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낯선 일본! 그러나 기본은 가을이다!

예전에는 독서하기 좋은 계절로 가을을 꼽았다. 이제는 가을만 책과 연관 짓기엔 환경이 꽤나 많이 바뀌었다.

 

개인의 취향, 산업의 형태, 사회적 가치가 점차 극소 단위로 분해되고 있다. 공동체는 개인으로,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어 서로 이름도 모르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들은 계속 나노화 되는 중이다라고 김난도 교수는 말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어우러짐을 허락하지 않은 탓일까.

 

통상 영상 콘텐츠 한 편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되는 포스터는 많아야 7종이다. 얼마 전 웹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포스터는 30 여종. 기존의 셈법으로 해석이 어렵다. 5배나 많은 비용을 들이고 결과물을 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노 사회로의 전환을 이유로 든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면면이 나노 단위로 쪼개졌기 때문에 쪼개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그들의 선호에 맞춘 세분화된 포스터가 필요했다는 거다. 블록버스터 마니아, 로맨스 매니아 등으로 나노화된 소비자.

 

이런 트렌드 아래 필자에겐 여전히 낯선 나라를 여행했다.

 

 

간사히 국제공항 터미널에 짐 두고 몸만 일본 입국.

짐 잃어버리지 않았냐는 문자!’ 스팸문자로 여기고 무시하려다 아차, 내 배낭!

 

손가방 하나와 배낭이 평상시 해외여행 차림이다. 행동력을 보장하기 위해 트렁크를 사용안한지 오래다. 오랜만의 길 떠남이라 보통 때와 달리 여행용 배낭을 수화물로 맡겼다. 200611월에 방송국 취재 지원차 방문한 뒤 처음인 일본이니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 흘렀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보다 가까운 곳임에도 인연이 없는 나라였나 보다.

착륙을 앞두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기억나지 않지만, 간사히 국제공항 입국 환경은 예전 기억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예약해둔 JR 기차를 타러 이층 터미널로 향했다.

예약한 표를 발권해 개찰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외교 문자는 기내에서 이미 받았다.

뭐지 하며 문자를 보니 짐 잃어버리지 않았냐?”고 묻는다.

스팸 문자인가?” 하며 갸우뚱하는데 등에서 느껴져야 할 무게감이 없다.

아차! 수화물 찾는 곳에 들르지 않았다. 배낭을 찾지 않고 손가방 하나만 들고 바로 입국 심사대로 향했던 것.

 

문자를 보내온 상대에게 수화물 터미널에 배낭을 두고 일본 입국했음을 알렸다. 간사히 국제공항 근무자를 만날 장소도 약속했다. 커피숍 앞. 다행히 두 명의 도움을 받아 여권과 항공권에 부착된 수화물표를 보여주고 공항 수화물 찾는 곳으로 들어갔다. 별도로 보관하던 배낭을 인계받고 무사히(?) 재입국 할 수 있었다. 출국과 입국을 다시 했으니 재입국 맞다. 승객들이 거의 빠져나간 뒤라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그 덕에 시간 맞게 교토행 예약 JR도 탑승했다. 5분이라도 늦어졌다면 예약한 JR은 못타고 또 비용들여 발권과 탑승 시간 대기라는 불편함을 겪을 뻔 했다. 공항에서 도움을 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너무 오랜만인 방문에 추억거리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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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배낭을 찾으러 세관 사무실로 들어가는 필자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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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배낭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버튼식 공중전화 두 대

예약한 기차표 발권을 위해 도착한 공항 옆 건물 대합실에 공중전화 두 대가 보인다! 이 곳에 공중전화? 의아했다. 별도 구분부스 없이 그것도 재활용 분리 쓰레기통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터치식이 아닌 버튼 식 공중전화. 아날로그라 반갑기는 했는데 명색이 국제공항 연계된 버스, 기차 터미널 대합실 아닌가! 오래 지켜보지 못했으나 지켜보는 동안 이용자는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해 놓은 것일까? 국내 지하철 역사에 공중전화가 이렇게 설치되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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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히 국제공항 옆 발권 대합실에 있는 공중전화 두 대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오가는 차가 없어도, 보는 사람 없어도 지킨다, 횡단보도 신호등!

