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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여행 길에서 책을 읽고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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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명 : 책읽는 풍경 4월의 만남

일 시 : 202343() ~ 44()         장 소 : 세계문화유산도시 경주 ~

참가자 : 강성자 대표와 회원 5명(빨강머리 앤, 명와, 지니, 삐삐, 엘리, 목화) 


주요내용  현장에서 책 읽고 명와샘의 덧붙임 강의 듣기

 

             동리목월문학관 탐방 외            


*  엘리님의 발제문과 후기(아래)


4월 북모임 <여행자를 위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 경상권> 유홍준

 

들어가는 말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경주 땅을 밟고, 40여 년이 지나 다시 학생의 마음으로 경주를 둘러보게 될 것이다. 경주의 벚꽃을 보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지만, 유홍준의 답사기를 가이드 삼아 새롭게 다가올 경주를 기대한다.

 

1. 첨성대

 

= 제기를 받치는 기대 모양

 

옛날 사람들은 천원지방, 즉 하늘은 둥굴고 땅은 네모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첨성대의 기단은 정사각형이고 몸체는 원으로 되었다. 몸체는 모두 27단으로 되었는데, 맨 위에 마감한 정자석과 합치면 28. 기본 별자리 28수를 상징한다. 여기에 기단석을 합치면 29. 한 달의 길이를 상징한다. 몸체 남쪽 중앙에는 네모난 창이 있는데, 그 위로 12, 아래로 12단이니 이는 112달과 24절기를 상징하며 여기에 사용된 돌의 숫자는 어디까지 세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362개 즉 1년의 날수가 된다.’ (박성래, 한국사특강편찬위한국사특강. 서울대출판부 1990, 467)

 

2. 경주를 말해주는 3가지 유물 (소불 정양모 전 경주박물관장)

 

진평왕릉 = 찬란한 신라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었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 ;

위용을 잃치 않으면서도 소담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고분

장항리 절터 = 감동적인 것

에밀레종 소리 = 위대한 것

낮게 내려앉은 저음이지만 그 맑은 여운은 긴 파장을 이루며 한없이 퍼져나간다. 장중하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장중하기 힘든 법이건만 그 모두를 갖추었다. 소불 선생은 이 소리를 엄청나게 큰 소리이면서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다.’고 표현. 풍만하면 유려하기 힘들고, 유려하면 풍만하기 힘든 법이지만 에밀레종은 그 모두를 충족시켜준다.

 

3. 석굴암

 

Q : ...우리에게도 ...세계에 ...내세울 문화유산이 있나요?

A : .....우선 한글이 있고,.....에밀레 종이 그렇고,....무엇보다도 석굴암이 있습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우리의 모든 문화유산이 다 사라진다 해도 석굴암만 남아준다면 한민족이 살아온 문화적 긍지는 손상 받지 않을 겁니다.

 

그리하여 나는 석불사 석불에 대하여 완벽한 인간 공력이 이루어낸 경이로움만 말할 수 있으며 거기에 오직 한 마디만 덧붙일 수 있다.

 

보지 않은 자는 보지 않았기에 말할 수 없고, 본 자는 보았기에 말 할 수 없다. ”

 

4. 유희좌 보살상

 

그러다 내 나이 마흔이 되는 80년대 말 어느 날 나는 석불사  석굴에서 전에 볼 수 없던 그 무엇을 보고 있었다

지난 10년 간 해마다 찾아뵌 그분이었는데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조화적 이상미라는 것을 보았다.

그날 내게 다가오는 석불사 석굴의 조각은 맹목적 보편성을 드러내는 아카데미즘이 아니었다.

신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인간적이고, 인간적이라고 말하기엔 절대자의 기품이 강하였다. 엄숙하다고 말하기엔 온화하고, 인자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엄했다젊다고 생각하려니 너무 의젓하고 노숙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탄력 있었다. 남성으로 보려 하니 풍염하고 여성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건장하였다그리하여 혹자의 "아버지라고 보려 하니 너무 자비롭고, 어머니로 보려 하니 너무 엄격했다"는 말도 생각났고, 이 세상의 질서와 평화가 저 한 몸에 있다는 말도 생각났다.

본존불은 고전주의적 기품을 보여줌에 반해 10대제자상은 강렬한 리얼리즘으로 포진하고 있고, 팔등신의 늘씬한 몸매의 문수보현, 제석천범천이 얇은 돋을새김으로 환상적이상주의적 자태를 보여준다. 11면관음보살은 여지없는 '미스 통일신라'로 돌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고개를 들어 감실의 제상을 둘러보니 지장보살은 의젓하고 유마거사는 열변을 토하는데 유희좌로 몸을 비틀고서 무릎에 턱을 괸 어여쁜 보살은 상기도 조는 듯 눈을 내리고 있다. 그 아련한 분위기에 나는 오랫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저 종교와 예술과 과학이 어우러진 지고의 최미라는 딱딱하고 의례적인 정의 이상 내릴 수 없었다. 내가 "보지 않은 자는 보지 않아서 말할 수 없고, 본 자는 보아서 말할 수 없다"라고 한 것은 그 때의 경험이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거부했던 어떤 이상주의, 고전주의 미학에 휘어잡히고 마는 순간을 느꼈다. 나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게 아무런 가식 없이 다가오는 미적 체험이라면 굳이 아니라고 우길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 고전의 심연으로 들어가 더 깊은 미의 철리를 배워야 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그 때 내게 생각나는 한 구절의 경구가 있었다. 고유섭 선생이 고대미술연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1975)에서 던진 미술사적 화두였다.

