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실버크루(Silver Crew) 

‘크루(crew)’의 사전적 의미는 조정(漕艇) 경기에서, 보트에 타 한 조를 이룬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같은 목적을 가지고 두 명 이상이 모인 그룹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 용어로 ‘팬데믹’, ‘언택트’ 등이 일상에서 널리 쓰이듯이 ‘크루’도 이제는 50플러스 세대도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아르바이트생을 ‘알바’가 아닌 ‘크루’라고 하고, 힙합 등 춤 그룹 구성원을 ‘댄서’나 ‘멤버’라고 하는 대신 ‘크루’라고 하듯이 의미는 약간 다르지만 ‘커뮤니티(community)’ 역시 이제는 예전처럼 ‘써클(circle)’이나 ‘동아리’로 부르지는 않는다.

 

‘실버크루’는 2022년 7월 발족한 금천50플러스센터(이하 센터)의 새내기 커뮤니티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체조나 율동 등 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건강증진과 치매 예방은 물론, 원활한 사회생활을 도와주는 실버체조지도사들의 모임이다. 센터에서는 매 학기마다 지역사회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실버체조지도사 1급 자격증반’(이하 지도사)은 수료 후 어르신을 대상으로 강사로 활동하며 모두 ‘실버크루’ 커뮤니티의 회원이 된다. 이들은 50플러스 세대로, 노인들의 건강한 여가 활동을 돕는 ‘보람일자리’의 최전선에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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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크루 경로당 활동 모습

 

열정이 넘치는 걸크러쉬

11월 23일, 늦가을 햇볕이 나른한 오후에 금천50플러스센터에 모인 커뮤니티 ‘실버크루’를 만났다. 각자 맡은 경로당에서 수업을 마치고 복귀한 크루들의 커다란 숄더백 ‘바캉스 가방’에는 공연용 소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실버체조 수업은 11월 말에 종료되고 내년 초에 재개한다고 하는데 이날 2시간여의 회의와 토의에서는 금년도의 실적과 성과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통해 내년도 활동계획과 사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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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크루 커뮤니티 회의

 

시민기자는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열정 가득한 ‘걸크러쉬’들과 인터뷰 겸 담소를 나누었다.

밝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노연주 회장은 강사로 활동하게 된 배경과 실버크루와의 인연에 대해서 소상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30년간 요식업에 종사해 왔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업을 접고 지난 3년간 자격증 취득과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3개의 자격증 취득과 의욕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센터의 지도사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고, 10년 전 우연히 배운 사물놀이가 지금의 강사 활동과 연계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100세 시대를 맞아 실버산업이나 실버 생태계가 부각되는 요즈음 시기적절하게 커리어 관리에 도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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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크루 노연주 회장

 

강도영 총무는 본업인 통신사 기자로 현역에서 활동하면서 ‘부캐’인 실버크루의 기획업무와 총무를 맡아보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면서도 열 일을 마다하지 않는 호감형의 ‘센 언니’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은퇴 후 건강관리와 사회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강사가 되었다면서 단순히 헬스장 출입만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허리부상으로 척추 장애가 생겨 재활 중인데 누구나 노력하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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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연주 회장과 강도영 총무

 

이지연 크루는 대부분의 여성처럼 경력단절 시기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방송대학을 다녔는데 재학 당시 대학에서 ‘신체활동 리더’라는 교육을 받고 경로당에서 수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예전의 그 경험이 지도사 활동과 연결되어 지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승은 크루는 현재 학습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50플러스 세대 대상으로 강의 경험이 있는 재능과 끼가 많은 재원이다. 올 2월에 교통사고를 겪은 후 자기 운동도 되고 어르신 대상 수업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도사가 되었다고 한다. 커뮤니티 실버크루에 참여하면서 얻게 된 ‘구성원들과의 유대와 소통’을 올해 최고의 선택으로 꼽았다.

 

전영란 크루와의 스토리는 이미 8월 포털에 게재된 ‘어르신과 함께 춤을… ‘실버체조지도사’ 활동 참관기’(보러 가기▶)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다.

 

실버크루, 일문일답으로 들여다보기

문) 커뮤니티 ‘실버크루’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무엇이며 주력 활동은 무엇인가요?

답) 키워드는 ‘제2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실버체조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곧 노인이 되고 언젠가는 삶의 의욕과 활기를 잃게 되겠지만, 현재 어르신들을 본보기로 삼아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저희들의 임무이고 존재 이유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활력 발전소’인 셈입니다. 저희는 개인이면서 또 조직의 일원인 강사로서 경로당, 복지관, 데이케어센터 등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실버체조를 보급하는 것을 주된 활동으로 합니다.

