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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익숙한 일상이 멈췄다. 함께 모여 만나고 일했던 50+세대에 익숙한 컨택트 사회는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언택트 세상으로 급변했다. 화상 면접, 온라인 강좌, 원격진료, 비대면 예배 등이 일상화되고, 머지않아 택시가 공중에 날아다닐 미래의 디지털 세상이 50+세대에게는, 필자와 같이 60줄에 들어선 베이비부머 1세대들에게는 적잖이 불편하고 두렵다. 초유의 비대면 사회에서 아날로그적 50+세대를 대상으로 비전과 운영체계를 설계했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재단’)은 어떤 기능과 역할로 재설계해야 할지 고민과 성찰의 지점에 있다. 


박정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회장은 방송통신인 온라인 새해 인사회에서 올해를 ‘포스트 팬더믹 사회’ 원년으로 기존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로 전망했다.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은 “오래된 규칙이 산산이 조각나고, 한 달 전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갑작스레 이뤄지고 있다”고 하였고, 제러미 리프킨은 “세계는 무너졌고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됐고 디지털 기술이 50+세대의 남은 3~40여 년 동안이 삶의 도구가 될 것이다. 디지털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50+세대가 축적한 아날로그 시대의 경험과 지식, 지혜는 활용 가치가 급락하고 무용해질 수 있다. 


50+세대의 남은 삶의 도구가 된 디지털 역량은 어떤 수준일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55~65세의 디지털 역량 부족 비율은 27.8%로 OECD 평균치인 17.1%보다도 높고, 8.5%인 일본과 4.3%인 노르웨이와 견줘봐도 현격하게 높은 비율이다(OECD Skills Outlook ‘19.5.).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50+세대는 고학력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환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절한 교육과 개입을 하면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높은 스마트폰 보유율에 비해 필수매체로 인지하는 비율은 22.8%로 매우 낮아, 젊은 층뿐 아니라 50+세대 내에서도 디지털 활용 격차 발생 우려가 높다. 


퇴직한 서울 50+세대의 10명 중 9명은 수입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생계형 24.69%, 창직추구형 64.27%). 재취업보다 사회공헌을 하고픈 활동추구형은 11.04%뿐이다(서울시50플러스재단, 2019). 활동추구형 응답율은 2017년 사회활동 참여율(13.4%)과 비슷하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50+세대가 기존 노년 세대와 달리 높은 교육 수준과 능력, 경제력을 갖추었고,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사회 공헌 활동에 쏟을 의지도 높지만, 대다수에게는 일자리가 더 절절한 바람이다. 지난해 코로나로 대면 프로그램이 불가능한 탓에 캠퍼스 방문 인원이 13만 3천여 명으로 전년(2019년) 대비 1/3토막이 났다. 반면, 일자리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2배가량 늘었다. 이들은 필요한 실무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은 후에 현장에 배치되었다. 온라인 강좌 수강 능력이 곧 일자리 취득의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디지털역량 요구는 점점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재단도 새해 들어 그린뉴딜 인턴을 공모하는데, 컴퓨터 활용 능력이 선발 우대조건이고 50+열린학교 강사 모집에서도 비대면/디지털역량이 자격조건에 들어있다. 일자리도 디지털 미숙자들을 소외시킨다. 이제 디지털 역량은 일자리와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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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50+세대는 224만 명으로 서울시 인구의 23%나 되는 큰 인구집단이다. 10명 중 4명가량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이다. 기술과 경험, 능력과 경제력까지 일궈낸 산업화 주도세력으로 77%가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또 경험과 열정은 이타적 사회공헌 활동에 재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에 따른 지출이 커서 대부분 노후 대비 없이 은퇴하거나 퇴직했다.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할 100세 시대가 되레 불안하고(4명 중 3명 노후자금 걱정), 더 일하고 싶어한다(은퇴자 53%).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서 있어 지원대상이면서도 사회 기여가 가능한 양면적 특성을 지닌 독특한 세대다.


일과 사회공헌 욕구 충족, 여기에 필수적으로 무장해야 할 디지털 활용 역량이 50+세대의 공통된 관심사임이 자명해졌다. 이를 구현하려면 50+세대가 갖춘 아날로그적 잠재력을 디지털과 접목해야야만 활용 가치를 증진할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 동력을 추동할 역할과 기능 확대는 재단이 선제적으로 취할 막중한 책무다. 


올해 재단은 설립 5년째를 맞는다. 지난 4년여 서울 50+세대의 생애전환과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혁신플랫폼으로서 노력해온 성과가 적지 않다. 4년 누적 캠퍼스 이용자 100만여 명(서울 50+ 인구의 45%), 매년 500여 개 교육프로그램 운영, 300개 이상의 커뮤니티와 사회공헌단 지원, 일자리 발굴 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 벤치마킹하러 온 국내외 기관 단체가 뉴욕 블름버그재단 등 34곳이며, OECD 선정 공공부문 혁신우수사례(‘17),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소 선정 사회혁신사례(‘20)로 호평 받았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필자는 어떻게 단기간에 탄탄한 기반과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서울시의 50+세대 정책과 재단의 역량이 참 부럽다. 이런 성과와 역량을 갖춘 재단은 이제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키워드에 맞춰 50+세대가 ‘건전한 디지털시민’으로 자리 잡도록 적응을 돕고, 일과 사회공헌에 대한 욕구를 충족 시켜 나가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재단의 역할과 기능 확대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자.

