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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최근 4년간 주된 일자리 퇴직 나이는 2015년 52.1세, 2016년 50.3세, 2017년 49.2세, 2018년 47.5세로 점점 짧아지는 추세지만,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나이는 71.4세라고 한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약 24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80세와 90세에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다. 다만 그 일자리가 연속성이냐는 따져볼 사안이다. 

 

우리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좋아한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 중 하나는 5세대 이동통신(5G)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시킨 대한민국이다. 다른 하나는 65세 인구가 인구 대비 초고속으로 증가하고 있는 초고령화 국가라는 사실이다. 언뜻 다른 사안 같지만 둘 사이에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5G는 자율과 비대면을 더 앞당기는 소위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변한다. 굳이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놀랄만한 5G는 65세가 되기도 전에 사람들을 현재 일하고 있는 일터에서 내몰고 있다. 정보통신(IT)이 이끄는 4차산업혁명이 준비할 겨를도 없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후 60세 정년퇴임도 전인 40대 중반에 일터에서 나와야 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전 일터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세월이 더 많은, 장수 고령사회에 일원이 된 셈이다.

 

노령화의 그늘은 질풍노도와 같이 오고 있다. 2년 전부터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500조 원을 넘어섰고 조만간 600조 원도 돌파할 전망이라고 한다. 예산의 1/5 이상이 고령화에 관련된 복지 분야에 투입되고,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부르짖던 시절의 국방예산보다 노령화에 투입되는 복지 예산 규모가 전체 예산 중에 제일 큰 규모일 만큼 빠른 속도와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어찌보면 순환예산이 아닌 소모성 복지에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복지라는 개념 자체가 재생산을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조만간 닥쳐올 우리 현실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그 현실은 인생 2막을 전개할 50+세대에게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로 숙련된 지적 노동이 한순간 단절되고, 축적의 세월이 벼랑 끝에 내몰릴 위기이다. 4050세대부터 맞닥뜨려야 할 숙명치고는 가혹하다 할 수 있다. 축적되고 숙련된 노동을 전수하고 이를 더 고도화할 수 있는 정책과 대책이 없으면 새판 짜기는 쉽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중년의 문턱에서,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젊음을 헌신했던 곳에서 떠나, 갈 곳은 ‘이산 저산’ 밖에 없다. 전국 방방곡곡이 중년 등산객들로 넘쳐났다. 그들의 산행을 보면 젊은이들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한다. 산행이 직업이고 직장인 셈이다. 소위 ‘나는 자연인이다’가 새로운 유형의 직종이 되었다. 우리나라 직업군이 수만 개에 이를 만큼 많지만 뚜렷한 직장과 직종이 없는 백수형 은퇴자들도 하나의 직종으로 분류해야 할 판이다.

 

일터가 최대의 복지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소일거리가 있어야 건강도 챙기고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귀농·귀산·귀어 등 소위 귀촌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빈약해서 갈수록 농어·산촌은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생면부지에서 마주하기도 버거운데 소일거리마저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준비 없는 은퇴 때문이다. 개인적 이유라고 돌릴 사안이 아니다. 저출산 초고령화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고령화에 맞는 산업과 일터를 정책과 대책으로 세우는 일이다. 그 정책과 대책 속에 은퇴자들이 되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 50세 이상 인구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미국 MIT 대학교 에이지랩 책임자이자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의 저자 조지프 F 코글린은 노령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위한 시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구매력이 4050 이전 세대보다 많은데도 불구하고 50+세대를 위한 시장이 없다고 압축적으로 고령화 대책을 지적했다.

 

2021 <50+리포트> 특별호 주제인 “서울시 중장년 정책의 필요성, 그 특별함”도 이와 별개가 아니다. 직업학을 대학에서 새로운 학과로 개척한 김병숙 박사는 최근 「사십과 오십 사이」라는 신작을 내놨다. 40여 년간 직업에 관한 연구로, 4050세대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과 현재의 변화에 맞춰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100세 인생에 대비하라는 내용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났다 해도 4050 이후 삶도 주된 일자리와 연속성을 갖게 인생 새판 짜기를 하라는 조언인데,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프로그램일 수 있다. 4050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은퇴 후가 아닌 은퇴 전 프로그램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받아온 수많은 의무교육처럼 법과 제도 속에 일 년에 반드시 이수해야 할 최소한의 인생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받도록 해야 한다. 종전 일터의 연장선이든 인생2막의 새로운 길이든 사다리 역할과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무교육이 비단 청소년 대까지만 머물게 하지 않아야 할 이유이다. 고령화를 지연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직종만큼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그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은퇴 후 70세까지 일한다는 OECD 조사에서 봤듯이 고령화 시대에는 이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이를 시간으로 따지면 은퇴 후 8만 시간, 40년에 해당하는 인생 후반부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 공간으로 50플러스재단은 탈바꿈해야 한다. 수많은 교육기관과 장소들이 있지만, 은퇴자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물리적 재정적 부담이 크므로, 그 역할을 50플러스재단이 담당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국내 인구의 41%가 노인층이라고 한다. 또 현재 노동력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2020년 50세 이상 노동력 비중이 약 25%에서 2050년 그 비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때문에 현재 노동시장에서 은퇴 단계에 서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 사실 ‘퇴장’이 아니라 ‘재진입’을 해야 한다. 비단 노동뿐만 아니라 노령화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산업과 문화 그리고 여가를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업의 연속과 새로운 세계를 설계할 선택적 프로그램이 맞춤형으로 짜일 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산학연은 꼭 산업계 학교 연구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학교와 연구소 역할을 통해 산업계와 협업하여 길잡이 역할을 하는 심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생2막 중년의 꿈을 설계하는 ‘산교육의 현장’ 역할이어야 한다. 문턱 없이 누구라도 즐기면서 배우고,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접근성이 원할 수 있게 구청 단위별 공간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25개 구청에 4050세대를 위한 인생 2모작 재활 교육 공간을 단계적으로 또는 여건이 갖춰진 곳을 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산업계가 협업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 

공공조직의 경우 은퇴 전 1년간 퇴직을 위한 시간을 주지만 일반 사기업의 경우 퇴직 직전까지 그럴 기회가 없다. 은퇴자에게도 양극화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서울 소재 기업들로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의무 위탁 교육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법제화를 통해 은퇴자에게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부와 기업의 부담을 동시에 덜 수 있는 완충지대 재활 교육기관으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확장성을 넓힐 필요가 있다. 재단의 설립 취지도 살리면서 외연 확장을 통해 퇴직과 은퇴가 아닌 재활로 다시 각자가 꿈꾸는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성공 사례가 전국으로 확대될 때 고령화의 시간적 속도도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고 본다.

 

 

 

참고문헌

김병숙(2020), 「사십과 오십 사이」, 성안당.

조지프 F. 코글린(2019),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고령화의 공포를 이겨 낼 희망의 경제학」 (원제 The Longevity Economy),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