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편하게 지냈더니 체중이 2kg나 불어났다. 말도 살찐다는 가을이 오는데 큰일(?)이다. 나를 포함한 달림이들은 의외로 체중에 민감하다. 몸무게 1kg을 감량하면 달리기 기록을 최대 3분까지 줄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나이가 들면 체중은 더욱 우리 몸에 달라붙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 흐름이 느려지도록 석기시대부터 우리 몸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단다. 늙어서 수렵을 못하게 돼도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서라지만 요즘처럼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오히려 다이어트에 큰 방해가 된다.

 

운동에 왕도(王道)는 없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겨울쯤이었을 게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영어공부를 좀 더 해두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살던 지방 도시에는 도서관이 많지 않았다. 큰맘 먹고 시내에 있는 공립 도서관을 찾아갔다. 도서관 벽면에 ‘영어의 왕도(王道)’라는 책이 새로 들어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책 제목을 본 순간 가슴이 뛰었다.

영어의 왕도라니, 이 책을 보면 영어 공부의 지름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당장 빌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개가식 도서관이 아니라 폐쇄식이었던 탓에 직원에게 책을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책을 기다리던 그 짧은 순간, 가슴 설렜던 기억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다.

드디어 직원에게서 책을 받아든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제목과 달리(?) 당시 유행하던 문법책

보다 훨씬 두꺼운 문법책이었다. ‘왕도’를 단어 그대로 받아들였던 자신이 한편으로는 우습기까지 했다. 그러면 그렇지, 영어에 왕도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15년간 달리기를 하면서 깨닫게 된 것 가운데 하나는 운동이야말로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영어의 왕도가 단어부터 차근차근 외워야 하는 것처럼 운동의 왕도 역시 하루 30분, 일주일에 4번이라는 원칙을 꾸준히 지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이보다 더 낮은 목표를 설정해도 좋다)

 

 

습관을 고치려는 생각이 중요해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비결’을 묻는 사람에게 “비결은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일어나기 싫더라도 시계가 울리면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고 ‘그냥’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습관을) 못 고치는 게 아니라 고치려는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다. ‘일어나야 한다’고 되뇌면서도 못 일어나는 행동은 ‘일어나기 싫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꿰뚫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동이나 다이어트 등 자신이 목표한 것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난 원래 그래’, ‘내가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운동이든 뭐든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격려와 칭찬보다 부정적인 지적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에게서 특히 심하다.

둘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것 때문이라고 믿거나 핑계를 대는 경우다. ‘시간이 없어서’, ‘너무 피곤해져서’, ‘돈이 없어서’ 등의 이유를 대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있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기방어 의식이 강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셋째, 새로운 목표를 진심으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원해야 열정이 생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목표를 결정했거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세운 목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편하게 살 빼는 방법은 없다

 

 

달림이들의 운동화. 신발 위에 달려 있는 동그란 띠는 대회기록을 측정하는 1회용 칩이다.

 

일부에서는 쉽고 편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선전하는 운동기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런 광고를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봐?’ 하면서 망설인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유명한 나가노 제임스 슈이치는 한 마디로 잘라 말한다. 그런 광고는 거짓이라고. “자신의 힘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몸은 단단해지지 않는다”라고 그는 말한다. 편안한 운동은 소비 열량이 낮다는 뜻이란다. 쉽고 편안한 운동도구, 같은 광고 문구는 편안하니까 효과도 적다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이치는 이런 엉터리 광고에 속지 말고 걷기나 달리기를 하라고 권한다.

특히 “뚱뚱해서 살을 빼고 싶다. 하지만 달리기는 자신이 없다”는 사람일수록 달리기를 하라고 역설한다. 물론 무작정 달리기부터 시작할 수는 없다. 그는 <체지방이 빠지는 달리기>에서 활기찬 동작으로 걷기를 계속하면 체지방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한다. 우선 하루에 10분, 활기찬 걸음걸이로 걷기를 해 보라고 그는 권한다. 그러는 중에 몸이 바뀌고 기분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걷기나 달리기를 하면 소식하거나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 살을 빼는데 성공할 수 있다.

최근 나온 WHO(세계보건기구)의 자료를 보면 세계 인구 중 14억 명이 운동 부족으로 심장 질환이나 2형 당뇨병,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 성인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자료를 보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들에서의 비활동적 인구 비율은 2001년 32%에서 2016년에는 37%로 5%포인트나 더 높아졌다. 반면 저소득 국가들에서의 비활동적 인구 비율은 16%로 2001년이나 2016년 모두 같아 변화가 없었다.

WHO는 1주일에 온건한 운동을 150분 미만으로 하거나 격렬한 운동을 75분 미만으로 할 경우 비활동적 운동 부족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 운동부족 인구 14억 명 가운데 나 자신도 포함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