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은 참 크다 

필자는 예전 ‘학이시습지면 뒤집기 한 판’이란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배움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었던 제목이었다. ‘독서와 배움은 내 삶의 과정에서 늘 돌파구의 역할을 했다’라는 글도 쓴 것 같다. 퇴직 이후 여행을 즐기며 자유의 시간을 마음껏 구가하던 시기에도 나의 학습에 대한 끈은 계속 이어졌다.

시간이 제법 있었던 시기여서 서울시민대학의 여러 강의 중 흥미 있는 강의를 찾아다녔는데 당시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립 이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 초에 서울시민대학의 정규과정을 이수하였다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명예시민학사 자격증을 받았다. 지금은 내친김에 석사학위 과정도 수강 중이다. 그런 학점 이수의 과정이 있는지도 모르고 새로운 것과 흥미 있는 것을 수강하였을 뿐인데 거기에 학사학위라니. 명예학위였지만 결과적으로 과정 이수를 위한 수업을 많이 들었다는 증빙이었고 ‘내가 들은 수업이 계속 학점 관리되고 있었구나!’ 하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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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단풍이 멋진 경의선 숲길의 책거리, 가끔 이곳에서 문화를 읽는다. ⓒ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놓치기 싫은 인문학적 감성

서울대학교와 필자가 거주하는 관악구가 연계하여 만든 과정인 관악시민대학의 강의도 수강하여 대학, 대학원, 최고위 과정까지 이수하였다.

필자가 이런 수업을 찾아 듣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한 것이었고 잊히기 쉬운 인문학적 감성과 감각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함께 수업을 듣는 지역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의 따끈따끈한 내용의 강의를 그 분야 최고의 교수나 강사들에게 듣는다는 것이었다.

몇 해 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자신이 한 것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열심히 차려 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라는 인상 깊었던 수상 소감을 말한 것처럼 나도 잘 준비된 강의를 찾아 떠먹은 셈이다. 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인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다양한 강좌 수강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립 후 캠퍼스와 센터에서도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였다. 그중 기억나는 수업의 하나가 ‘소자본으로 책방 만들기’란 강좌였다. 그 강좌에는 독립서점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였다. 당장 현실화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모두 멋진 책방 주인이 되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필자도 퇴직 후 작은 책방을 만들어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찾아와 자신의 강의를 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여서 흥미롭게 그 강좌를 수강하였다.

‘천 개의 스토리 천 권의 자서전’이란 수업도 있었는데 필자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자서전을 만드는 것을 선택하여 수업 내내 살아계실 때의 아버님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강좌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문학 강좌를 제일 많이 선택하여 들었던 것 같다. 여행, 영화, 미술, 영상물 제작, 그 외에도 각 분야의 명사 특강, 4차 산업 관련 강좌, 재무 강좌, 인생 이모작 특강, 유튜브 강좌 등을 신청하여 들었다. 어떤 학습이든 내가 찾고 희망해서 들은 것이었으므로 배우고 듣는 모든 것이 즐거움 자체였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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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민병천 교수님의 영시 산책 강의 ⓒ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어느 강좌에서 들은 영시 산책

최근에 들었던 ‘영시 산책’이란 강의가 있었다. 강사는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민병천 교수이셨는데 강의 제목이 ‘선택과 성공에 대한 몇몇 단상들’이었다.

‘성공을 위한 선택을 하는 비결들’, ‘선택의 버거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무게’, ‘선택이 주는 두려움과 이를 이겨내는 용기’, ‘선택에 대해 말하기: 불확실성과 신념의 사이에서’라는 4개 주제의 영시를 읽으며 선택에 대해 밝고 긍정적인 접근과 어둡고 어려운 접근에 대해 비교하며 시를 감상하는 것이었고 내게는 아주 흥미로운 강의여서 질문도 많이 하고 교수님과는 다른 나의 견해를 조금은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 강의에 푹 빠졌다는 것이고 수강생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시를 옮길 수는 없어 작가와 시의 제목 정도만 소개한다.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성공이란’. 프로스트(Robert Frost)의 ‘한 아름의 짐’. 맨셀(Jojoba Mansell)의 ‘어려운 선택’.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길지 않은 영시이니 한번 찾아 일독해 보기를 권한다.

두 시간의 강의가 재미있기도 하였지만 지난 시간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것들이 영상처럼 떠올랐고 다시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삶에서 선택의 과정은 필연적이다”란 말은 어쩌면 “선택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란 말과 동의어일지 모른다.

시 속의 선택의 과정이 희망차고 밝게 표현되든 아니면 고통과 어두움으로 표현되든 그 어느 것이든 자신의 삶 속에서 생각해야 할 하나의 당위(Sollen)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살아있음이기 때문이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란 말이 있다. 또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삶의 선택이란 과정에서 진짜로서의 자신을 얻고 진짜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0+시민기자단의 선택과 활동

필자는 퇴직 이후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는 정도의 글을 써왔다. 두어 줄의 짧은 글도 있고 제법 긴 글도 있었다. 그것과는 성격이 매우 다른 50+시민기자단의 활동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고 50+세대들의 관심사에 대한 글을 적어 보고 싶은 마음의 선택이었으며 또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글이 익명의 타인에게 읽히고 전해지는 피드백을 듣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기자단 활동으로 두 해의 시간을 선택했다. 그것에 대한 돌아봄은 또 시간이 지난 후 정리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서로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동료가 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아래의 시는 여행 대학의 동문 자격으로 ‘여행 사진과 시’ 콘테스트에 출품하여 우수작을 받은 작품이다. ‘여행길에서’란 연작시였는데 필자의 자작 시이니 부담 없이 한편을 이 글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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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대학이 주최한 사진·시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연작시, 여행길에서 ⓒ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여행길에서


길은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

길의 역설이다.


내가 걸음으로서

비로소 길이 된다.

내가 불러주어야

꽃이 되고 의미가 되는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여행은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나의 첫 발걸음으로

길우에 나의 마음을

얹는 것이다.


하여 훗날

그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씨익 한번 웃어 주는 것이다.


-J.I.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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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관계와 자기 발견’에 대해 강의 중인 필자 ⓒ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서울시50플러스재단 내 캠퍼스의 활동은 여러 가지로 나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 주었다. 기자단의 활동도 삶의 ‘여행길에서’처럼 아마 그중 하나의 의미로 남을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마지막 수업이란 인터뷰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친구가 없는 삶은 실패한 인생이다.”, “정기적으로 만나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야 삶이 풍성해진다”라는 글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수일 전 함께 활동했던 모임의 몇 동료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을밤의 정취도 좋아서 대화가 무르익었다. 퇴직 후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가올 시간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시시콜콜한 자신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즐거워했음은 물론이다.

필자는 지난달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인용했던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수업의 글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 이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구나!” 하면서 말이다.

 

*재미 삼아 한 곡:

어느덧 2022년 50+시민기자단 5기 해단식 전 마지막 기사입니다. 11월 30일 취재 기사건(중부캠퍼스 커뮤니티 성과 발표회 및 크리스마스 점등식 행사)이 하나 남아 있지만 그 기사는 해단식 이후에나 올려질 듯하네요.

아래 링크는 필자가 유튜브에 올린 기타 치는 영상인데 시간이 되시는 분은 재미 삼아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용기 내서 올리는 거니 맘에 안 드시면 가차 없이 패스하시고요.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긴 합니다. 하하! 진짜 재미 삼아 즐거운 마음으로 한 곡입니다.

[영상 보러가기 ▶클릭]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try3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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