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50904_093050416.jpg 



전통주처럼 익어가는 인생 2

강사, 봉사자, 평생학습자로 살아가는 김가현님 이야기 -

 

GettyImages-jv12711144+(1).jpg

 

배우고, 나누고, 그리고 다시 도전하다

울의 어느 월요일 아침. 김가현씨는 연구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앞치마를 두른다. 곱게 씻어 놓은 쌀과 누룩, 맑은 물이 그의 손끝에서 차분히 섞이며 전통주의 숨결을 품어낸다. 발효실 문을 열면 은은한 향이 퍼지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술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통주는 기다림의 예술이에요. 내가 손을 댔다고 바로 완성되지 않죠. 시간을 주고, 정성을 다해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거예요.”

 

그는 단순히 술을 빚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강단에 서면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진다. 전통주가 가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술 한 잔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제자들에게 전한다.

 

집술예찬사진.jpg

 

제가 만든 술이 아니라, 선조들이 지켜온 시간을 빚는 거죠. 그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 그의 직함은 ()북촌전통주문화연구원의 강사이자 연구원, 그리고 노노(No )스쿨의 학생이다. 누군가에게는 은퇴 뒤의 새로운 취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배움과 나눔의 학교다.

 

채주후.jpg

 

구분선2.png

 

그의 젊은 시절은 회사원으로 시작됐다. 수십 년간 몸담은 현장에서 그는 누구보다 치열했다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순간, 그는 팀원들과 함께 포효하듯 웃으며 기쁨을 나눴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죠. 같이 밤새워 만든 결과가 회사의 성과로 이어질 때, 그만한 보람은 없었습니다.”

 

 

 

GettyImages-1288589840.jpg러나 기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회사가 급격하게 어려워지며구조조정의 소용돌이가 그와 팀을 휩쓸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동료들을 내보내야 했던 일입니다.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시대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요. 그 무력감은 아직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구분선2.png

 

직 후,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앞으로의 삶을 고민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다시 배우자. 그리고 준비하자.’ 그래서 그는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에 편입했다. 평생교육사와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졸업과 동시에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손에 넣었고, 별도로 준비한 직업상담사 시험에서도 합격했다.

 

처음엔 겁도 났어요. 나이가 있는데 과연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그런데 막상 해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이제 단순히 이력서에 적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거죠.” 

 

그러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의 인연은 포털사이트에서 발견한 보람일자리 전담매니저 공고에서 시작되었다.

 

"이거다! 싶었어요.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죠.”

 

남부캠퍼스에서 2년간 전담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그는 은퇴 후 삶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배움과 나눔,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결. 그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었다. 저녁에는 인생학교(남부캠퍼스 2) 수업에도 참여했다. 동기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며, 지금도 몸써라는 커뮤니티에서 분기마다 모임을 이어간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응원하며 배우는 시간이 정말 소중합니다. 나이 들었다고 배움이 끝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학습지원단 활동도 이어졌다. 2년 동안 쌓은 경험은 서울시50플러스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배움을 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업상담사 자격까지 활용해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또다시 2년간 보람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구분선2.png

전통주와 함께 시작한 새로운 배움의 길

2017, 그는 새로운 도전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 전통주를 빚는 수업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소주와 맥주만 마셔왔던 저에게 전통주를 직접 빚는 경험이 신선했죠.”

 

GettyImages-a13081783.jpg
 

술을 빚고 맛을 본 순간,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이게 내가 만든 술이야?’ 그때 전통주의 매력에 단번에 빠졌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그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전통주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싶어, 당시 강의를 맡았던 북촌전통주문화연구원 원장님의 연구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전통주 입문이 시작되었다.

 

그는 막걸리학교와 한국가양주 연구소 등 다양한 곳에서 전통주 공부를 이어갔다. 최고 지도자 과정까지 마치며, 우리술지도자, 우리술제조관리사, 전통주문화해설사, 약선주주조사 자격도 취득했다.

 

 

 image01.png

  

공부할수록 전통주에 담긴 역사와 문화가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우리 문화라는 걸 깨달았죠.”

 

통주는 그의 삶에서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강의와 봉사로 이어졌다. 술꽃향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전통주 전도사가 되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남부캠퍼스에서 학습지원을 하면서, 나도 강사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렇게 그는 시민강사로 선발되어 북부캠퍼스와 남부캠퍼스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성북50플러스센터, 동작50플러스센터, 강강찬 도시농업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를 이어갔다.

 

image02.png

강사로서 활동 현장

 

image03.png

서울시50플러스 우수강사선발대회에서 대표우수강사 선정 

특히 2022년 연말에는 서울시50플러스 우수강사선발대회에서 대표우수강사로 선정되며 큰 보람을 느꼈다.

 

image04.png

강사로서 활동 현장

 

강의를 통해 수강생들이 우리 술이 이렇게 맛있고 재미있을 수 있구나하고 감탄할 때,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외국 술보다 우리 술의 우수성을 느끼고그걸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전통주를 통해 그는 단순히 술을 빚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체감하게 되었다그의 전통주 강의는 이제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배움과 나눔이 연결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전통주를 배우며 깨달았어요. 배우고 나누는 즐거움은 끝이 없다는 것을요.”

 

구분선2.png

 배움과 나눔 속에서 빚어가는 하루

월요일 아침이면 그는 어김없이 북촌전통주문화연구원으로 향한다. 연구원에서 전통주를 배우고 술을 빚는 시간은 여전히 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큰 기쁨이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노노스쿨(No )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배움으로 얻은 것을 나누고 또래들과 함께 사회공헌을 실천한다.

 

image05.png

노노스쿨 봉사활동 현장

 

노노스쿨은 행복에프앤씨재단이 추구하는 음식을 통한 행복한 삶의 가치 실현을 바탕으로, SK가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은퇴라는 전환기를 맞이한 50~60대 신중년들이 새로운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기도 하다.

 

image06.png

노노스쿨 봉사활동 현장

 

이곳에서 그는 매주 화요일 반찬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드린다. 또 매달 한 번은 영등포의 토마스 집을 찾아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을 위한 식사 준비와 배식 활동에 참여하며 따뜻한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전에는 늘 성과와 목표를 좇으며 살았다면,

지금은 배움과 나눔을 통해 더 큰 만족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구분선2.png


image07.png


배움과 나눔에서 찾는 진짜 행복

 

가 삶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행복의 기준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선한 일을 보면 오히려 자신이 더 건강해지고 충만해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하잖아요. 남을 돕는 행동이 오히려 제 면역력을 높이고, 마음을 밝게 만드는 걸 느낍니다.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뜻을 나누며 행복을 누리고 있어요저는 노후에도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배움과 나눔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작은 힘이지만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 배움의 길에서 얻은 확신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리고 또래들에게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전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충만감, 그게 진짜 행복 아닐까요?”

 

그에게 행복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작은 나눔 속에서 피어나는 마음의 온기였다. 그래서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배움과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노후는 없을 겁니다.”

 

 

 KakaoTalk_20250905_09435438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