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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비혼, 프리랜서’, 내 현주소이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굳이 밝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숨기지도 않는다. 이에 반응하는 부류는 크게 둘로 나뉜다.

 

첫 번째는 ‘50, 게다가 비혼, 설상가상 프리랜서로 받아들이는 부류다. ‘아이고, 큰일 났네, 앞날이 캄캄하다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이렇게 반응하는 이들이 많다. 무리도 아니다. 50대는 부모의 보양과 동시에 자식의 부양을 짊어지고 있고, 젊은 날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정작 부정부패로 세상을 망쳐놓은 표리부동의 상징으로 낙인 찍힌 세대니 아이고라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비혼도 마찬가지. 사연이 있거나 별나거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색안경, 대한민국 인구절벽을 만든 장본인, 거기에 쓸쓸히 늙어가다 고독사하는 프레임까지 더해지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이건 비이 아니라 비이다. 프리랜서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여북하면 반백수라 불리겠는가 말이다. 아이고를 3연타에서 그쳐준 게 다행일 정도다.

 

두 번째는 멋지다, 대단하다, 부럽다며 눈을 반짝이는 부류다. 주로 기혼이거나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필시 절반은 배려 차원일 테고, 나머지 절반은 상위 10%에 해당하는 절대 그렇게 안 보이는 50, 화려한 비혼의, 잘나가는 프리랜서를 떠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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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상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 어디쯤일 터, 돌아보면 50대 비혼의 프리랜서이기 전에는 ‘40대 비혼의 프리랜서였다. 당시 나는 양쪽을 오가며 아이고를 연발할 정도로 최악은 아니라 했다가, 당신들이 생각하는 멋지고 잘나가는 비혼의 프리랜서가 어딘가 있겠지만 날 포함한 대부분은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갈 뿐이라고, 당신들과 다를 것 없다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얘기를 중언부언했더랬다. 마흔을 앞두고 15년간 다닌 정규직을 박차고 나왔을 때부터 붙여졌으니 참 오래도 되었다.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싶었던 듯한데, 그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었을 것이다. 행간을 오독한 것은 나였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더는 개의치 않게 되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편견이나 로망은 있는 법이니까. ‘50, 비혼, 프리랜서사이 생략된 단어가 어쩌다, 게다가, 설상가상대신 절대동안, 화려한, 잘나가는이라 한들 인간이란 족속은 만족할 리 없고, 욕망이란 채워도 채워도 절대 가득 차지 않는 계영배 술잔과 같음을 절로 아는 나이가 되기도 했고.

 

그렇게 무심해졌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던 것일까?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연구 리포트 <서울시 중장년 1인 가구 실태 및 지원정책>을 뒤늦게 읽으며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읽는 내내 불쾌했다. 루저가 된 기분이었다. 내 인생이 부정당한 것 같았고, 잘못 살아왔다 비난하는 것 같았다. 못나게도 굴었다. 일테면 1인 가구는 주로 TV를 보며 주말을 보낸다는 문장을 보면서 왜 이러셔, 혼자 얼마나 잘 노는데? 똑같이 TV를 봐도 가족을 일군 가구는 단란한데 1인 가구는 비루하다는 거지? 빚도 재산으로 치면서 1인 가구가 전세 살면 능력이 없어 돈 못 버는 하위계층으로 취급한다 이거지? 세금은 따박따박 떼 가면서 아파트 당첨점수나 제대로 받게 해주고 그러든가, 최소한 빚은 없잖아? 이런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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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과잉됐던 감정이 휘발되자 곧바로 알았다. 불쾌가 아니라 불편이었음을. 정곡을 찔리면 숨겨진 방어기제가 발동하고 미숙한 자아가 튀어나와 발끈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나, 50대 비혼의 프리랜서인데 미숙하기까지 하다고? 아이고!

 

리포트를 읽은 뒤끝은 개운하지 않았고, 어쩌면 어쩔 수 없으니 의연한 척했던 것일까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도 잠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음을 다시 인정! 나이가 들었다고 다, , 현명한 것은 아니니까. 달라질 것 없다. 아직 옹졸하고 미성숙한 나, 더 커야 하는 나, 그런 나를 받아들인다. 다행히 내게는 인정하고, 반성하고, 오늘보다 나아질 나를 포기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60대 비혼의 백수가 된다 해도, 그때 역시 여전히 부족한 나라도, 그런 나를 다독이며 내 삶의 주체로서 남은 삶을 꾸려갈 것이다

 

50+에세이작가단 우윤정(abaxi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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