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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활동명 : 책읽는 풍경 3월의 만남
일   시 : 2023320() 16:00~20:00
장   소 : 서대문50플러스센터 내 회의실 
참가자 : 강성자 대표와 회원 5
주요내용
   -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저. 김선형, 옮김)을 읽고 토론
   - 4월 문학탐방 일정 논의  
향후 계획
   - 322() 14, 사이특강 온라인 수강 내가 '은혜씨' 엄마가 되어 배운 것들

   - 43() ~ 4() 독서토론 및 문화유산 답사

     .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불국사, 경주박물관

     . 현장에서 책을 읽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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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도서 선정과 영화도 보여준 우리 지니님!

경이로운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가의 저서도 소개해준 덕분에 다양한 주제로 확장된

의미있는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 카야외로움과 고립의 경이로운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특별한 감상문을 준비한 마정숙 회원의 글을 공유한다.(아래)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소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점핑과 메이블이 보여주는 안정적인 삶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연민과 사랑, 베풂이다. 그들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카야의 홀로서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점핑은 혈육은 아니나 실제로 자기를 키워준 아버지라고 카야 스스로 말할 정도로 고아 처지의 카야를 자기 자식처럼 거두어준 인물이다.

두 번째는 소설 속에서 시가 차지하는 비중과 시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테이트와 그의 아버지 스퍼커가 시에 대해 나누는 짧은 대화에서 스퍼커의 입을 빌려 작가는 시는 무언가를 느끼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또한 시는 중간중간 카야의 내면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며, 글을 익히게 되면서 카야는 어맨다 해밀턴이라는 시인이 되어 시를 쓴다.

세 번째는 카야의 일생을 작가가 한 페이지로 요약해 준다는 점이다. 모래처럼 하얗게 머리카락이 센 카야는 채집 여행을 떠났다가 배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 그녀만큼 이 지구라는 별과 그 속의 생명체들과 끈끈하게 유착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흙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대지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1) 점핑과 메이블

; 그들의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베풂

* 아름답고 정겨운, 이제는 잃어버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같은 집의 묘사

 

p. 105

그날 저녁 점핑은 모래밭 길을 걸어 유색인 마을로 퇴근했다. 판잣집과 가건물들이 잔뜩 모여 있고 후미진 수렁과 진흙탕에 드문드문 진짜 집들이 몇 채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유색인 숙영지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숲속에 있었다. 산들바람도 불지 않고 조지아주 전체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모기가 많은 곳이었다.

 

요리용 화덕에서 나오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소나무 사이로 흘러나와 점핑의 코를 간질였다. 유색인 마을에는 도로도 없이 이리저리 집들을 연결하는 오솔길만 나 있을 뿐이었다. 점핑은 제대로 된 집의 주인이었다. 점핑은 아버지와 함께 소나무 목재로 집을 짓고 가공하지 않은 원목으로 지반이 단단한 흙 마당에 울타리를 둘러 박았다. 듬직한 아내 메이블은 마당까지 자기 집 마루처럼 깨끗하게 쓸었다.메이블의 감시하에 근처 10미터 안으로는 뱀 한마리 얼씬하지 못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남편을 마중 나온 메이블에게 점핑은 카야의 훈제 생선이 든 양동이를 건네주었다. ..................“ 맙소사. 우리가 뭐라도 좀 해줘야겠어요. ......”

 

정원을 갈고 하루의 절반을 요리하며 보내고 백인들의 빨래와 수선을 도밑아 하면서도 메이블의 손은 보드라웠다. 카야는 벨벳 장갑 같은 손에 잡힌 손가락을 빼진 않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점핑의 자연사 자다가 죽음 = p.445

자의로 선택한 떠남이 아님.(= 거부가 아님)

 

p.446

정말이지 그이가 친딸처럼 사랑했는데.” 메이블이 말했다.

알아요.” 카야가 말했다. “그분이 제 아버지셨어요.“

 

127~129 카야가 점핑의 집을 찾아가다.

