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향 보길도 방문을 앞두고 태풍 소식에 걱정이 많았어요. 올 여름 정말 무더워 가을 쯤에나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첫째, 둘째 언니가 일정을 맞춰 2박 3일로 다녀오자는 계획을 전해왔어요. 갑작스러운 결정에 마음이 급해진 저는 7일 아침 일찍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안과검사와 치과진료, 그리고 장기요양보험 연장을 위한 의사소견서를 받는 일까지 부지런히 진행했답니다. 시원한 코엑스몰에서 보기에도 아까운 비주얼의 대만 딤섬도 아버지와 함께 먹었지요

 

 7일 저녁, 강릉에 사는 둘째언니가 학교 일정을 바쁘게 마치고 집에 와서 자고, 함께 8일 계룡 큰언니 집으로 향했어요. 9시 경 계룡역에서 뭉친 우리는 보길도로 가기 위한 최단거리, 해남 땅끝마을로 고고! 해남에서 배로 2시간 이면 보길도에 닿는데, 태풍 때문에 내일부터 배가 끊길 것이라는 안내에 받고 당황하기를 잠깐, 그야말로 배에서 내리자마자 할머니 산소와 윤선도 유적지만 쏜살같이 둘러본 뒤 보길도 도착 2시간 만에 다시 마지막 배로 보길도를 탈출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라디오에선 태풍의 진로와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계속해서 보도했고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완도를 지나 바로 목포로 향했습니다. 목포는 아버지가 중고등학교를 다니신 곳이기도 하고 둘째 언니가 태어나기도 해서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돌아보았고, 대상포진으로 입원해 계시는 사촌 작은아버지 문병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엔 사촌언니가 운영하는 장어전문식당에서 오랜만에 거하게 보양식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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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모처럼 만난 사촌언니와 늦은 밤까지 수다 삼매경에 빠졌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구이로 다음 날 아침까지 든든히 먹은 뒤 목포 해상케이블카에 탑승했습니다. 이 날 오후 제주도에 태풍이 상륙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행여 기차가 끊길까 마음이 급해진 아버지는 계룡 큰 언니 집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끊으라 명령하셨습니다

 

 아버지와 영등포 역에 도착했을 때 서울에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태풍이 서울로 상륙하기 직전 고대 하던 고향 여행을 마친 아버지는 안도의 숨을 쉬시며 만족해 하셨습니다. 비록 23일 계획이 12일로 변경되긴 했지만, 숙제로 갖고 있던 아버지 고향 방문을 그래도 완수한 것에 우리 가족 모두는 뿌듯함을 느꼈답니다. 좋은 여행 시간 갖게 해 주신 영등포50플러스센터와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