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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 동행(최윤)을 읽고....

 ■ 활동명 : 『동행』을 읽고...           ■ 일시 : 2023년 10월 2일(월)       ■ 장소: 명와 고문 댁, 서재 및 옥상 정원           

  참가자 : 강성자 대표 외 회원 4명(빨강머리 앤, 명와, 지니, 삐삐, 엘리)

  주요내용 : 동행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 삐비와 엘리의 여행 공유 및 응원, 파티에 어울리는 재즈음악, 조명, 수제 김밥까지 마련해주신 고문님 칭송~~♡♬♪

 

 향후 계획

    . 서대문50+센터 사이 특강 온라인 수강: 10월 13일(금) 14시, 『인생은 투 트랙』의 저자 문단열(사다리필름 대표)

    . 2023서대문 책으로 축제, 밖으로 나온 도서관 행사 참석: 10월 21일(토)~22일(일), 서대문 독립공원

    . 11월 6일(월) : 영화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이야기 나누기, 삐삐와 엘리의 루마니아 여행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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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감상문을 매번 연구논문 발표회 수준으로 책 모임의 진수를 선사해주는 엘리님의 글을 감상해본다.


2023102일  책 읽는 풍경_엘리

동행 _최윤 소설집

 

소설 <동행>(2012)<애도>(2020)를 중심으로

 

1. 우리가 삶 속에서 동행하는 것들에 대하여 (동행 2012)

 

그러나 황량하고 견고한 시멘트 바닥에 육체가 부딪히며 내는 둔중한 소리와 동행하는 사람에게 웬만한 쓴맛은 차 한잔에 넘겨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된다.’ (p.48~49)

 

해외에서도 활약하는 무용가인 엄마와 요청이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뛰어나가야 하는 잘나가는동시통역사 아빠를 둔 12살 아들 지훈이가 어느 날 갑자기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 죽었다. 자살했다. ‘대체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무엇이 그 미성숙한 몸 안에 죽음의 에너지를 만들어 한밤중에 깨어 일어나게 했으며, 베란다로 이끌었고, 그 깊은 허공 속에 그 몸을 내팽개치게 했을까.’(p.20)

그 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엄마인 나는 자살한 아들 주변과 주변 인물들에 대해 광기어린탐정과 수사를 벌이지만, ‘?의 부재가 바로 왜?의 답(p.25)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이후로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버텨가던 주인공에게 오래된 동창 부부가 무용가를 꿈꾼다는 딸 J를 데리고 온다. J는 아들과 같은 또래이고 이름의 이니셜도 동일하다. J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들의 죽음 이후로 2년간의 모호하고 몽롱하며 무채색이었던 반수면 상태에 있던나는 따귀를 맞은 듯 순간적으로 깨어남을 체험한다. 말이 없던 J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낸다. ‘그 욕설이 그 아이의 입에서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한, 위악적인 분노가 애 안에서 살아있는 한, 아이가 내가 잠든 사이 집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일은 없을 것임을 나는 확신했다.‘ (p.43) 아들에게 해주었을 모성을 발휘한 짧은 시간이 지나고 J는 친구들과 모의하여 집안의 금품을 갈취하고 엄마의 친구인 에게 상해를 입히도록 명령한다.

주인공 나는 그 때 입은 상처로 허벅지 마비가 오고 재산의 반을 날려버릴 만큼 큰 치료비를 감당해야 했다. ‘이제 겨우 50의 해변에 다다랐을 뿐인데,...’ 두 부부는 매일 오후 습관처럼 산책을 하고 산책 후에는 마주 앉아 차를 마신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다(p.48).

그런 시간 한가운데에 두 부부는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성년이 된 J, ‘여성 마술사가 되어 묘기를 펼치는 J를 보게 된다. J의 동작과 표정, 손놀림, 모두가 아름답다고 감탄하며 주인공 ‘J가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그 애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p.15)라고 말한다.

그것은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이유없이 자살로 생을 끝낸 아들에 대한 우회적인 절규같이 들려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대목이다.

***

느닷없는 12살 아들의 자살 사건은 납득하기 어려워서 소설을 읽는 내내 찹찹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스런 극단의 상황에 몰린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러나 황량하고 견고한 시멘트 바닥에 육체가 부딪히며 내는 둔중한 소리와 동행하는 사람에게 웬만한 쓴맛은 차 한잔에 넘겨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된다. (p.48~49) 극한의 일을 겪고 난 후의 달관일까. 이제 그들에게 웬만한 인생의 쓴 맛은 차 한잔 마시는 일처럼 가볍고 견딜만한 것이 되었다는 것일까.

