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대! 어떤 호칭으로 불리고 싶어 하나?

나이 구분적 호칭보다 중립적 호칭 선호



며칠 전 은행에 볼일이 있어 갔다. 서류 작성 중에 창구 직원이 나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영 듣기가 불편하였다.

나에 대한 호칭이 언제부터인가 고객님에서 아버님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나이가 지긋하니 존대하는 의미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금융기관, 관공서, 서비스 기업 등의 고객응대 매뉴얼이나 CS 지침에 나이 60 전후부터는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르라고 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버님보다는 고객님이 더 듣기에 편하다. 내가 자기의 아버님이 아니기도 하지만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었나?’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은 나이가 많은 고객을 존대한다는 의미로 아버님이라고 부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존대 받는다는 뜻보다는 젊은 사람과 구분하는 나이 중심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한 발 더 나아가 나이가 많아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 뭔가를 도와 줘야 하는 어른으로까지 비약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

 

 

5060세대들, ‘아버님, 어머님호칭에 부정적 의견

 

중장년 세대 대상의 소셜기업인 임팩트피플스가 5060세대의 가장 선호 호칭에 대한 설문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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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 호칭 선호도 조사 출처 : 임팩트피플스

 

 

이 설문에 의하면 5060세대들은 어르신’, ‘사모님’, ‘아버님보다는 ‘OO’, ‘OO 처럼 본인의 이름을 불러 주거나, ‘선생님으로 불러 달라는 응답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운현선(성북구, 65)씨는 백화점이나 은행에 가면 어머님이라는 용어를 많이 듣게 되는데 사실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어머님이라는 호칭은 그 단어 자체에 나이 많은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나이나 세대를 나타내기 때문에 차라리 선생님’, ‘고객님이라는 호칭이 더 듣기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50대 중반의 직장 후배가 겪었던 일도 상당히 의미 있는 얘기다.

부하 직원의 애기 돌 선물 구입 차 백화점 아동복 코너에 갔더니 젊은 여직원이 아버님! 손녀 옷 사러 오셨나 봐요?’ 해서 아닙니다, 다음에 올게요, 아줌마!’하고 한 방 먹이면서 나왔다고 한다.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손님을 내쫓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이다.

 

 

최근의 나이 계산법 감안하여 기업에서도 호칭 변화 바람

 

명동의 모 백화점은 최근 리뉴얼 공사를 하면서 기존에 있던 시니어 존(zone)’을 없애고 대신 여성 패션 의류코너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50대 이상의 고객들이 시니어’, ‘중장년등 나이나 세대를 표현하는 호칭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반영한 마케팅 조치이다.

소설가 고 박완서님께서도 요즘 사람 나이는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되고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하는 게 제 나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유통업계에서도 소비자의 나이를 계산할 때 ‘0.7’을 곱하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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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U.N에서도 연령 구분을 새롭게 정의했는데 18세부터 65세까지는 청년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은 순전히 말하는 사람인 화자 중심의 단어이다. 듣는 사람인 청자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아버님, 어머님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선물의 품목을 전할 때도 그렇고 호칭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께 건강식품을 선물로 사드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주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건강을 배려하였다지만 받는 부모님은 그런 건강식품보다는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현금을 더 선호한다는 설문결과를 본 적이 있다.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 중심의 호칭이 바람직

 

호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말하는 사람이 존대, 존중한다고 생각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르게 해석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는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것이다.

 

금융기관이나 관공서의 호칭 관련 매뉴얼은 아마 20~30년 전부터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준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1980년대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여자 70, 남자 62세였으나 지금은 여자 86.5, 남자 80.5세이니 호칭에 대한 개념도 변화가 필요하다.

 

수명이 70세일 때의 60대는 아버님이나 어르신이 적합한 호칭일지 몰라도 평균수명 90세를 바라보는 지금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은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커피까지 대접받는 시대다 보니 대충 나이가 좀 있다 싶으면 무조건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른다.

 

따라서 이제는 5060세대들에 대해서 단순한 나이 구분적 호칭보다는 고객님또는 선생님같은 중립적 호칭이 적당하며 서로 이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OO’, ‘OO 등과 같이 이름을 불러줘도 좋겠다.

또한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도 호칭에 관한 매뉴얼도 고객 중심적, 청자 중심적으로 전환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기자단 김덕출 기자(kimch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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