 

점핑은 집으로 가는 길에 너덜너덜한 멜빵바지 차림의 소년들에게 깜둥이라고 불리며 능욕을 당하고 돌 세례를 받지만 저항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이고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쯤 되면 백인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가득 차 있을 법도 한데 점핑은 백인 소녀 카야를 따듯한 연민으로 드러나지 않게 보살펴준다. 너덜너덜한 멜빵바지 차림으로 보아 백인 계급에서도 하층에 속하는 소년들은 아버지뻘 되는 점핑을 단지 유색인이라는 이유로 모욕하고 린치를 가하는 것은 1960년대 미국의 상황일 것이다. 미국 문학 작품 속에는 유색 인종의 따뜻한 인간미와 그를 통해 구원받는 백인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도 이 부분을 지나치지 지 않았고 소설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다고 보인다.

 

2) 테이트와 아버지 스퍼커

; 시에 관한 대화

 

테이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비극적 죽음 이전에, 아버지 스퍼커는 부인에게 시를 읽어주고 재미난 구절에서 서로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시와 함께 사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다.

 

p. 65 ~67

‘ ...시의 존재 의미는 말이야, 사람한테 뭔가 느끼게 만드는 거지.’

 

방에 들어가 수업 시간에 읽을 시를 살펴보던 테이트는 토머스 모어의 시 한 편을 발견한다.

 

.....그녀는 암울한 늪의 호수로 갔네

그곳에서 밤새도록 반딧불이 등불을 벗 삼아

하얀 카누를 저었지

 

머지않아 나는 그녀의 반딧불이 등불을 볼 테고

그녀의 노 젓는 소리를 들을 테고

우리 삶은 길고 충만하리라

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

 

그 단어들이 조디의 동생 카야를 떠올리게 했다. 광활한 습지에서 너무 작고 외로워 보였다. 테이트는 자기 여동생이 습지에서 길을 잃었다는 상상을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시는 무언가 느끼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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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 (p. 449)

 

심장이 멎은 카야를 품에 안고 테이트가 읽는 시의 한 구절이기도 하다.‘

 

3) 카야의 죽음과 그녀의 생을 정리하다.

 

모래처럼 하얗게 머리카락이 센 카야는 66세에 채집 여행을 떠났다가 배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 직전에 작가는 카야의 생을 한 페이지로 정리한다.

 

p.448

테이트와 카야는 가족을 원했지만 끝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실망감으로 두 사람은 더욱 더 단단하게 똘똘 뭉쳤고, 절대로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은 떨어져 있지 않았다.

석양이 하늘에 줄무늬를 그릴 때면 카야는 가끔 혼자 바닷가로 걸어가 파도가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에 젖었다.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모래를 만지다 구름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었다. 유대를 만끽하며. 엄마와 메이블이 말한 그런 유대가 아니었다. 카야는 가까운 친구들 패거리나 조디가 묘사한 연대감을 누려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만의 가족도 없었다. 고립된 세월로 행동이 변해 이제는 보통 사람들과 달라졌다는 걸 알았지만, 혼자 지낸 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역시 삶의 근본적인 핵심이 기능한 탓이리라.

테이트의 헌신으로 카야도 결국 인간의 사랑이 습지 생물들의 엽기적인 짝짓기 경쟁보다 훌륭하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지만, 삶은 또한 태고의 생존본능이 복잡하게 꼬인 인간의 유전자 어딘가에 여전히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로 남아 있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카야는 조수간만처럼 확실한 이런 자연적 과정의 일환으로 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만큼 이 지구라는 별과 그 속의 생명체들과 끈끈하게 유착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흙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대지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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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수 (2)

  • 강성자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3-03-28 22:57:06

  • 김기수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조개껍데기들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비밀을 잘 지켜주는 법이다.'... 는 표현을 눈치채기 바란다. '바다는 늘 습지보다 크게 분노한다.'... 우리가 읽은 소설의 키워드가 겹치면서 공감.공감.공감! ~~ 다시 책을 펼쳐보게 된 시간이었다. 습지 소녀, 깃털 소년, yonder girl...

    2023-03-24 10:5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