 너무 참여하고 싶었어요. 노래하는 것을 보고 듀엣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사실 저는 노래를 잘 못해요. 그런데 노래 잘하고 연주 잘하는 친구 세 명이 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선 동창 중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정우섭과 함께 듀엣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반주는 당연히 ‘야기소’의 기타 선생인 김영석이 해줄 거 라고 생각했다.

 

김영석  “그래? 그럼 무슨 노랠 부를 거야?” 했더니 ‘내 영혼 바람되어’ 를 할 거래요. 그래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신지은을 꼬셨어요. 물어보니까 지은이도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저와 유권이, 우섭이 지은이가 한 팀이 됐습니다.

 

사실 원유권씨는 몸이 좀 불편하다. 미국에 간 지 3년 만에 쓰러져서 10년은 말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원유권 그런데 갑자기 동창들 노는 걸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 나가봐야겠다 했죠.

 

11월 12일, 동인천 한 카페에서 가진 ‘야기소’의 세 번째 파티에서 원유권씨는 소원대로 친구들과 노래를 불렀다. 멀리 타국에서 오랜 시간 외 로웠을 원유권씨에게는 단비 같은 선물이었다.

 

 

우리는 음을 즐기는 동창모임입니다

 

다양한 기억을 가진 친구들이 모인 곳 ‘야기소’. 이곳에서는 반드시 즐기고 행복해야 한다. 왜냐고? 음악을 하려고 만났기 때문이다.

 

김영석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학문은 ‘학’ 아니면 ‘술’로 이름이 끝나죠. 그런데 음악은 ‘樂’, 즐길 ‘락’ 자로 끝나요. ‘음을 즐기는 것’이 음 악의 정의인 셈이죠. 즐거워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음악입니다. 우리가 즐거우면 계속할 것이고 즐거움이 없으면 그만두자, 깨자. 전제가 그것이거든요.  

  

이들의 연습시간은 시간이 갈수록 열기를 더했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더 즐겁기 위해서라고 김영석씨는 말한다. 

  

김영석 우리가 프로 연주자가 될 것도 아니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실력도 안 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가올 파티 날의 드레스코드를 정하느라 정신 없는 ‘야기소’ 회원들. 고민 끝에 빨간색으로 정했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열정적인 파티가 영원하길 기대하며…. 

  

▲지난 11월 12일 동인천의 한 카페에서 모인 아현초등학교 43회 동창모임 야매기타교습소 회원들.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전민재 (Studio BOM) custo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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