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교직 생활을 시원섭섭하게 떠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날 만난 선배님이 학교 다닐 때는 국··수가 최고지만 인생을 즐기는 데는 음··체가 제일이라는 말씀이 귀에 닿았습니다.

늦게 나의 삶(?)을 살아 보겠다고 이것저것 탐색하다가 위치와 시설, 강사진까지 좋은 영등포50+센터와 인연이 되어 악기와 캘리그라피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중 20189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캘리그라피는 경조사 참석 시 명부에 이름 석자 잘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여람선생님의 지도로 여러 번의 전시회와 커뮤니티를 하면서 정말 즐겁고 신기하게 나의 잠재력을 발견한 듯 생활하며 저 역시도 주위 사람들에게 악기와 캘리를 적극 추천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2023년 올해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3급 자격증을 받게 되었고 지역사회기관과 연계하여 사회참여활동까지 나가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자녀 돌봄이 힘들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을 보면서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초등학교 수업 끝나고 돌봄이 필요한 시설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끌렸습니다. 신청을 해놓고는 우리 손녀 한명 보기도 힘든데 처음 경험하는 초등학생 10여명을 가르킨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센터 담당 두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위안을 받으며 77 우리동네키움센터 영등포 6호점으로 3명의 선생님이 첫 수업을 하러 갔습니다. 1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은 여러 초등학교에서 모였고 다음 스케줄로 일찍 가야 하는 학생, 늦게 오는 학생이 있어 다소 어수선 하기도 하지만 키움센터의 담당선생님은 개개인 학생의 스케줄까지도 챙겨주고 있었습니다. 첫 날은 붓펜의 사용법과 도일리 페이퍼에 글귀 쓰기를 하였는데 재밌게 하는 학생들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둘째 날은 2명의 선생님이 부채에 캘리 쓰기 수업을 하였습니다. 학생들도 반갑게 인사하였고 부채 수업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올 여름 시원하게 지내라고 서로 부채를 부쳐 주었습니다. 처음의 걱정과 달리 10년전으로 돌아간 착각으로 잠시 웃기도 하며 이제 다음 수업은 어떤 주제로 학생들과 만나야 할지 벌써 설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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