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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전환점에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만나다  

 

“대표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생긴데요. 아세요?”

“50플러스? 그게 뭐죠?”

 

2015년 말쯤으로 기억한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1 기간은 끝나가고 어렵게 ‘더함플러스협동조합’2 법인설립은 하였지만, 계획했던 어르신들을 위한 공유주거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참여하여 청년들 틈에서 공공의 재정을 축내가며 지원을 받았는데, 먹튀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살짝 되던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재단’)을 이야기하였다. 마침 내가 고민하는 노후 주거 문제가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머지않아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가 더 혹독하게 겪어야 할 문제이기에 대상을 노인 세대에서 중장년 세대로 옮기고 새로운 솔루션을 구성하는 시기에 재단을 알게 된 것이다. 

50+세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2016년 서부캠퍼스가 열리면서 가장 처음 나온 보람일자리 사업인 모더레이터(지금의 ‘학습지원단’)3 모집에 참여하였다. 그렇게 나의 50플러스 활동가 생활은 시작되었다. 모더레이터로 ‘커뮤니티+’ 사업 운영을 담당하며, 우리 세대의 다양한 욕구와 활동을 보았다. 당사자 연구 공모에 선정되어 공동체 주거에 대하여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듦과 동시에 사업적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공익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공동체주거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였다. 공동체주거 교육은 이후 서부캠퍼스 정규과정으로 채택되어 매 학기 학습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우리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조합원이 되어 주거전환 운동의 동지로 활동하고 있다.

 

“50플러스캠퍼스는 단순한 평생학습 교육장이 아니다.”

 

나는 마흔에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10년 넘게 CEO로 일을 했다. 오랜 벤처 생활로 피로감은 쌓이고 “과연 나 잘 살고 있나?” 하는 회의가 점점 커져만 갔다. 긴 고민 끝에 2014년 주택소비자운동과 사회적기업의 뜻을 품고 홀로 삶의 전환점에 섰다. 과거 사업적 이해관계 또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지탱해 왔던 관계의 단절은 충분히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장소의 상실이었다. 집과 직장만을 오갔던 내게 허용된 공간은 사람들 눈치를 보아야 하는 공공도서관 또는 카페와 같은 소비공간뿐이었다. 마음 편히 새로운 일을 도모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제3의 장소> 저자 레이 올든버그는 “우리에게는 삶을 떠받칠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과거 익숙했던 관계와 공간을 상실하고 헤매던 나에게 제3의 관계를 이어주고 새로운 삶을 떠받쳐준 제3의 공간이 되어준 곳, 그곳이 바로 공유사무실 ‘스페이스 힘나’이다. 2017년 서부캠퍼스 공유사무실에 입주하면서 나의 활동은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였다. 다양한 활동으로 본격적인 ‘작당의 시대’를 열어간 것이다.

50플러스캠퍼스에서 나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자유로움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었다. 수시로 벌어지는 작당은 즐거웠으며, 마음만 맞으면 못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었다.

 

 

재단과 함께 한 앙코르커리어 운동

 

“한국 사회의 50+세대는 고립되어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세대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스스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핵심적인 활동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50+세대가 단순히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인 수입과 개인적인 가치 추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앙코르커리어 운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남경아, 2017).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와 우리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은 재단이 지향하는 앙코르커리어 운동4의 당사자이다. 앙코르커리어 운동의 핵심은 50플러스 당사자들이 정책의 소비적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가 추구하는 다양한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생산(코프로덕션, co production)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재단은 베이비붐 세대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기회’와 ‘대안’으로 생각하였다. 특정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부정적 인식이 너무 강하게 자리 잡은 ‘베이비부머’라는 말 대신 ‘50플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과거 ‘인생이모작’의 개념은 전통적 가치관에서의 인생 재설계 및 성공적 노후 준비 차원의 접근이었다. 하지만 ‘50플러스’는 사회의 짐이 되는 노년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힘이 되는 성숙한 선배 시민, 후기 청년으로서 새로운 생애주기를 정의하고 있다. 이전에 없던 ‘50플러스’라는 새로운 세대 상을 정의하고 사회적 공감을 확산시키며 당사자 운동의 장을 열어 주는 것, 바로 여기에 재단만의 특별함과 혁신성이 있다. 설립 이후 어느덧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50플러스’는 이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익숙한 일반명사가 되었다. 50플러스 앙코르커리어 운동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였다. 2021년 1월 현재 서울에는 4곳의 권역별 캠퍼스, 9곳의 자치구 센터가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이제 서울 어디를 가도 쉽게 50플러스캠퍼스와 센터를 만날 수 있다.

 

 

재단에 바란다

 

이렇게 50플러스 당사자들의 열렬한 호응과 재단 임직원들의 열정과 헌신의 힘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50플러스 앙코르커리어 운동은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하여 멈춰 서고 말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코로나를 탓하며 멈춰 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모든 것은 변하였다. 지난 시간 50플러스 당사자 입장에서 재단과 함께 많을 일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앙코르커리어 운동에 대해 몇 가지 재단에 부탁을 하고 싶다.

 

 

1. 앙코르커리어 운동의 주체는 재단이 아니라 50플러스 당사자라는 것을 잊지 말자.

