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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배워 당당히 해외여행 떠나보자! ‘일어, 꿈꾸다’ 팀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입구의 키 작은 배롱나무에 진홍색 꽃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무더운 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랫동안 피고 지는 강한 생명력으로 더위에 지친 이들을 화려한 색감으로 맞아준다. 이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공부 친구들이 그들만의 능력을 꽃피우는 시간을 나누는 현장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의지를 갖춘 50+세대에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회참여 기회 제공을 위한 ‘50+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SK행복나래와 협력하여 지역아동센터에 비대면 정서지원 교육을 진행하는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정서지원)’ 사업을 4개 캠퍼스 커뮤니티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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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일어, 꿈꾸다’의 ‘놀이로 배워보는 일본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 자유여행을 꿈꾸던 일본어 스터디 그룹의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들은 처음으로 이번 수업을 통해서 일본어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교육내용으로는 일본어 인사법과 아이클레이 점토로 만드는 일본 음식 초밥을 통해 색깔 익히기를 준비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한 인사로 시작되어 한 시간 동안 수업이 진행되었다. 화면으로 서로 마주하며 주거니 받거니 정다운 모습들이다. 맞은편 아이들은 충주 주덕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저학년 9명의 어린이들이다. 6명의 선생님들도 서로 손발을 맞추어 가며 차질 없이 이어가느라 조용히 분주한 모습이다. 아이클레이 점토로 초밥을 만들고 유튜브를 틀어주고 놀이 중에 일본어 단어를 간간이 주고받는 수업이 즐겁다.

 

한 시간의 수업을 끝내며 맞은편 화면의 어린이들에게 오늘 배운 단어 중 혹시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키-로(노랑)’, ‘아오(파랑)’, ‘사요나라’… 잠깐 사이에 아이들의 입에서 일어 몇 가지가 툭 툭 튀어나올 때는 감동이었다. 얼마 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장해 나가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무엇이라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하다가 “아, 바로 뿌듯함입니다” 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수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일어, 꿈꾸다’ 팀 선생님들의 뒷모습에서 ‘뿌듯함’이란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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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친 선생님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일어 꿈꾸다 팀 대표 서선희 선생님, 그리고 서은주, 김진향, 김윤선, 윤정희, 함미정 선생님이 함께했다.

 

여섯 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손발이 척척 잘 맞더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모여서 항상 스터디를 해왔습니다. 이번 줌 수업을 위한 동영상 만들기 등 쉽진 않았지만 준비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대상이 저학년이어서 콘셉트를 정하기 위한 많은 동영상을 보고 PPT도 만들고 한 시간짜리 수업이었지만 들인 시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 나름으로 볼 때 함께 하신 우리 엄마 선생님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노력한 만큼 잘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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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꿈꾸다’ 커뮤니티는 오랜 시간 모두 함께 해왔고 유대관계가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시간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우린 주 1회씩 커뮤니티 방에서 저희끼리 공부하고 때론 선생님을 모시고 일어 공부를 하기도 했죠. 저희끼리 공간을 정해가면서 공부를 하고 숙제를 내서 카톡방에 올리고 순전히 자발적인 공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되면서 공간 사용이 해결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일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엄마들의 마음이 맞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지금까지 이른 겁니다.

 

함께 모여서 뭉치다 보면 공부뿐 아니라 또 다른 확장을 도모해왔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지원금이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지역 아동들에게 봉사활동을 해왔어요. 주변 아는 분들의 조언을 얻어서 소외된 분들이나 편부·편모 가정, 다문화 가정에 일정 부분 지원금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거죠. 식당이 있는 공간을 빌려서 그분들과 함께 음식 만드는 과정 등을 간단한 일본어로 소개하면서요. 일본 원어민 체험이나 음식을 만들어 나누기도 하는 지역 봉사활동입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이런 줌 봉사는 처음입니다. 사실 줌 사용을 해 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동안 코로나로 매번 못 모이니까 줌을 배워보자 했어요.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자료 공유도 하고 배우는 과정이 제법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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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도 있었고 때론 어려움도 따랐을 것 같아요.

우리에게 가장 큰 딜레마는 일본어로 무엇을 어떻게 봉사활동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언어를 가지고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전문가도 아니고요. 그런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만나 이런 행사를 하면서 봉사를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를 알게 된 거죠. 굳이 긴 문장의 언어가 아니어도 간단하게 단어 하나 전하면서 나눔 하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이걸 깨달으면서 봉사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죠.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이런 소스를 제공해주어서 확장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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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국어 공부로 모이신 분들이니까 혹시 전공을 했거나 현지 거주 경험을 하신 분들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린 기본 정도입니다. 학창 시절에 제2 외국어로 접했던 것이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부하면서 중간에 한자가 어려워서 따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한자가 많은 일본어를 배우며 두 가지 효과를 보자 하면서 일본어 공부가 시작된 거죠. 

 

그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지속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저희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수업이 딱 정해져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안 되면 카페나 줌으로 모입니다. 혹시 여행 중이어도 줌으로 수업 참여를 합니다. 거의 빠짐없이 수업을 꼭 해 왔습니다.  

 

선한 일은 시작하면 계속 연결이 되기 마련인데요. 혹시 이번처럼 줌 수업 봉사활동이 또 이어지는가요. 

외부 아이들과는 아직 계획이 없는데 또 요청이 오면 회원들과 의견 조율해서 할 수 있으면 하려고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줌 수업뿐 아니라 현장 봉사도 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다른 욕심은 없어요. 원래 시작도 ‘누구의 도움 없이 50대 아줌마들이 당당하게 여행을 떠나보자’ 이게 가장 큰 목적이었거든요. 봉사활동은 그러다가 확장이 된 것입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연계가 되어 또 일이 생길 경우 감당할만한 것이면 계속할 계획이고 또 도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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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는 도구로 영화나 다양한 미디어도 있잖아요. 그리고 어떤 여행을 꿈꾸시나요.

네, 일본 영화 자주 봅니다. 근래에 본 ‘인간실격’도 있고… 같이 공유한 영화 중에 호숫가 배경이 멋졌던 영화를 보면서 저기 가보자는 말도 했어요.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생각이나 분위기가 다른 나라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여행은 당연히 자유여행이죠. 우리가 보았던 영화 중 너무 마음에 들었던 장소나 그렇게 생각해 두었던 곳을 찾아서 티켓을 구매하고 여행을 시작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 볼 생각입니다.

 

처음의 목표인 여행 계획은 진행 중인가요.

원래 우리가 일본 여행을 계획하면서 같이 적금도 들고 했어요. 2019년 그해 3월에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어 지금껏 못 가게 되었지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1~2년 안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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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업을 도운 남부캠퍼스의 신민주 선임에게도 한 말씀 들어보았다. 

 

이번 커뮤니티 봉사활동 진행을 어떤 동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아이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찾고 있었어요. 남부캠퍼스의 커뮤니티 리스트를 보다가 ‘일어, 꿈꾸다’ 모임처럼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분들의 봉사활동이 좋을 듯했습니다.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정서지원)들 중 모범생 같은 팀입니다. 남부캠퍼스의 공간 지원으로 줌 연습도 하고 각자 업무 분담도 잘 나누어서 하시고 준비도 철저했습니다. 연계했던 아이들은 충주 SK행복나래라는 곳에서 도시락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가 몇 군데 있어요. 그중에 선정된 곳이랑 협력해서 수업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정말 열심이신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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