 

문) 타 커뮤니티와 비교해서 실버크루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답) 저희들의 강점은 끈끈한 연대와 상호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SNS) 활동도 활발해서 매일 카톡과 밴드를 확인하는 것이 일과입니다.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취미활동을 공유하고 나아가 자기 계발을 통해 종국적으로는 자아실현을 도모하는 공동체 문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역량 또한 매우 높아 과거의 해외 유학, 해외 거주 등 글로벌 경험이 어우러져 영어는 물론, 여러 외국어를 구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화교 노인분들에게 중국어로 프로그램 활동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 강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감 한마디.

답) 단순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기대보다 대가도 적고 힘들고 지치지만,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봉사와 보람 일자리라는 양면성을 지닌 특별한 활동이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경로당 어르신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한 친밀감과 공감대 형성은 실버크루의 자산이자 다양한 미담 사례를 만들어 냈습니다. 선물로 받은 아이스크림을 가방에 넣고 오다가 다 녹아버려 가방이 엉망이 된 이야기,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던 무더운 여름날 경로당에서 강사들을 위해 손수 부채질해 주시고 수건을 건네준 어르신, 수업하느라 시장할 거라면서 부침개 만들어 주신 어르신, 정작 그분은 부침개 부치느라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 죄송했다는 등 훈훈한 사례는 어르신들과의 교감을 넘어 가족이라는 일체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다이내믹하고 에너지 넘치는 강사지만 섬세한 감성도 발휘하여 어르신들에게 핸드크림이나 꽃무늬 양말 등을 선물하기도 하면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 노력은 스스로도 자랑스럽습니다.

 

문) 어려웠던 순간과 이를 극복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답)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지만, 보람일자리이기 때문에 경로당 활동 일정과 개인 일정 등이 서로 어긋날 때 사소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식도 곱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아까운 재능을 왜 경로당에 소비하나, 그 돈 벌려고 그런 일을 하느냐, 노인들에게 기를 다 뺏길 거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들로부터 수고했다고 물 한잔 건네받고 ‘선생님’이라고 불릴 때는 모든 것을 위로받고 스스로 뿌듯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경로당에 처음 찾아갔을 때 화투 치는 데 방해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 지도사는 안 와도 된다고 불편해하고,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더 연습하고 오라고 핀잔을 주는 등 왕따시키거나 텃세를 부리는 만만치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만, 진정성 있게 끊임없이 적응하려는 노력과 어르신 일상에 스며들기를 통해 오늘의 관계와 위상을 확보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과의 유대감과 친화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앞으로의 계획과 활동 방향에 대해서

답) 센터장님을 비롯해 이미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센터 1층에 독립된 사무실도 확보했고 10개소였던 경로당이 17개소로 늘어나 활동 기회가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센터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11월 이후 휴식 기간에는 실버크루의 활동을 모아 유튜브로 제작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 금년도의 활동을 바탕으로 ‘실버크루체조단’을 결성하려고 합니다. 체조단은 금천구청을 비롯한 지자체, 각종 기관이나 단체에 행사와 공연을 지원하고 봉사 활동을 확대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체조단을 파견하여 행사를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센터 내 실버 관련 커뮤니티와 연대와 협력도 강화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싶습니다. 또 커뮤니티 구성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여 자질과 능력을 향상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욱이 이제 남성도 2명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실버크루는 여성 전유 커뮤니티 이상으로 센터의 간판 커뮤니티로서 기능과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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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크루 행사 모습

 

대표 커뮤니티를 꿈꾸며

센터에서 운영한 실버체조지도사 과정은 현재 3기까지 수료생이 배출되었고 4기 또한 20명이 수료를 앞두고 있다. 아쉽게도 1기와 2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받았고 사회적 여건상 강사로서의 활동이 유야무야 되고 말았지만 3기부터는 수료 후 본격적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4기 중에서도 자격증을 보유한 2명이 합류하여 모두 8명의 지도사가 17개 경로당에서 매주 2~3회씩 실버체조와 유연성 운동을 가르치고 있다.

 

실버크루들의 사회경력을 알고 보면 놀랍고 다양하다. 이들은 이미 검증받은 사회 경험에 더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불어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센터에서 배출한 지도사로 인턴과정 없이 현장에 투입되어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 낸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맞서 크루끼리 힘을 모아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독려하면서 실전에 투입되어 강사로 활동한 긍지와 자부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최초라서 잘해야 한다는 의욕과 열정이 어우러져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고, 더 잘하려 해서 그만큼 더 잘하게 되는, 포부만큼이나 결과가 나타난 데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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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크러쉬 실버크루

 

시민기자가 만나 본 실버크루는 순수한 심성, 진솔한 마음가짐과 부드러운 미소, 당찬 몸짓으로 무장한 센터의 독보적인 브랜드 그 자체였다. 실버크루가 창대한 시작과 더불어 센터를 대표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powerarc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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