모든 조직은 시간이 지나고 조직이 커짐에 따라 초기의 역동성은 약화되고 관료화되기 쉽다. 지금의 한국 시민사회는 가히 중간지원조직 전성시대라 할 만한다. 물론 필요한 역할이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 지원기관이 조직도 커지고 사업성과를 자랑할수록 당사자 운동의 역량은 약화되는 역효과를 초래했던 것도 부정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재단도 언제든 이런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2. 50+세대에게 적합한 일활동 모델을 만들자.

50+세대에게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일자리다. 하지만 어렵다고 이 문제를 피해서는 운동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점점 줄어드는 전통적 일자리만을 찾거나 예산 소진형 단기 일자리를 반복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우리가 혁신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일과 활동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50플러스가 잘할 수 있는 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 지속가능한 일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 유망한 분야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 분야라고 생각한다. 사회서비스란 일반적인 의미에서 개인 또는 사회 전체의 복지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말하며 공공행정,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환경, 주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50플러스를 위한 혁신형 사회서비스’라 함은 기존의 공공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구별되는 것으로, 주거, 환경, 교육, 보육, 돌봄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50플러스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사업 및 일활동 모델을 의미한다. 이 일의 특징은 첨단기술 보다 적정기술을 필요로 하며, 자본 중심이 아닌 사람(관계) 중심의 일로 경제적 성과보다는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50플러스를 위한 혁신형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기존의 일자리 모델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기획, 실험, 확산, 운영 등 사업의 전 단계에 50플러스가 주도적으로 참여

-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를 발굴하거나 기존의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

- 기존의 고용시장 일자리와 경쟁하지 않는 새로운 일자리

- 다양한 민간 및 공공분야 파트너와의 협치를 통해 만들어지는 민관협력형 일자리

이러한 분야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50+세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재단이 안전한 시험대를 제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50%2B리포트]웹용_배너+및+이미지8.png3. 50플러스 캠퍼스(센터), 로컬뉴딜의 거점이 되자.

나의 경험에서 이야기했듯이 50플러스 삶의 전환에 있어 50플러스캠퍼스(센터)가 제공하는 공간의 의미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이 공간들은 서울시 전역에 존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각각의 공간은 위치한 지역만 다를 뿐 차이를 알 수 없다.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 또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로 보이며, 50플러스 당사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여러 공간의 서비스를 소비하는 모습이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가장 핵심은 ‘로컬’이다. 코로나로 인해 장거리 이동에서 근거리 이동, 다중의 집합이 아닌 분산된 소규모, 익명의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신뢰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로 일상이 전환되는 로컬택트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기초 자치구 단위의 근린생활권 사회관계망을 강화하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 로컬뉴딜의 개념이며, 50플러스캠퍼스(센터) 공간이 바로 로컬뉴딜의 거점 공간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지역에 위치한 공간들을 단순한 공적공간을 넘어 사회적 소유로 인식하고 공유하는 다양한 50플러스 당사자 개인 및 단체들이 등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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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는 선수다

 

“50+세대에게는 가능성이 있고, 잠재력이 있고, 

새로운 일과 삶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50 이전 각자 도생의 삶에서 돌아설 전환의 시간이 필요하다. 

50플러스캠퍼스는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이한 50+세대 일과 삶의 전환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50+세대는 나름의 문제와 어려움을 가지고 캠퍼스를 찾아온다. 캠퍼스의 교육 및 다양한 프로그램은 문제 및 상황을 인식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의지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일과 활동을 경험하고 실험할 수 있는 안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떠나야 한다. 캠퍼스를 떠나 우리 50+세대를 기다리는 지역으로, 현장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조직도 사람도 막히거나 정체되지 않고 건강하게 순환할 때, 재단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심장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50플러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는 선수다.

돌아오는 봄,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는 50플러스의  

열기로 가득한 캠퍼스를 기대한다.

 

 

 

1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을 준비 중인 팀을 선발하여 사회적 목적 실현부터 사업화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

[출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웹사이트  https://www.socialenterprise.or.kr/social/care/startupEnteUpbring.do?m_cd=F012

2 50+ 세대에게 ‘소그룹 공동체에 의한 협력적 주거’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협동조합.

[출처] 협동조합 Blog, [협동조합 여기!] #12. 공유주택에서 행복 찾는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중에서  https://blog.naver.com/coop_2012/221671219034

3 50+세대(만 50~64세)의 자기주도형·맞춤형 학습 설계를 지원하고 학습상담·교육운영지원·모니터링 업무 등을 수행하며, 교육을 통한 제2의 커리어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

[출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웹사이트 https://50plus.or.kr/detail.do?id=3240658

4 ‘앙코르커리어(Encore Career)’는 인생후반 지속적 수입(Paycheck)뿐만 아니라 개인적 의미와 성취(Passion), 사회적 영향과 가치(Purpose) 등 이 세 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출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웹사이트  https://www.50plus.or.kr/detail.do?id=1928871




참고문헌

남경아(2017), 「50플러스세대」, 서울연구원.

레이 올든버그(2019), 「제3의 장소 ; 작은 카페, 서점, 동네 술집까지 삶을 떠받치는 어울림의 장소를 복원하기 (원제 The Great Good Place)」, 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