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캠퍼스 커뮤니티 ‘오플난타장구’를 말하다 

 

“우리 워크숍 한 번 가야죠?”

장구 연습을 마치고 누군가 말했다. 별거 아닌데 반가운, 참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2년 전 막 만들어진 ‘오플난타장구’ 첫 워크숍이 떠올랐다. 오플난타장구는 인생학교 심화 2기를 수료하고 만들어진 50+커뮤니티 중 하나다. 몸 쓰기에 재능이 없던 나는 글쓰기 커뮤니티 회원이었는데, 장구팀 워크숍에 회원 한 명이 못 가게 되면서 얼결에 따라가게 된 것이다.

 

“장구 일 년 치니까 10kg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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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오플난타장구 첫 워크숍에서. (우)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연습하는 모습. ⓒ 오플난타장구

 

인생학교 심화 2기 동기이자 재능기부로 회원들을 가르치는 강현구 강사님. 이분이 누구인가? 35년간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 후 취미로 난타장구와 서각을 배우고 2020년 3월부터 ‘식물다큐TV’라는 유튜브를 운영할 만큼 열정적인 분이다. 장구를 배운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아 20명을 인솔하고 네팔 해외 봉사를 2주간 할 때 네팔의 ‘레쌈삐리리’라는 노래를 빠르게 편곡하여 장구 연습을 하고 해외 공연까지 한 일은 입에서 입으로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 큰 장구를 비행기에 싣고 가다니. 대단한 그의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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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서부캠퍼스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강현구 강사님과 회원들. 좌로부터 김기영, 조경선, 강현구, 박호영.

(우) 서부캠퍼스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강현구 강사님.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어쨌거나 “인생에 있어 제일 좋은 직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강사님이 10kg 빠졌다며 헐렁한 허리춤을 벨트로 질끈 잡아맨 것을 보고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어느 오일장에서 장구채를 휘두르며 온몸으로 장구를 치던 남자를 본 기억도 한 몫 했다. 신들린 듯 춤추던 그 남자도 마른 가지처럼 바짝 마른 모습이었다. 10kg까지야 몰라도 5kg 빼기는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늘씬한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오플난타장구 회원이 되었다. 인생학교 심화 과정을 함께 배운 동기들도 좋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다이어트였다. 흔히 말하는 ‘코로나 확찐자’(코로나19로 활동이 줄어들면서 살이 확 찐 사람)가 된 지라 이보다 더한 유혹은 없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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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플쿱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에서 공연하는 오플난타장구팀. 좌로부터 정진영, 강현구, 조경선.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사심으로 시작한 오플난타장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모이다 말다 하면서 불붙던 회원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열다섯 회원이 서너 명씩 조를 짜서 교대하다 보니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는 것도 까먹을 즈음 '오플난타장구 2기 모집'이 시작되었다. 장구를 배우려고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1기와 2기의 수업이 각각 진행되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개인 사정으로 회원이 줄어들자 1기와 2기를 합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신이 바짝 났다. 강사님이 “2기는 엄청 열심히 해요”라고 말한 이후 더욱 그랬다. 그래도 명색이 1긴데 2기 앞에서 체면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어 올해 5월, 1기와 2기는 새로운 하나가 되었다. 어쩌랴. 이왕 이리된 거 1기 답게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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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1, 2기 합해진 새로운 팀의 워크숍에서. (우) 식물다큐TV 유튜버이기도 한 강현구 강사님의 식물 특강.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젊어서 나름 팝송에 심취했던지라 생소한 ‘찔레꽃’은 마음만 뒤숭숭 찌르기 일쑤였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가사를 좌르르 외울 지경이건만 장구를 치면서 박자 맞추기는 왜 이리 어려운지. 그뿐인가? 박자에 따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야 한다는데 엉덩이는 고사하고 채를 쥔 팔다리도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 옛날 장터에서 본 그 남자는 상상 속 인물인가 싶을 만큼 박자에 맞춰 채를 휘두르고 춤까지 추는 행위는 신의 경지처럼 느껴졌다. 하긴 멀리 장터까지 떠올릴 것도 없다. 당장 눈앞에서 몸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자유자재로 채를 휘두르는 우리 강현구 강사님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도 저런 날이 올까?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강사님은 변함이 없다.

 

“박자 5번 해봅시다. 자, 여기서는 왼팔을 직각으로 쫙 뻗어야 해요.”

신기한 건 5번을 배우면서 여기저기서 오십견이 생겼다고 하소연이다. “오십견이 와서 팔이 쫙 안 올라가요.” 아무렴, 강사님 속은 터지겠지만 우리의 팔이 안 올라가는 건 누가 뭐래도 오십견 때문이다. 얼마 전 오십견이 쏙 들어갈 만큼 발등에 불 떨어질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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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매주 1회 장구 연습을 하는 오플난타장구 회원들. ⓒ 오플난타장구 / (우) “우리 공연할 거예요” 쉬는 시간 공연 얘기를 전해 듣고 고민에 빠진 회원들.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Oh! 문예단 창단식에서 우리도 공연하기로 했어요.”

인생학교 총동문회가 설립한 오플쿱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활동하는 6개의 커뮤니티(오플난타장구, 날꽃뺀드, 오플캘리서각, 오플남성중창단, 50+막독극, 시니어모델친구들)가 모여 ‘Oh! 문예단’을 창단했는데 7월 22일 북부캠퍼스에서 열리는 창단식에서 우리도 공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습관처럼 생각 하나를 끄집어낸다. ‘해보기나 했어?’ 맞다! 해보기나 했나. 해보고 판단할 일이다.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도 우리는 찔레꽃에 맞춰 신나게 장구채를 두드린다. 쿵따다 쿵따 엇따쿵~ 그나저나 10kg은 대체 언제 빠지는 걸까?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jinju1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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