 

종소리는 때리는 자의 힘만큼만(에 응분하여) 울려지나니......

                                                 

5. 전통적인 3대 사찰 건축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경주 불국사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경주 불국사

백두대간의 여백을 절 앞마당인 양

끌어안는 정엄한 스케일을

보여주다.

부드러운 조계산 자락이 사방에서

감지되는 아늑한 산중에 자리잡다.

산자락을 타고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비탈을 평지로 환원하여 반듯하게

경영되다.

자리앉음새(location)이 뛰어나고

건물과 건물 간의

공간(space)운영이 탁월하며

돌축대의 기교(technic)

가람배치(design)의 묘가 압권이다.

한국 사람은

호방스러운 기상을

일본사람은 유현한 분위기

서양 사람은 공교로운 인공의 멋

높이 평가한다.

 

* 유현한 : 이치나 아취(雅趣)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그윽하며 미묘하다.

 

* 공교로운 :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나는 불국사에 올 때면 꼭 새벽에 사람 적은 시각을 이용한다. 겨울 한 철을 빼고 봄, 여름, 가을로 차가운 아침 기온은 불국사에 수증기를 뿌린 듯 대기가 촉촉이 젖어 있음을 느낀다. ...

 

6. 불국사 건축의 오묘한 디테일

 

첫 번째는 대웅전 정면으로 오르는 돌계단의 소맷돌 측면의 살짝 궁굴린 곡선의 아름다움이다. 마치 옷깃의 선 맛을 낸 것도 같고, 소매 끝의 곡선 같기도 한데 그 날카로운 듯 부드러운 아름다운엔 더할 수 없는 기쁨이 일고, 그런 미세한 아름다움을 구사한 옛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놀라움이 일어난다. 우드 관장을 이 자리에 끌고 오자 그는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를 여러 번 되뇌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번째는 석가탑의 탑 날개 직선의 묘이다. 사람들은 다보탑은 그 화려한 구조의 묘를 자세히 살피면서도 석가탑은 전체적 인상만 즐길 뿐 세부적 관찰을 포기하곤 한다. 석가탑은 무엇보다도 지붕돌이 상큼하게 반전한 맵시가 일품이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살피면 지붕돌은 기울기가 직선으로 되어 있지 반전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처마를 직선으로 뻗게 하다가 추녀 부분에서 살을 두툼히 붙여 급하게 깎아낸 것인데, 그것을 밑에서 올려다보니까 살포시 반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착시 현상을 이용하여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견실한 힘이 느껴지는 이런 디테일의 묘에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석축에서 *그랭이법으로 자연석 위에 얹힌 장대석을 자연석 모양에 따라 깎은 것이다. 외국인들은 대개 여기에서 자지러지듯 놀라며 인공과 자연의 조화에 얼마나 많은 공력과 계산이 들었는가를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극락전 바깥쪽 서쪽 면의 축대 쌓기에 이르면 그 감동은 절정에 이른다. 불국사 석축 정면에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비탈길에 드러난 극락전의 석축이 있는데, 곧게 세운 세로줄 장대석을 가로지르는 허리축 걸림돌이 수평으로 뻗어가다가 오르막에서 급격한 꺾임새를 나타내는 동세는 천하의 일품이다. 수직·수평으로 교차하는 장대석을 마치 목조건축의 가구인 양 동틀돌로 조이면서 입체적으로 돌출시킨 아이디어도 여간 놀라운 것이 아니다. 우드 관장과 경주를 함께 답사하고 헤어지면서 경주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 하나만 꼽아보라고 했더니 그는 어려운 문제라며 머뭇거리더니 결국은 이 극락전 서쪽 석축의 짜임새를 꼽았다. 그때 우드 관장은 정말 경이롭다”(marvelous)고 했다.

네 번째는 극락전 안양문에서 연화교를 내려다보면서 연꽃무늬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계절과 시각과 광선에 따라 선명도에 차이는 있지만 육안으로 반드시 간취될 것이다. 우드 관장은 이 조각 새김을 보는 순간 믿기지 않는다”(incredible)고 했다.

