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0+지역살이 : 강릉에서 살아보기강좌 스케치

영화 "노매드 랜드"와 전환하는 사람들, 그리고 강릉에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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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매드랜드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현실과 로망의 두 얼굴, 노매드 랜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노미네이트, 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 랜드는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는 우리에게 길을 찾아 떠나게 해주는 영화 같았습니다.


영화에서 노매드(떠돌이) 무리를 이끄는 사람은 이러한 말을 합니다.

여기엔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마지막 작별인사가 없다는 거죠. 언젠가 다시 만나자’, ‘나중에 보자라고 인사하죠.”


그리고 (일자리나 커뮤니티를 통해, 여행을 통해, 기억을 통해) 언젠가 다시 만나죠. 영원한 이별은 없어요

 

노매드 랜드 예고편 보러가기(출처: 20th Century Studios Korea)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상실이라는 두려움의 빈자리를 무언가로 채우기 위하여 떠나야 할 길 위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힘을 내어 살아갈 계기와 이유들을 마음속에 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꼭 우리 50+세대의 이야기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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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살이와 관련된 도서들
 

 

[전환되어야 하는 삶, 전환하는 사람들. 그리고 50+]

필자 역시 현장 취재를 하기 전까지 한달살기(이하 지역살이)”는 관광상품 혹은 지방 인구소멸 방지 목적의 마케팅이라는 생각을 가져서, “강릉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역시 그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릉에서 살아보기과정 기획자와 참여자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해당 과정은 관광상품이 아닌 새롭게 떠나야 할 길 위에 서 있는 우리에게 삶의 방식 전환을 모색하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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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살이는 지역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의 핵심 단계 

 

[지역여행▶②여행 전후의 관계 구축▶③단기 살아보기▶④지역 팬슈머 활동▶⑤장기 살아보기▶⑥정주(귀농·귀촌)] 

우리는 삶의 방식 전환을 위한 해법으로 지자체가 만든 지역살이혹은 귀농·귀촌같은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참여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환의 시작은 프로그램 등록보다 여행 전후의 관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관계 구축은 충분한 지역자원의 이해(지역-맛집/시장/사람/자연. 문화-삶의 방식/커뮤니티/예술/일상. 비즈니스-/활동)지역과의 관계 맺음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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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자원의 이해와 관계 맺음 활동을 위한 3개 조(모둠)

 

일반적으로 지자체들이 만든 지역살이, 귀농·귀촌 프로그램이나 인구 유입 정책은 참여자의 상황과 역량, 시간을 감안하기 어려워 탐색과 실행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지역살이참여자는 해당 지역에 정주(귀농·귀촌)를 결심·결정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기 보다는, 해당 지역에서의 삶의 방식, 커뮤니티, 주거, 일과 활동 등 본인의 생활 방식과 상이한 지역문화를 체험하는 지역여행수준으로 생각하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대부분의 지역여행은 결국 1회성으로 끝나서, 지역과 지속적 관계가 지속되지 않아 정주(귀농·귀촌)하는 인구는 소수에 머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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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지역살이 경험들을 공유하는 김만희 강사(패스파인더 대표)

 

이러한 목표와 결과의 간극이 바로 참여자가 생각하는 지역여행(1회성)과 지자체가 목적하는 정주(귀농·귀촌)의 간격(gap) 사이에 여행 전후의 관계 구축(지역자원 이해와 지역과의 관계 맺음), 단기 살아보기, 지역 팬슈머 활동, 장기 살아보기(지역 내 일, 활동 병행)의 단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중에서 지역여행, 여행 전후의 관계 구축, 단기 살아보기, 지역 팬슈머 활동이 금번 강릉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참여하게 된 취지라고 김만희 강사(패스파인더 대표)께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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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여하는 삶으로 삶의 방식에 대한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

 

 

[기여하는 삶]

한편, 지역살이 참여자 역시 전환되는 삶의 방식을 배움과 동시에, 지역을 위한 역할 도모와 1회성 여행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단계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나를 위한 누군가의 가르침과 지역을 위한 역할(기여)Give&Take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자의 역할(기여)지역여행, 여행 전후의 관계 구축, 단기 살아보기, 지역 팬슈머 활동 단계에서 참여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나눔과 역량 공유, 지역민들과의 소셜믹스, 지역과의 관계 맺음 등의 방향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는 참여자의 역할(기여)이나 지역과의 관계 맺음을 남원에서 살아보기”, “강릉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을 출판이라는 결과물로 모색하였습니다그래서 강릉에서 살아보기커리큘럼은 기획하기, 살아보기, 출판하기라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단계-기획하기 : 50+지역살이의 의미와 사례, 글쓰기에 대한 12가지 오해, 조별 여행 계획, 개인별 강릉에서 살아보기 도서 기획 등의 주제로 구성됩니다.

2단계-살아보기 : 45일의 살아보기 과정은 자연, 문화와 예술 콘텐츠, 지역공동체 기반 비즈니스 및 귀농·귀촌 등의 주제로 구성됩니다.

3단계-출판하기 : 강릉에서 살아보기 원고 작성 및 피드백, 출판의 주제로 구성됩니다.

 

 

[50+마음 설명서 : 여러 지역의 지역살이가 주는 자신감]

강릉에서 살아보기의 기획자인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이형정 센터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보았습니다.

