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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심윤경, 저.)

■ 활동명: 2023년 7월의 도서를 이야기하다~~~
■ 일  시 : 2023년 7월 18일(화) 13:00 ~ 18:30                     ■ 장소 : 환기미술관, 상명대 인근 카페
■ 참가자 : 강성자 대표 외 회원 4명(빨강머리 앤, 명와, 삐삐, 엘리, 목화) 
■ 주요 내용
   - 빨강머리 앤의 초대로 환기미술관 관람(도슨트의 작품해설 감상***)
   - 지니의 존재를 확인(세자매의 친정 방문으로 함께하지 못함 ㅠㅠ)하고, 책 읽는 풍경의 '요정'으로 재인정!
   - 심화된 독서 모임 지향 방안 논의 外
■  향후 계획
   - 8월 독서 모임 : 『각각의 계절』, 권여선, 문학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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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자 대표의 도서 추천과 진행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의견을 나눈... 풍성하고 긴 여운이 남는...

곧 (예비)할머니가 되는 회원들 모두 `어른의 품격`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 엘리의 발제문을 소개한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사계절출판사

 

2023.07.18

 

  할머니의 작은 방은 '지직거리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사과 한 알, 흐린 햇빛과 오래된 요강'이 있는 방이다. '노르스름한 햇볕이 비쳐드는 콩댐 장판'이 깔린 할머니 방은 '평화로 가득찬 작은 방'이다. 고모들이 찾아 오는 날엔 '봄 햇살처럼 눈에 보이는 환한 노란 빛으로 공간'을 채운다. '눈부시지도 어둑하지도 않은 따뜻함의 밝기, 그 노르스름한 기쁨에 함께 공명해 마음속 어딘가가 견딜 수 없이 간질간질한 기분'이 된다. 할머니에게 배운 사랑을 한 줄로 요약하면 그것은 "사람이 주는 평화" 이며, 이는 '아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사랑이다.

  책 앞표지를 옐로우 컬러로 디자인한 것은 아마도 노르스름하면서 눈부시지 않은 환한이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것 같다. 책 뒤표지는 할머니가 사랑스런 눈빛으로 손녀를 안아 들고 있는 -오래되어 빛바랜- 흑백 사진을 그대로 담아냈다. 하늘빛 면지를 넘기면 나오는 표제지 뒷면에도 동일한 사진을 넣어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작가에게 이 사진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할머니의 유물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사진 속 할머니는, '아침마다 참빗으로 흰머리를 곱게 빗어 금비녀로 쪽을 지어 올렸다', 'TV 앞과 동네 약수터를 말없이 오가는 일로 하루를 소일했다'는 구절에서 보듯이 런닝구(?)차림의 수수한 보통의 이웃 할머니(60-70년대)이다.

 

 

 

 1. 옥균이 엄마를 기억하다

 

  나는 사진을 보자마자 어린 시절 이웃사촌으로 가깝게 지냈던 옥균이 엄마가 떠올랐다. 동시적으로 옥균이네 장독대 뒤를 담처럼 뒤덮었던 노오란 개나리꽃 무리가 눈앞에 펼쳐지면서 갑자기 마음이 밝아져왔다. 70년대 우리 마을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어 이웃들은 마을을 떠나 각자 흩어져 여기저기 삶의 터전을 잡았다. 옥균이 오빠네는 가리봉동으로 이사를 했고 엄마와 아버지는 이후로도 철마다 옥균이 엄마 집을 찾았다. 어린 마음에도 이전 마을의 전원풍의 정겨운 풍경이 사라지고 시멘트 집들만 다닥다닥 모여있던 동네가 무척 낯설고 서글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이북 출신으로 북녘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이다. 남쪽에 친지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이웃인 옥균이네와 정말 사촌지간처럼 친하게 지냈다. 사실 옥균이 엄마는 32년생 나의 어머니보다 20년은 더 위였을 것이다. -옥균이도 어린 나에겐 삼촌뻘 되는 정도의 어른이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옥균이 엄마와 아버지를 어쩌면 부모처럼 의지하고 섬기며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옥균이 엄마는 나의 어머니에게 친한 친구요, 다정한 언니요, 따뜻한 어머니의 역할을 다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옥균이네는 딸 3, 아들 3을 두었는데 너무도 곤궁한 처지여서 딸 하나를 절 스님에게 보냈다. 절에 들어간 딸이 어느 날 집에 와서는 울며 나를 왜 절로 보냈느냐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스님이 와서 그동안 키워 준 값을 갚으라 하며 다시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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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한다. 울며 불며 안 가겠다는 딸을 보내야 했을 옥균이 엄마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막내 딸은 난봉꾼을 만나 오래도록 옥균이 엄마의 속을 썩인 것으로 안다. 아들들은 아들들대로 쇠고집을 피우며 옥균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속을 무던히 썩였다.