다섯 번째는 관음전에 올라 관음전 남쪽 기와담 너머로 보이는 회랑과 다보탑을 꼭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보는 시각이, 회랑이 있는 절집의 정연한 기품이 무엇인가를 남김없이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불국사 서북쪽의 빈터에는 불국사 복원 때 사용되지 않은 석조 부재들이 널려 있는데 이중 주춧돌이야 누구나 알 만한 것이지만, 뒷간에 사용되었던 타원형으로 구멍 난 돌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또 한쪽에는 완벽한 단독 뒷간이 있다. 그것은 상상 외로 멋있고 조형적이다. 우드 관장이 이 멋있는 단독 뒷간을 보면서 왜 이것만 이렇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와서 나는 즉흥적으로 관장님 전용”(Director’s only)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나에게 유머책을 쓰면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상하게도 네모난 돌에 버들잎 모양으로 홈을 파고 아래쪽에 작은 구멍을 내놓은 용도 미상의 석물이 있다. 환자용 변기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신영훈 선생은 이것이 실내에 설치한 수세식 변기로서 여성용이 아니었겠는가 추측하였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자꾸 보니까 변기가 아니라 혹시 용변 후 물을 담아 밑을 씻던 물받이 석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드 관장과 왔을 때도 이것을 골똘히 관찰하고 있는데 그는 또 내게 이게 뭐냐고 물었다. 그때 나의 짧은 영어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한마디뿐이었다. “8세기의 비데.”(8th century’s bidet) 그러자 다른 때 같으면 리얼리?”(really)라고 동의성 반문을 했을 텐데 이 순간에는 내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못 당하겠네”(You win) 하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여행자를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p.224~227)

 

*그랭이법 석축 = 자연석의 초석을 깍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얹을 장대석을 자연석에 맞추어 깍았다. 이런 건축을 목조건축에선 그랭이법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엔 예가 없다.

 

7. 맺는 말

 

경주 시내를 차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봉분들이 자리하고 있는 풍경이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지나온 왕들의 무덤()은 넉넉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로 서 있어, 낯설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신라 사람들은 저토록 커다란 봉분 안에 무엇을 넣어 두었을까.

그러나 여행의 묘미는 단연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대구 출신이지만 경주가 좋아 20여년 넘게 경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 사람(학예사 자격증도 보유)과 우연히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발생했던 인왕산 화재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경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지로 추천할 곳은?

 

경주 박물관 둘러보기, 특히 에밀레종을 보시라.

 

황룡사지 절터에 남아있는 금당지, 명당 중의 명당으로 경주의 핵심적인 곳으로 반드시 가 보아야 할 곳이라고...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경주 찰보리빵에 대해 묻자, 단석가가 원조라고 한다. 단석산 일대가 찰보리 재배지로 거기서 나온 찰보리로 만든 빵이라고한다. 덧붙여 황오당빵도 추천했다. 우리 밀, 우리 팥으로 만든 빵으로 일찍 매진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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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계획

 

- 420() 14, 사이특강 유투브 라이브 수강

   세계의 정원을 여행하는 법, 오경아(정원의 기억, 저자)

 

- 54() 서촌에서 만나서,

 

5월에 읽고 이야기 나눌 도서를 함께 잘~ 찾아보기로... 그리고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특강 시간을 갖기로 ...

 

- 강사 : 강옥순 회원(전 한길사 주간, 김영사 편집이사

          현 한국인문고전연구소 소장)


 함께 책 읽는 날짜 정하기로...

   

    * 예정되었던 5월 29일은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개관기념일이랍니다.

       2023년이 개관 5주년이래요.  생일축하해요~~~ ♩♪♬ 그리고 ♡♥+♡♥+++++

 

- 523() 14, 사이특강 유투브 라이브 수강

  한양도성을 걷고 그리다, 이호정(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저자)

 

 

 

 

 

 

 

전체댓글수 (2)

  • 강성자

    앨리샘~ 후기 수고하셨어요 감동입니다. 기수샘~ 경주를 시작으로 우리 어디론가 또 떠나요 앞으로 쭈욱 ~~ 감사합니다

    2023-05-10 20:40:41

  • 김기수

    경주 날씨가 서울보다 쌀쌀해서 놀랐다. 빨강머리 앤(대표님)이 기온이 좀 내려간다하니 따뜻한 옷을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강사(명와님)를 대동하고 여행한다니 유홍준 선생님이 칭찬하시겠어요~”, 명와샘의 주옥같은 덧붙임 강의도 환상이라는 지니 님! 이틀 동안 경주 보문관광단지와 대릉원 일원을 넘나들며 안전하고 편안한 신속한 이동을 담당한 삐삐님! 감사해요~~ 달리고 달리며 토함산 기슭에 계신 석불을 뵈러 가는 중 토함산에 올랐어라~~ ♪♬~ 합창했던 순간은 이제 추억으로... 밀면에 대한 (혼자만의) 오해? 를 넘어 맛과 정성에 감탄했던 경주의 1박 2일은 아쉽기만 하네요. 누군가 경주를 어떻게 보고 1박 2일로?... 라는 말을 절감하고 왔어요.... 벗꽃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2023-04-27 11:5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