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 등 ‘읽는 것’만을 ‘구독’하는 시대는 지났다. 영화, 커피, 꽃 등 취향을 반영한 구독부터 자동차, 의류, 반찬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군까지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구독’은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고 있다. 

 

글. 이민희(문화 칼럼니스트)

 

 

 

언택트 라이프, 구독경제가 파고든다

구독경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구독경제는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사실 구독 서비스가 전혀 새로운 모델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예전부터 신문, 잡지, 우유 등을 정기적으로 집으로 받아보고는 했다. 월정액을 내고 인터넷과 케이블TV, 음악 등 무형의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IT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전에 없던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구독’이 ‘구입해 읽는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것이다. 

 

구독경제의 본격적인 시작은 2007년부터다. 당시 클라우드 기반의 CRM(고객 관계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의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하던 티엔 추오는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감지하고, 곧 구독 경제에 필요한 결제와 매출 분석 솔루션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히트 상품을 만드는 것은 낡은 비즈니스 모델이며, ‘구독’을 통해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를 사로잡는 방법이라고 말하며 구독경제의 성장을 예견했다. 경제학자들 또한 ‘효용이론’으로 구독경제의 확산을 설명하며 제한된 자원과 비용, 시간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 ‘PINZLE’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

 

최근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시기에 구독경제는 오히려 큰 폭으로 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직접 매장 방문을 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현장에서 결제를 하지 않아도, 판매원과의 대면이 없어도 제품이 문 앞까지 배달되기 때문에 구독경제는 자연스럽게 언택트 시대를 대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당신의 취향을 알고 있어요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경제 규모는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올해 5,300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독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소비 트렌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소비가 ‘소유’가 목적이었다면 구독경제가 추구하는 소비는 ‘경험’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럿이 공유해 쓰는 공유경제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정기구독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넷플릭스

 

하지만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공유경제와 달리 구독경제가 훨훨 나는 이유는 바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일방적으로 구독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성향이나 가치를 파악해 소비자가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소비자가 장기적인 구독을 하게 되면 기업은 그 기간 동안 고객으로부터 수집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테일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구독경제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취향을 분석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메인 화면에 지속적으로 노출하며 상품을 고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다양한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빠르게 알아차리고 상품에 반영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합리적인 금액으로 최신 트렌드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아진다.

 

 

슬기로운 구독생활

 

넷플릭스의 성공에 힘입어 구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되고 있다. 영상, 음악, 책 등 콘텐츠에서 나아가 일상 속 의식주에서도 클릭 한번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도시락이나 반찬 등 식단을 구독 받거나 당을 낮춘 식단, 샐러드 위주 식단 등 칼로리 균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정기구독 서비스도 있다.

 

건강 설문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몸에 꼭 맞는 맞춤형 영양제가 배송되는 맞춤영양제 구독서비스의 경우 건강관리 서비스도 함께 제공받는다. 빨래 수거함에 빨래를 넣어 놓으면 세탁을 해서 다시 집 앞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생활 패턴에 맞게 세탁 횟수를 조절할 수 있다. 그 외에 침구관리, 스타일에 따른 양말, 가슴 모양에 맞는 여성 전용 속옷 등 개인적이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구독경제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도 구독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수요가 많아져 구독서비스 이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어떠한 영역에서 놀라운 구독서비스가 새롭게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최근 구독경제와 함께 가성비에 집중하고 합리적인 지출을 통해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소유하는 미니멀라이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소유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비우고, 내가 한 소비에 최대의 만족감을 얻고, 나의 진짜 취향을 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