2006년에도 봤다. 왕복 1차선 골목길에 설치된 횡단보도 신호등. 그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노란 모자에 책가방을 맨 아이의 기억. ‘오가는 차가 없으니, 폭도 짧으니 건너가도 될 터인데를 떠 올렸었다. 당연히! 그러나 이곳 아이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한 손을 높이 치켜들고 횡단보도를 건넜는지는 기억에 없다. 지키지 않는 자의 낯섦일까! 이 횡단보도 신호 지킴은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이 없었다. 새벽에도, 도심에서도. 걷는 이도 자전거를 탄 이도. ‘융통성이란 단어는 사회적 약속에선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기본은 철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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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신호를 지키는 건 기본!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 아니다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교토 불광사의 아침인사

낯선 곳에 가면 이른 아침에 그 동네를 둘러보는 재미를 갖는다. 구글 지도를 보니 숙소에서 왕복 6km 거리에 불광사라는 사찰이 있다. 운동 삼아 걷기 적당한 거리. 다만 습해서 더위는 견뎌야 했다. 서둘러 도착한 사찰엔 움직임이 없다. 자갈을 밟는 내 발자국 소리만 퍼진다. 법당 안으로 들어서는데 뒤에서 오하요 고자이마스!’ 소리가 건너온다. 뒤돌아서 누구인지를 살피며 おはようございます!’라고 합장 맞인사를 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스님이 인사를 해 온 거다.

국내에선 절에서 스님이나 사찰에 기거하는 거사로부터 먼저 인사받은 기억이 없다.

다음 날 방문에도 그들에게서 인사를 받았다. 그들은 조용히 움직였다. 손에 들고 갔던 삼각대가 불편한 순간이었다. 촬영한 사진은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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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찰과는 다른 분위기, 기거하는 이 또한 다른 마인드?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오사카 사천왕사마당에 펼쳐진 벼룩시장

교토에서 전철을 이용해 오사카로 이동했다. 도착한 다음 날도 동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천왕사를 새벽같이 방문해 둘러보았다. 거리는 왕복 5.5km. 그곳까지 가는 동안 주택과 묘지가 담장 하나로 구분된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국내에선 본 적 없고 볼 수 없는 소경이다.

문이 열려있는 묘지와 잠긴 묘지를 꽤 많이 지나쳤다.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더니 맞춤 비가 내린다. 카메라와 삼각대만 손에 있을 뿐 우산은 배낭에 있어 내리는 비는 맞는 수밖에. 드디어 도착한 사천왕사. 사찰안에 설치된 안내 지도를 본 뒤 한 바퀴 도는 동안에 비가 다행스럽게 그쳤다.

그런데 곳곳에 가판이 펼쳐진다. 점점 더 수가 불어난다. 아직 07시 전. 이게 무슨 일일까? 오늘 이 사찰에서 행사가 있나? 궁금증을 갖고 펼친 곳에 다가가 보니 일본에서 보지 못했던 벼룩시장 가판이다. 국내 동묘역벼룩시장에 가끔 걸음하기에 이곳의 벼룩시장은 더 많이 반가웠다. 다만 출국 항공 시간이 정해져 있어 여유롭지 못하다. 아쉬움을 잔뜩 담은 발로 펼치는 가판들 앞을 빠르게 지나치며 눈을 굴렸다. 옛날 물건, 그림, 아이들 장난감, 자기 컵, 성냥, 반지, 시계 등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소품들이 널려있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아직 펼쳐지지 않고 정돈되지 않는 박스나 쌓여있는 물품을 직접 뒤적이며 원하는 물건을 찾는다. 개중에는 찾은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을 마친 뒤 다른 가판으로 옮기는 이도 있다. 내가 찾는 조형물은 보이지 않는다. 원하던, 찾던 물건을 손에 든 그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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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과 담장 너무 회색집 벽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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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비슷한 사천왕사에 펼쳐진 벼룩시장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낯선 환경에서 지켜본 기본

평균이 상실되어 정규분포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세상. 그래서 평균적인 무난함으로 살아내기 힘든 사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산업 사이클의 변동성으로 2~3년에 한 번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에 시스템과 관행을 3년 주기로 바꿔야 한다는 글로벌 컨설팅 그룹 대표 이야기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강산 변화, 10년 주기설은 어쩌면 더 이상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노 사회와 짧은 주기는 모든 것을 낯선 환경, 낯선 공간, 처음 사는 삶의 시간에 들어서게 한다. 그럼에도 기본은 흔들림 없이 지켜지고 있는 곳,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아는 사람,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은 변함없는 기본임을 이번 여행길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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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지켜지는 모습이 많이 부럽다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kis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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