 

 

1. 보편적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기기 이용능력) 교육 허브로서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기능을 강화하자.

새해 들어 모든 공모와 참여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접수에서 면접, 수료조건인 화상교육, 각 캠퍼스 교육과정 설명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바꿔 말하면, 디지털 미숙자에게는 언감생심 참여할 기회조차 없다. 이른바 50+세대 내에서도 정보격차가 조장될 수 있는 지점이다. 왜냐하면 50+세대 내 연령 분포가 베이비붐 1세대 중심에서 386세대의 진입으로 매년 변하고 있어서 연령에 따라서 또 그간의 직업과 경력에 따라서 정보 역량이 크게 차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50+세대 내 정보격차 해소 기능뿐 아니라 삶의 보편적 매뉴얼로 작동해야 한다. 국민 인식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정보격차는 더 커질 것이며(83%) 정보격차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어(51%), 정보격차 해결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75%)(한국 리서치 주간리포트, 2020). 때맞춰 2020년 5월, 지능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이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는 마련됐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50+세대는 속도와 유연성은 부족하나 많은 경험과 자본 네트워크가 강점이어서 디지털 기술과 결합했을 때 젊은 세대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일을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국내 첫 50+세대 문제 해결과 정책개발 전문기관을 표방한 재단에서 보편적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교육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2.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육성한 디지털 역량 강화자를 정보격차 해소 멘토로 활용하자.

디지털 능력을 갖춘 50+세대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수료한 선험자를 동년배나 고령층 디지털 격차 해소를 돕는 ‘디지털 홍익인간’으로 활용한다면, 디지털 미숙자 감소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그들에게 소정의 강사료라도 지급하면, 일자리 창출의 부가적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3. 권역별 캠퍼스를 지역 특성에 맞게 특화하고 자치구 50플러스센터와 협력을 강화하자.

현재 4개 50플러스캠퍼스의 콘텐츠와 프로그램들은 유사 중복이 많다. 앞에서 인용한 50+세대 실태조사를 보면, 생계형 진로준비 응답자는 남부지역 거주자, 사회공헌활동 추구형은 북부와 중부 거주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지역민의 욕구와 산업구조를 반영해 구로디지털단지와 가까운 남부 캠퍼스는 일자리 중심으로, 중부는 사회공헌 중심 등으로 특화하면 차별화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자치구 50플러스센터와 협력을 강화해 프로그램을 소지역적 특성을 담은 강좌 중심으로 또 관내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교육의 장으로 차별화하여 더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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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울시50플러스재단 참여 활동가를 대중적 스타로 만들기 위한 홍보 역량을 강화하자.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지상파와 종편에서 50+세대 대상 프로그램 제작이 늘고 있다. 인생 2막의 소소한 일상과 도전 얘기가 정겨워서 필자도 즐겨본다. 보면서 재단을 거쳐 새로운 일을 찾은 활동가, 재취업자 및 창업가, 유투버스쿨 대상자가 왜 저 자리에 없을까 참 아쉬웠다. 디지털미디어이건 지상파 방송이건 성공사례는 널리 알려야 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홍보 효과가 크고, 이를 통해 재단의 존재를 몰랐거나 방문을 미적거려왔던 50+세대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방송 출연은 방송사가 스스로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귀찮을 만큼 제작진을 만나고 협조 요청을 해야 한다. 스타 창출의 엔터테이너사급의 열정적인 홍보 전략과 행동이 절실하다.


불분불계 불비불발(不憤不啓 不悱不發). 계발의 어원이 되는 공자 말씀이다. 알려고 애태우지 않으면 이끌어주지 않고 애써 표현하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동안 50플러스캠퍼스 참여자 대부분은 공자 말씀처럼 스스로 배우려고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에 미숙하고 경제력이 약한 50+세대는 나서서 알려고 하기보다 가르쳐주기를 기다리지 않을까? 포스트 팬더믹 원년에 재단이 나서서 더 열심히 알려주고 가르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주자.

 

 

 

참고문헌

김혜민(2018),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눈 떠보니 50」, 한국경제신문.

리처드 돕스 외(2016), 「미래의 속도」, 청림출판.

송호근(2013),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이와우.

서울시50플러스재단(2020), 「50+리포트」.

서울시50플러스재단(2020), 「서울시 50+세대 실태조사 심층 분석 보고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2019), 「서울시 50+세대 실태조사-직업이력 및 경제활동」.

안희경(2020), 「오늘부터의 세계」, 메디치미디어. 

제이슨 솅커(2020), 「코로나 이후의 세계」, 미디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