 

Q) “지역살이 탐색프로그램은 어떻게 생겨났고, 경과는 어떻게 되나요?

A)지역살이 탐색프로그램은 귀촌에 대한 로망,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잡아보고 싶은 50+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을 여행처럼 소프트하게 접근하니 더 관심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사업 개시 5일 만에 모집 인원의 3배수가 지원했어요. 올해 강릉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은 지역살이 체험이지만, 출판이라는 테마를 담고 있어 글쓰기 역량을 가진 최종 12명이 선발되었어요. 4명씩 3개 조로 나뉘어 자연, 문화예술, 지역 비즈니스라는 글쓰기 주제를 실제 체험 후 글을 써서 책을 출판하는 과정입니다. 2019년 남원에서 살아보기를 진행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갑자기 우리 곁에 깊숙이 파고든 코로나로 인해 강릉 지역살이콘텐츠 발굴에 더 집중했고, 그렇게 2021강릉에서 살아보기를 진행 중입니다.

 

Q) 다른 강좌에 비해 참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강릉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 참여 비용은 17만원(서울-강릉 교통비와 개인 경비는 별도)이며, 여기에는 수강료, 교재비, 여행 실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강좌 수강, 45일의 살아보기, 출판 등을 생각해보면 많지 않은 참여 비용입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뿐 아니라 패스파인더, 강릉시문화도시지원센터, 국립대관령치유의숲, 퍼블리터(출판사) 등 여러 협력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비용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강릉에서 살아보기와 같은 지역살이 탐색과정 지속 예정인가요?

A) 물론입니다. 내년에도 다른 지역에서의 지역살이를 계획 중입니다. 서울의 인구 과밀, 지방의 인구 절벽. 그리고 거대한 인구집단인 50+세대. 50+세대의 삶의 전환이 개인뿐 아니라 지역과 사회에 폭넓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매년 매력적인 지방 중소도시를 선정해 그 지역에서 살아보며 지역을 소개하는 사업을 지속하려 합니다. 이 사업에서 협력 기관인 패스파인더의 역할을 꼭 언급하고 싶은데요, 패스파인더는 지역살이를 기획·실행하는 전문가 단체로, 도서 출판, 유튜브 활동, 지자체 및 청년 스타트업과 지역살이 협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함께 50+세대를 대상으로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스며들고 섞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

강릉에서 살아보기의 참여자인 고영숙님과 지영진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보았습니다.

 

Q) 지인들에게 강릉에서 살아보기를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A) 일단 나도 참여해보고 싶다며 부러워했고, 그로 인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다음이 가서 뭐할 건데? 할 게 있어?“라는 질문이었는데, 그것은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알고 겪었던 경험과 지혜를 펼치기만 해도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두 분 모두 남원에서 살아보기를 경험했는데, 그 이후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제가 일상에서 하는 모든 일과 생각을 향후 지역살이에서 펼치게 될 일들을 준비하게 해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지역의 농축산물 직거래의 길을 터주는 것만으로도 판로개척에 도움이 되죠. 하다못해 스마트폰 사용법만 알려줘도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아서 농축산물을 보낼 수 있게 도와드렸거든요. 귀촌자들이 지역에 가서 돈 벌 생각보다는 도움이 될 것들을 탐색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돈도 벌게 되죠. 저보다 더 나이 드신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고 놀아드리는 것도 무척 좋아하셔요. 그렇게 놀다 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요.

 

Q) “남원에서 살아보기, "강릉에서 살아보기"까지 도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50+의 삶은 정착이 아니고 모색하고 탐색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강릉도 가보고, 제천도 가보고, 홍천도 가보고 해서 내가 이다음에 어디가 맞는지 찾아보는 나이대인 것 같아요. 작지만 아직은 활동도 하고 있고요. 그나마 50대일 때 시간을 내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보고 배워 60+, 70+에 내려가는 게 맞을 거 같아요. 60+에 정착을 위해 모색하고 탐색하여 준비한다는 것은 조금 늦을 거 같아요.

 

그리고 남원에서 살아보기전후를 비교해보면, 이제는 좀 더 지역살이에 다가간 느낌을 가졌어요. 남원을 경험해보니까 내가 아직은 덜 준비가 되었구나,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또 남원이라는 지역이 가진 자연, 문화, 비즈니스, 접근성 등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구요. “남원에서 살아보기는 시행착오가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알고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김병종 미술관(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설명해 준 도슨트나 음식 만들기 체험을 했던 쉐프와 같은 청년층이 많았는데, 일반적인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보면서 오히려 남원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본 좋은 시간이었어요.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프로그램이 소셜믹스인 것 같아요. 우리가 단순히 너무 살아보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의 형태, 여행을 하면서 살아보기를 모색하고 지역에 스며드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이런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킨다면, 지역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와 강의 내내 강릉에서 한달살기프로그램을 기획한 두 PM님과 두 참여자의 샛별 같은 눈동자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넘쳤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기자의 얼굴에는 슬프고도 애련한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결국은 그저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는 것 같습니다. 평생 동안!!

그 여정에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있어 든든합니다.

 

 

50+시민기자단 허승규 기자 (mytripmade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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