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세이] 마스크에 대한 좌충우돌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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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을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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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져 옷은 점점 얇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벗지 못합니다. 땀이 나고 불편하지만 도리가 없습니다. 햇살이 벌써 따가운 오전에 잠시 걷다가 마트에 갔습니다.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 섰는데 누군가 뭐라고 말을 합니다. 계산하시는 분이 말한 줄 알고 “네?”라고 반응했더니 기계가 한 말이랍니다. “마스크를 쓰니 들리는 것도 불편하네요.”라는 말에 “이젠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죠.”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러게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이제 마스크를 벗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걸요.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반이 가려집니다. 햇살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거기에 모자까지 쓰면 이슬람 여성들이 차도르를 두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가장 엄격한 형태인 부르카나 니캅 정도라고 봐도 될 정도죠.

 

전신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니캅 차림의 무슬림 여성들. 하지만 드러난 손에는 헤나를 하고 스트랩 힐을 신고 있다(바라나시).

 

무슬림들은 종교적 이유로 이런 차림을 하지만 사막의 모랫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차단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죠.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를 씁니다. 불편함 속에서 문득 무슬림 여성들 생각이 났습니다. 그들은 무함마드의 가르침대로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가리지만 그 금욕의 복장을 벗으면 전혀 다른 의상이 드러난다고 하더군요. 가끔 이슬람 문화권을 여행할 때 쇼윈도에 세상 화려한 색채의 드레스들이 걸린 이유입니다. 그들의 내면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거죠. 다만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욕구와 현실을 잘 절충해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슬람 도시의 한 시장 쇼윈도에 화려한 드레스가 걸려 있다. 이슬람 여성들은 집에서는 자유롭게 입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히잡은 패션이 되기도 합니다. 케냐 난민 출신인 모델 할리마 아덴은 런웨이에서도 히잡을 벗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를 모델로 기용한 의류업체가 출시한 데님 소재 히잡은 2주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죠.

 

니캅 차림의 소녀. 머리에 두른 스카프로 한껏 멋을 냈다.

 

마스크도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그렇게 맞춰가며 살아가게 될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많이 변화할 것입니다. 저는 몇 년 만에 재봉틀을 꺼냈습니다. 실은 오랫동안 안 쓰던 재봉틀을 꺼내기까지 계기가 필요했어요. 벌써 몇 년째 안 썼으니 실을 꿰는 것부터 낯설어졌으니까요. 코로나19 확산을 피해 50플러스가 준비한 1학기 강의가 모두 폐강된 후 캠퍼스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종종 마련했습니다. 그 가운데 지난 5월 중부캠퍼스에서 ‘손바느질로 면 마스크 만들기’라는 친환경 면 재단 패턴과 마스크 끈, 필터와 만드는 방법까지 마스크 만들기 DIY세트를 보내주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선착순으로 마감된다고 해서 저도 기다렸다가 서둘러 신청했습니다.

 

 

 중부캠퍼스에서 준비한 ‘손바느질로 면 마스크 만들기’ 덕분에 바늘과 실을 손에 쥐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는 한 가지 사실은 ‘인간이 지구에게 바이러스’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인류의 생산과 활동이 멈추자 지구가 되살아난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가면 지구는 다시 병이 들 것이고, 더 깊이 병이 들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 아닐까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오염을 막는 것, 조금이라도 덜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바느질을 시작해볼 수 있는 이벤트라니 너무도 반가운 마음이었죠. 패키지가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실과 바늘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마스크를 만들어봤습니다.

 

바느질은 ‘혼자 놀기’에도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면으로 만들어 요즘 쓰고 다니는 마스크. 필터를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마스크 만들기는 꽤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손바느질은 50플러스 세대에게 꽤 좋은 벗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느질은 건성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데 시선을 준 상태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 제대로 보고 제대로 바늘을 옮겨야 합니다. 자칫 손을 찌르기도 하죠. 느리지만 느린대로 가야 하는 길. 그럴 때면 바느질은 침묵의 죽비가 되기도 하더군요. 시간이 조근조근 다가와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한 땀의 바느질에 하나의 위로가 찾아듭니다. ‘토닥토닥, 천천히 가자. 두려워하지 말고 이렇게 한 땀 한 땀 시시포스처럼 오늘도 내일도 걸어가 보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고 소수 혹은 혼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간을 잘 보내야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빨아서 쓸 수 있는 친환경 면마스크를 만들며 혼자서 잘 놀아보고자 합니다. 어딘가에 잠들어있는 반짇고리, 한 번 찾아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