  이 기억들은 나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더러는 직접 목격하거나 옥균이 엄마의 한숨 소리를 통해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근근이 농사를 지어 살아왔을 곤궁한 집. 커다란 나무 문을 양쪽으로 젖혀 열면 너른 마당이 나온다. 마당엔 늘 커다란 멍석이 펼쳐져 있었다. 옥균이 엄마는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르고 멍석에 펼쳐놓은 수확물등을 고르고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왼쪽엔 커다란 광이 있었고 오른 쪽으로 부엌과 작은 툇마루, 그에 이어지는 큰 방과 한단 높이의 작은 방이 있었다. 부엌은 방과 높이가 한참 낮았다. 어린 나는 눈만 뜨면 혹은 심심할 때면 내 집 안방 드나들듯 옥균이네 집을 드나들었다. 분명 쪽을 지어 곱게 머리를 빗어 올렸을 옥균이 엄마는 늘 하얀 무명 치마저고리 차림이었는데 나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 하나...아주아주 정갈한 부엌- 부뚜막에 솥단지가 두 개 있었고, 부엌세간살이는 단출했다. 옥균이 엄마는 행주로 솥과 부뚜막을 정성껏 닦아냈다. 오래오래...나도 그런 옥균이 엄마를 한참 바라보았고 옥균이 엄마는 소리 없는 작은 미소로 답해주었다. 옥균이 엄마도 역시 말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따뜻한 미소로 어린 나를 예

 

 

뻐해 주었다. 부엌뿐만 아니라 마당도 아침 일찍, 저녁 나절 늘 곱게 빗질되어 있었다. 흙바닥에는 빗자루의 결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문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눈에 들어오는 장독대에는 큰 독과 작은 항아리들이 놓여 있었다. 그 뒤로 수령이 오래되어 둥치가 크고 가지가 무성한 개나리가 가지를 옆으로 뻗으며 이웃집과 경계를 이루었다. 비가 오는 봄날, 활짝 핀 개나리를 보면 가끔씩 옥균이네 집 개나리를 떠올리고 설명할 길 없는 지독한 그리움에 젖어든다. 비에 번들거리는 적갈색 항아리들 뒤로 봄비를 맞고 처연하게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던 노오란 개나리 무리가 얼마나 강렬하게 유년의 나의 마음속을 파고들었을까. ----이상한 것은 지금은 그 진하고 무성한 개나리 무리를 어디서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유년의 눈에 비친 개나리에 비하면 한참 엉성하고 흐릿하고 초라한 개나리들뿐이다. 그조차 근래에는 개나리를 보기가 쉽지 않다. ----

  작은 체구의 늘 단정한 매무새의 옥균이 엄마. 마르고 유난히 키가 커 보였던 옥균이 아버지는 고된 농사일로 얼굴 주름이 깊게 패어 나이보다 더 늙은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그들이 문 밖으로 큰 소리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두 분 모두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리봉동에 계실 때 옥균이네 집을 좀 더 자주 찾아갈 걸 하는 후회가 된다. 옥균이 엄마의 성자, 이름자 정도는 알아 둘걸 하는... 옥균이네 오빠와 언니들 소식은 이미 끊겼다. 나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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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가 심윤경을 생각한다 * 심윤경 1972년생

 

‘p.33 등단을 기다리는 작가 지망생의 조바심을 포함해,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직장 동료들은 다정했고 남편과도 사이가 좋았다. .......어쨌거나 그때까지는 금슬이 절정이었다. p.60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최고의 대학에 가고 최고로 원하던 직업을 가지고 훌륭한 결혼생활을 하며 모든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내 삶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고 남편과 사이도 좋았고 작가로서의 삶에도 충실했다. 따듯함을 나누는 좋은 친구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p.180 나는 잘 자랐다. 나는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을 무척 사랑한다. 좋은 사람들과 매우 화목한 친목 그룹을 만들고 오래 유지하는 재주가 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을 가까이한다. 사람을 믿고 좋아하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나의 기술은 스스로 생각해도 정상급이다.’

