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맘때쯤 눈여겨봐야 할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대상포진입니다. 대상(帶狀)이란 띠처럼 좁고 긴 모양을 의미합니다. 포진(疱疹)은 물집, 즉 수포를 뜻합니다. 즉 좌우 어느 한쪽으로 띠 모양의 수포가 생기는 질병입니다.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 안에 오랜 세월 숨어 있다 계절이 바뀌거나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질 때 피부 바깥으로 드러나면서 발생합니다.

 

2016년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니 69만 명이나 대상포진을 앓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대상포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3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합니다. 여러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대상포진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과로하지 말자

인간의 몸속에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 자료를 보면, 40대 이후 미국 성인의 99%가 수두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군요. 어릴 때 본인도 모르게 가볍게 수두를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 대상포진이란 시한폭탄을 몸속에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3명 중 2명은 바이러스가 있어도 평생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습니다. 대상포진이라는 폭탄이 터지도록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은 과로입니다. 과로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엔 더더욱 과로하면 안 됩니다.

 

전염될 수 있다

수두와 달리 대상포진의 전염력은 약합니다. 그러나 방심할 경우 전염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물집, 즉 수포와 접촉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수포 속에는 활성화된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의 발진이나 수포가 가라앉아 딱지가 생긴 뒤에는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안심해도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수포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때 감염된 사람에겐 대상포진이 아닌 수두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대상포진과 수두의 바이러스는 동일한데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초기에 급성으로 나타나는 것은 대상포진이 아닌 수두이기 때문입니다

 

발병 즉시 치료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우수한 항바이러스 제제들이 있어 치료가 잘됩니다. 치료기간을 줄여주고 증세도 완화시켜줍니다. 그런데 약물을 빨리 써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빠를수록 좋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피부에 증세가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약을 써야 합니다. 늦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 병은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고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아파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아프다는 거짓신호가 계속 신경을 자극합니다. ‘대상포진 후의 신경통’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칼로 살을 베이는 듯한, 불에 살이 타는 듯한 아픔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찌릿찌릿 통증이 오고, 아기를 낳는 고통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통증을 몇 주에서 몇 년 동안 계속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할 때는 일반 진통소염제로는 효과가 없어 신경파괴술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도 합니다.

 

따라서 발병이 되면 치료를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대상포진은 두통과 빛에 예민해지거나 열도 없는데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오슬오슬 떨리는 초기 증세를 보입니다. 그러다가 등이나 가슴 등의 피부에 붉은 발진이 띠 모양으로 돋아납니다. 이때 병원에 가서 치료하면 대부분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리지 않고 잘 낫습니다. 그러나 수포가 생겼는데도 한참 있다 발견해 치료가 늦어지면 효과도 적고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60세 이상은 백신을 맞고 예방하는 게 좋다

대상포진은 예방 백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습니다. 동네 의원에서도 맞을 수 있습니다. 병원마다 비용은 다른데 대개 19만원 정도 합니다. 필수접종이 아니어서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이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효과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예방 효과가 51%라는군요. 절반가량은 백신을 맞아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률을 67%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면 백신은 맞아두는 게 좋습니다. 이미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다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 차례나 재발한 사람도 있습니다. 2009년 미국에서의 연구결과 대상포진 환자의 5%가 8년 이내에 재발했다고 합니다.

재발 확률은 통증 지속시간과 관련이 깊습니다. 30일 이상 통증이 지속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재발률이 2.8배 높았습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60%, 50세 이상 고령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0% 높게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상포진을 한 번 앓은 여성이 50세 이상 고령이고, 동시에 30일 이상 통증이 지속된 경험이 있다면 재발 위험이 높으므로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단 대상포진을 앓은 후 6개월 정도 지난 뒤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합니다.

 

만일 대상포진을 한 번도 앓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60세 이후에 맞는 게 좋습니다. 백신 분야 세계 최고 권위기관인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공식 권유입니다. 백신 허가는 50세 이후가 가능하지만 가능한 한 60세 이후부터 맞는 게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백신 접종 후 5년 정도까지 효과가 최대로 지속되고 이후부터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너무 일찍 맞으면 더 나이 들었을 때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연령 상한선은 없습니다. 90세이든 100세이든 누구나 맞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면 치료를 끝내고 6개월, 염증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면 치료를 끝내고 3개월이 지난 후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CDC의 유권해석입니다.

 

어린이에겐 수두 백신을 접종시키자

수두 백신은 수두 예방은 물론 대상포진 예방에도 중요합니다. 수두 백신을 맞고 수두에 걸리지 않으면 수십 년 후 대상포진에 걸릴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상포진 백신과 수두 백신은 동일한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사용합니다. 한 번만 맞는 대상포진 백신과 달리 수두 백신은 두 차례 맞아야 예방 효과를 발휘합니다.

우리나라는 생후 12~15개월 아기들에게 국가가 무료접종을 해줍니다. 그러나 4~6세 무렵, 그러니까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번 더 추가접종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90% 이상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수만 명씩 집단으로 수두를 앓는 이유는 추가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가접종은 필수접종항목이 아니라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4~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비용 부담이 되더라도 수두는 물론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라도 자녀들이 추가접종을 하는게 좋습니다.

 

 

 

홍혜걸(洪慧杰) 의학전문기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비온뒤 칼럼은, 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설립한 의학전문매체이자 미디어 의학채널

비온뒤(aftertherain.kr)와 협약 하에 다양한 분야의 엄선된 의료인들의 건강 칼럼을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