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겉옷에 웃옷을 덧입는 계절이 되면 딱 사람의 체온만큼 온기가 그리워진다. 세밑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속력을 더하고 사람들은 좀 더 분주해진다. 밀렸든 벌여 놓았든 정리하고 결산할 게 많은 때이다. 일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그래서 이맘때면 신중년은 종종걸음치는 젊은이와 보폭을 맞추어 걷기가 한층 더 힘겨워진다.

계절이 아름다운 이유는 신실하게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고,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오직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달라도 계절과 인생은 한 올 시간의 실에 꿰어서 함께 아름다워간다. 아름답도록 소중한 오직 한 번의 삶을 생각하며 삶 속에서 오가는 체온 담긴 이야기를 그리워할 무렵, <50+삶, 그림책과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다>라는 강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스토리텔링은 50+의 사회적 역할의 하나

스토리텔링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적인 의미가 ‘이야기하다’이니 그 기원은 인류가 말을 하기 시작한 그 언제쯤일 것이고, 그 방식으로 인류가 여태껏 살아왔으니 누구에게든 낯선 형식의 소통 방식은 아닐 터이다. 요즈음은 영화, 공간, 건축, 미술, 연설, 수학, 지역, 광고, 마케팅 등 온갖 곳에 스토리텔링을 붙여 쓴다. 아마 칼날 같은 어떤 논리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흔드는 스토리텔링의 힘 때문이리라 짐작해 본다. 스토리텔링은 전달하려는 말을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시키며 정서적으로도 깊이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쉽게 공감하게 함으로써 이내 설득에 이르게 한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으로 50+의 삶을 만난다고 하니 마음이 쏠렸다. 때마침 50+의 사회적 역할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생각하던 터라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강의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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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삶, 그림책과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다> 강의실 풍경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첫날 강의실 풍경

<50+삶, 그림책과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다> 강의실 안에 수강생은 열 명이었다. 강사와 수강생이 눈을 마주 보며 소통하기에 알맞은 인원이라고 여겨졌다. 강사와 수강생의 거리는 가까웠고 오전 햇살이 낮고 부드럽게 들어와 강의실은 밝았다. 

강의는 정영아 강사가 처음과 나중 네 번 강의를 맡고 송경애 강사가 중간에 3·4회차를 맡는 방식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정영아 강사는 1회차에 ‘그림책 읽기 마음 읽기’, 2회차에는 ‘진정한 삶의 출발’, 5회차와 6회차에는 ‘또 다른 나’와 ‘읽고 생각하기’를 주제로 강의한다. 3회와 4회차 강의는 송경애 강사가 ‘실제 이야기는 힘이 세다’를 주제로 삶의 경험 속 이야기 들려주기를 강의한다. 스토리텔링의 소재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 책이나 언론을 통해 접한 이야기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이를 여섯 번에 걸쳐 다루어 나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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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진행하는 정영아 강사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그림책 읽기 마음 읽기

첫날 강의 주제는 ‘그림책 읽기 마음 읽기’다. 스토리텔링의 소재 가운데 책 속의 이야기를 먼저 다루는 것인데, 많고 많은 책 가운데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정영아 강사는 좋은 그림책은 글과 다양한 그림 기법을 망라한 종합예술작품으로써, 많은 생각과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시각적 요소는 상상과 창의로 이끌며,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위해 책 한 권을 소화하기 버거운 50+에게 그림책이야말로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림책의 독자층은 유아부터 100세까지로 이젠 어른과 아이가 그림책을 공유하시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했다.

이어서 스토리텔링으로 삶을 만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문학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이야기를 말로 옮기는 순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카타르시스와 통합 그리고 통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다. 이때 스토리텔러와 듣는 사람 모두에게 치유와 공감 그리고 삶에 변화가 일어남을 깨닫고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강의의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매번 50+세대를 깊은 생각으로 이끄는 그림책을 선정해 스토리텔링 하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설명이 이쯤에 이르자 강의 첫 시간 주제가 ‘그림책 읽기 마음 읽기’인 까닭을 알겠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에 담긴 뜻을 읽는 동시에 책 쓴 이의 마음을 읽어내는 원리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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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강의에서 낭독한 그림책 네 권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그림책 읽는 강사

첫날 강의에서는 모두 네 권의 그림책과 거기 담긴 네 개의 마음을 읽었다. 

1교시에는 헨리 블랙쇼의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와 엠마 줄리아니의 <나 꽃으로 태어났어>를 강사가 읽어 주었다. 그림책 읽기에 앞서 정영아 강사는 재미와 정서적 표현을 위해 감성적 읽기를 추천했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충분히 생각한 후 표현을 연습하라고 했다. 강사가 그림책 읽는 소리는 또렷하고 차분했으며, 표현은 여울을 흐르는 물처럼 맑고 다채로웠다. 

2교시에는 스즈키 노리다케의 <천만의 말씀>과 마거릿 마일드의 <여우>를 읽었고, 낭독 후에는 수강생들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느낀 그림책 속 작가의 마음을 저마다 발표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그림책을 골랐다더니 실제로 수강생들이 받은 느낌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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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자기소개와 함께 강의에 바라는 것들을 발표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강의를 대하는 수강생의 마음 읽기

2교시 중간에는 수강생들이 자기소개와 함께 이 강의에 바라는 것들을 발표했다. 강의에 참여한 이유가 다양했다. 그중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참여했다는 한 수강생의 말이 귀를 거쳐 마음에 내려왔다. 그 순간, 내가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시작되었다.

독서 지도 등 현장경험이 많은 정영아 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이 강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소재가 그림책이든 생활 경험이든 스토리텔링은 삶의 이야기라고 했다. 따라서 이 강의의 목적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음을 읽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고, 둘째는 어린이나 돌봄 시설의 노인 등 마음 나눔이 필요한 곳에서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에필로그

오래전부터 방송가에 전해지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늘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방송하더라도 옆 채널의 드라마 시청률을 앞설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사례에서 생겨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만큼 스토리텔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몰입도가 크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이야기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 특성을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은 힘이 있고 가치가 크다.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는 방법이며, 사람의 생각을 가장 잘 실어 나르는 운송 수단이자, 쉽고 오래 기억하게 하는 도구이다. 창의성과 감성과 호소력이 풍부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클 뿐 아니라 요즈음 대세이기까지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과 소통의 통로가 좁아지는 신중년의 삶이 스토리텔링으로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게다가 신중년은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스토리텔링 소재를 품고 있지 않은가? <50+삶, 그림책과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다> 강의가 우리의 신중년이 스토리텔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도록 실마리를 제공해 주리라 기대한다.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cbsan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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