 

  심윤경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기 분석이다. 감추지 않고 드러냄이 당당해서 차라리 순수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 완벽한 존재가 40대 어느 날 이래봤자 다 소용없어.” 라고 흐느끼면서 잠에서 깨어나는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 발밑의 땅이 무너져내리고 동굴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 문득 할머니가 늘 하던 말 p.62에미 별나서를 떠올리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할머니의 오래된 방문을 열어 할머니가 가득 채워놓은 평화와 사랑의 말들을소환한다. 에미 별나서의 힘(

 

 

과)은 ---- 사람마다 제각각 개성이 있는데함께 살다 보면 그것이 때로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되곤 한다.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갈등들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부대낌의 문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결론으로 문제를 극복하게 해준다.

 

  말 수 적은 할머니의 몇 개 안되는 말들 중의 하나, 장혀는 성공하건 실패하건 어느 경우에든 사용한 말로 위로와 격려의 힘을 발휘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통째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며, 힘든 순간이 있었을 것을 미루어 아시고, 각자의 길 앞에 놓인 장애물을 건너뛰기 위해 발버둥쳤을 보이지 않는 노력들에 장하다라고 한 말이다. p.166 나의 할머니는 노년의 안온함을 감사하게 즐기셨지만 겉보기엔 평화로운 자식들의 일상 속에도 숨겨진 고달픔이 있음을 잊지 않았다.

  또한 할머니의 평범한 일상 언어였던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 워쩌역시 깊고 지혜로운 의미가 숨어 있어 사춘기 딸의 양육에 결정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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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나 시인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나의 편견이 어느 정도 수정되고 나서 좀 더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평탄한 삶을 산 사람도 숨겨진 고달픔이 있을 테고, 그를 바탕으로 글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작가가 갈고 닦은 말과 글의 노고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p.101 ’내가 일평생 갈고 닦은 정교하고 풍성한 언어의 기술이 적어도 독자에게는 무용지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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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할머니의 위대한 유산 ; 노년의 롤 모델이 되어 준 할머니 

 

늙음이 두렵지 않다. 할머니의 모습은 궁극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향해 걸어가면 되는 것. 사람의 늙어감은 추하지도 슬프지도 않고 그저 조촐해져가는 것. 가진 것을 하나하나 내려 놓으며 남은 존재를 함박웃음으로 채워가는 것.’

 

광산 김씨 김수 할머니는 인생 자체가 하나도 바릴 것 없는 그 무엇인가. 늙어감도 죽음도 죽음 이후까지도 칭송받는 존재.

 

4. 언급된 책들

 

앨리스의 체셔 고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애니메이션

데이비드 기펄스 <영혼의 집짓기>

이사벨 아옌테 <영혼의 집>

C.S. 루이스 <나니아 연대기>

 

5. p.66 인생의 첫 기억이 무엇이냐?

 

 

 

 

--심은경첫 돌과 두 돌 사이뒷마당에서 병아리를 처음 본 날, 

 

철망 속에 다가가 닭에게 손가락을 쪼여 울음을 터뜨리고, 할머니가 괜찮여하며 달래 줌.

 

--: 역무원으로 이 역 저 역 돌아가며 근무하던 아버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근무하실 때는 집을 떠나 관사에서 지내셨다. 5-6살 무렵 엄마가 나를 잠깐 아버지한테 맡겨두고 가셨는데,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잠에 떨어지고 밤에 소변이 마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다가 방에 그냥 소변을 본 기억.

 

* 각자 생각해 보고 말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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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수 (1)

  • 강성자

    진지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눈 좋은시간이었어요

    2023-09-05 13:2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