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의 규모는 604조4,000억 원. 올해 본예산(558조 원) 대비 8.3% 늘어 본예산 기준 역대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 극복과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내년 예산이 중점적으로 투입되는 분야는 일자리 대책(31조3,00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28조 원), 청년 지원(23조 원) 등이다. 질병과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우면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하는 상병수당 등 이번에 처음 반영된 각종 복지정책 예산도 많다.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내년 살림 계획을 정리했다.

글. 한국경제신문 성수영 기자

고용·청년정책 중심…GTX 예산 본격 투입

내년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이다. 투입되는 예산은 총 216조7,000억 원으로 전체의 35.9%에 이른다. 특히 공공근로 성격의 일자리와 청년 지원 예산이 크게 늘었다.

정부는 내년 공공과 민간에서 211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31조3,000억 원을 지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정부가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직접 일자리는 올해 101만 개에서 내년 105만 개로 늘어난다. 이 중 상당수는 노인 일자리(84만5,000개)로, 대부분 환경미화 등 공공근로 성격의 일자리다. 장애인 일자리는 올해 2만5000개에서 2만7000개, 저소득층 자활을 돕기 위한 일자리는 5만8,000개에서 6만6,000개로 늘어난다.

청년층 지원도 크게 늘어난다. 먼저 취약계층 청년을 중소기업이 채용하면 한 해 최대 96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제도가 신설돼 14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정부는 제도 도입으로 중소기업들의 청년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재직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저축하면 12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대상도 7만 명 추가된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려는 취지다. 월 50만원씩 6개월을 지급하는 구직촉진수당 지원은 올해 40만 명에서 내년 50만 명으로 확대된다.

주거비 지원도 늘어난다. 정부는 저소득 청년에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월 20만원 한도의 무이자 월세 대출도 생긴다. 국가장학금 지원도 늘어 내년에는 100만 명 이상의 대학생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입대 장병을 대상으로는 저축의 25%를 정부가 지원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이 시행된다. 병장 월급을 60만9,000원에서 67만6,000원으로 인상하고, 급식 단가는 8,79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늘리는 각종 처우 개선도 청년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또 37억 원을 투입해 병영생활관 변기의 30%에 해당하는 1만5,000대의 비데를 설치하기로 했다.

내년 28조 원으로 정해진 SOC예산 중에서는  수도권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과 관련해 6,442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운정과 동탄을 연결하는 GTX A 구간에 4,609억 원이 책정돼 2023년 말로 예정된 노선의 적기 개통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송도와 마석을 잇는 GTX B 구간에는 803억 원, 덕정과 수원 구간인 GTX C 구간에는 1,030억 원이 배정돼 공사 부지수용 등에 사용된다. 이 밖에 서남해안 관광도로, 울산외곽순환도로, 동해선 단선전철화 등 18개 SOC 사업에 8,000억 원이 투입된다. 광주 인공지능 집적단지와 전북 상용차사업 혁신성장, 전남 수산식품수출단지 등 전략산업 육성에는 4,000억 원이 투자된다.

아파서 쉬면 하루에 4만 원 준다

정부는 내년부터 상병수당 제도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1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제도는 업무상 재해를 제외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근로자에 정부가 직접 돈을 주는 복지제도다. 내년 상병수당 지급액은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하루 4만1,860원으로 책정됐다.

시범사업은 6개 지역의 263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서범사업 시행 지역을 3개로 분류해 각기 다른 유형의 상병수당 제도를 따로 시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 아파도 소득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는 또 저소득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임시 일용직 근로자, 가사근로자의 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용보험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납입액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특고 종사자 20만1,000명, 임시·일용직 근로자 42만9,000명, 가사근로자 3,000명 등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37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에게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4,000억 원이, 택배기사를 비롯한 8만 명의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을 위해서는 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지원 확대…국방 장비 예산은 깎아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설치 등 재생에너지 분야 금융지원에 7,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지역 축사와 산업단지 지붕에 태양광 등 발전설비를 깔기 위해 3,000억 원을 편성했다. 친환경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등 저탄소 경제를 이끌어갈 유망 산업 육성 등에는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계의 탄소 감축을 돕기 위해서는 2조5,000억 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금 가운데 9,000억 원은 산업계의 탄소 저감용 설비 구축 지원 등에 쓰이고, 8,000억 원은 탄소 감축 과정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지원하거나 인력을 양성하는 데 사용된다.

삭감된 예산도 있다. 국방부 예산안에서는 핵심 장비 취득 및 유지와 관련해 항공기는 1조9,071억 원, 함정은 995억 원의 예산을 깎았다. 다만 병장 월급 등 장병 처우가 개선된 국방부 예산안에서는 급여 8,581억 원, 장병복지 향상 2,920억 원 등이 늘었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