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고독이 우리를 위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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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 짐 홀랜드, 팀 아이텔의 그림이 주는 위안  

 

 

 

안녕하세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입니다. 들뜸 없이 차분할 수밖에 없는 요즘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몹시도 힘겨웠던 한 해가 저물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옵니다. 요즘은 강제 집콕생활 덕분에 각종 문화생활을 인터넷으로 즐기는 재미를 하나둘 알게 되는 데요. 그 가운데 오늘 소개할 재미는 온라인 그림 감상하기입니다. 직접 전시회에 가긴 어렵지만, 온라인으로 그림은 언제 어디서든 무료 구경이 가능하니까요. 밝고 따스한 색감으로 현대인의 고독을 녹여낸 현대미술가 세 명의 그림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I 에드워드 호퍼, 외롭고 높고 쓸쓸한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 < Nighthawks,1942> (출처_wikipedia.org)

 

그림 속 등장인물은 네 명. 각자가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 조용한 느낌의 바. 하지만 왼쪽 끝에 홀로 앉아있는 신사의 뒷모습에 자꾸 시선이 갑니다. 유독 뒷모습이기 때문일까요? 밝은 조명 아래 서로의 손이 맞닿아 있는, 허나 무표정한 커플과 대비되게 배경이 어둡기 때문일까요? 그림 정중앙에 위치해있어서 일까요?

어깨가 구부정한 바텐더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림 가득, 도시의 밤 풍경은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도시인의 일상 속 소외와 고독을 그렸습니다. 주로 수채화와 유화로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 이후 미국인들의 도시생활 이면을 포착했는데요.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의 중산층은 언뜻 여유로워 보이지만, 화면을 응시하는 법 없는 인물들은 고립되고 외로워 보입니다.

 

(왼쪽) 에드워드 호퍼 < Office at Night,1940> (출처_wikipedia.org)                        (오른쪽)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 스틸컷

 

다시 말해 겉과 속이 다른 도시인의 생활을 화려한 색감과 빛과 어둠의 조화로 기록한 것이죠. 그림 안 깊숙이 드러나지 않은 시대상을 품은 채로요. 호퍼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그림들이 오마주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거예요. <사이코>를 만든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호퍼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고,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캐롤>에서도 호퍼의 그림을 오마주했습니다.

 

 

I 짐 홀랜드, 비어 있음의 아름다움 

짐 홀랜드 < Blue shirt and sunlight> (출처_northwatergallery.com)

 

햇볕이 잘 드는 방에 의자 하나, 푸른색 셔츠 한 벌이 보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 어쩌면 대수롭지 않을 방 안에 작가는 왜 주목했을까요? 포근한 햇살을 맞으며 사물도 낮잠을 잘 것 같은 평화로운 한낮, 잘 다려져 주름 한 점 없는 저 셔츠의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과연 이 그림 밖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 쉬고 있을까요?

 

미국 작가인 짐 홀랜드(1955~ )의 그림은 텅 빔, 고요함, 적막함이 오히려 수많은 상상의 여지를 주고, 그 과정에서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의 그림을 보다보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데요. 역시나 에드워드 호퍼를 오랫동안 존경해왔다고 합니다. 홀랜드 그림의 배경은 미국 동부 케이프코드라는 바닷가마을이 많은데요. 대학시절 친구들과 우연히 찾은 휴양지에서 영감을 얻어서, 사람의 자취를 걷어내고 적막함이 무늬처럼 박혀있는 바닷가 휴양지의 고요를 담백하게 비춥니다.

 

짐 홀랜드 < Sunset seats> (출처_northwatergallery.com)

 

짐 홀랜드 Sunset Sonata> (출처_northwatergallery.com)

 

 

 

I 팀 아이텔, 뒷모습이 말하는 것

팀 아이텔 < Mountains, 2018> (출처_pacegallery.com)     

 

시원하고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굽이굽이 인생길 같은 산맥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실은 눈을 감고 있을지도 모르죠. 여자일수도 혹은 남자일수도 있습니다. 왼쪽 다리를 오른손으로 지긋하게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뒷모습이기에 알 수 없는 것, 그래서 그림의 여백을 관객의 생각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 팀 아이텔의 그림은 주로 그런 것들입니다.

 

팀 아이텔 < Open Circle, 2017> (출처_pacegallery.com)

 

독일 작가 팀 아이텔(1971~ )의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면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그 점을 잊으면 안 된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고독과 단절을 겪는 순간. 그건 어쩌면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문득 혼자라고 느낄 때와도 맞닿아 있겠죠.마치 옆집 창문 안을 들여다봤을 때처럼 그들도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깨달음을 그림에 담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팀 아이텔은 동시대 미술가지만 회화적 전통을 고수한 탓에 국내 책 표지로도 인기가 많은데요. 대표적으로는 고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밤이 선생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잘 표현된 불행> 등을 비롯해,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느낌의 공동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