그러므로, 소설 제목 동행은 우리 생 가운데 예측할 수도 없고, 이유도 알 수 없는 고통과의 동행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2. ‘이야기된 것과 이야기 사이의 거리에 대하여 (애도 2020)

 

너는 때때로 이야기된 것과 이야기 사이의 거리에 저항한다. 늘 그랬듯이, 너는 오래전부터 실제의 사건에서 거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악화시키거나 강화시킴으로써 근원적이며 운명적인 거리가 만들어지는 바로 그것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거리를 취함으로써 진실에 가까이 가는 그 역설의 이야기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달콤한 것을. 네가 외침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라는 일종의 터널을 지나면서 정제되고 균형을 취하며 마침내 참을 만한 것이 된다. 단순하고 동물적인 외침은 하나의 전언이 된다. 너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심장으로 깊이 들어가 어른을 위한 이야기보다 더 민감하고 더 정제된 단순한 이야기에 다다른다. (애도 p.314)

 

그것이 이 예외적인 시대가 네게 깨우쳐준 것이다. 너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온 자존심과, 안간힘을 써서 가꾸어온 너는 그래도 괜찮은 인간이었다는 너 자신에 대한 오해를 버린다. 이력서에는 드러나지 않는, 희미하게 잊힌 사실들이 스스로 떠오르더니 공적인 이력서 뒷면에 적나라한 너의 자소서를 쓰기 시작한다.( ........,,,) 너만의 고유하고 고매한 삶의 방침들이라고 은근히 자만하고 있었던, 자가 격리와 칩거와 인간류에 적당한 거리 두기가 모두가 공유하는 위기 대처법이 된 것이 못마땅한 것일까. 그렇치는 않다. 이제 너는 숨기지 않기로 한다.

(애도 P.322~323)

 

작가 최윤의 소설에서 이제는 익숙한 갑작스럽고, 그 이유에 대한 단서가 없는 사라짐, 여기에서는 남편의 사라짐 그리고 죽음이 소설<애도>의 중심 소재다.

너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 되어지는 나의 이야기이며 이를 통한 거리 두기로 현실은 보다 명료해지고 동시에 견딜만한 것이 된다. ‘라는 이인칭 시점이 특별히 필요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거듭되는 혹은 연달아 몰아치는 불운들 _(너는 재앙이라고 명명한다). 미국으로 간 가족과 합류하려던 계획은 언니의 사업 실패로 미뤄지고, 엄마가 물려준 집에서 혼자 살면서 혼자 힘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아동교육 전문 교재를 출판하는 회사에 취직한다. 직장 동료의 소개로 뚜렷한 직함이 없이 시를 쓴다는 케이와 결혼한다. 결혼 3년 차에 남편 케이는 느닷없이 실종 신고하지 마라는 메모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결혼 3년째 되는 어느 날, 케이는 사라졌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어딘가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계획적으로 잠적했다.’ (p.324)

 

남편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혹은 이야기 되어진 것과 다른 케이의 실재를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 된 것과 이야기 사이의 거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때부터 너는 칩거와 거리 두기의 생활방식을 체화한다. 그러나 불행(재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날 정말 느닷없이 집을 빼앗긴다. 사라진 남편이 집의 명의를 자기 것으로 해놓고 아이 셋인 부부에게 팔아넘긴 것이었다. 강제적으로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팬데믹 상황이 되자 너는 그 반대로 거리를 순례하는 방식으로 지나온 거리들을 찾아본다. 그러던 어느 날 는 케이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메일 하나를 받는다.

메일 하나가 네게 도달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네가 가장 두려워했으며 어떤 재앙보다 더 피하고 싶었던 소식을 담은 메일이 도망치는 네 뒤를 추적해 온 것이다.’ (p.316)

 

메일에 첨부된 파일이 케이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일 것으로 생각하고 는 차마 jpg확장자 파일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그 파일은 노숙자 숙소에서 병에 걸려 고통 속에 죽어 간 케이가 늘 간직하고 있었다는 손글씨로 쓰인 시였다.

‘“실종 신고 하지마.”라고 박력 있게 휘갈긴 케이의 서체는 사진속에서는 무참히 무너져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힘을 내어, 그것도 굵은 심의 연필로 노숙자 숙소의 어두운 전등 불빛 아래서 네 줄의 시구를 사투처럼 써내려갔을 케이의 얼굴을 너는 상상할 수 없다. ’ (p.337)

 

*존 던 <존 던의 거룩한 시편>

Holy Sonnets: Death, be not proud

BY JOHN DONNE (1572~1631)

Death, be not proud, though some have called thee

Mighty and dreadful, for thou art not so;

죽음아 뽐내지 마라, 어떤 이들은 너를 일러

힘세고 무섭다고 하지만, 실상 너는 그렇치 않기 때문이다

For those whom thou think'st thou dost overthrow

Die not, poor Death, nor yet canst thou kill me.

From rest and sleep, which but thy pictures be,

Much pleasure; then from thee much more must flow,

And soonest our best men with thee do go,

Rest of their bones, and soul's delivery.

Thou art slave to fate, chance, kings, and desperate men,

And dost with poison, war, and sickness dwell,

And poppy or charms can make us sleep as well

And better than thy stroke; why swell'st thou then?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shalt die.

짧은 한잠이 지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리,

그리고 죽음은 더 이상없으리: 죽음아, 너는 죽으리라

 

***

소설 제목 <애도>에 맞게 죽은 남편에 대한 애도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오히려, 존 던의 시구에서 죽음 자체를 애도하는 것_ 짧은 잠을 지나 죽음이 죽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영원히 깨어난다는 것_이런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소설가 최윤은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

소설은 마침내 자동사가 되었다.

.......................................

천상의 위로와 애무가 필요한

이 세대에 대해,

그저 한 가지,

말 걸기를 멈추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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