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오고야 마는 내일 

얼마 전부터 ‘근육이 연금’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일까, 친구들이 생일이면 작년 체력과 변함없음을 증명하려는 듯 산을 찾는다. 앞선 생일자들이 아차산, 안산, 남한산성 등을 찾아들었다. 이번엔 북한산의 비경이라 필자가 꼽은 ‘숨은벽’을 이들과 함께했다.

 

밀어내도 기어이 오고야 마는 내일을 오늘로 안아 들었다. 거칠어지는 호흡을 부여잡고 걷는 동안, 세월이 흘러 머리카락이 세어 반백이 되었어도 던지는 농에 실없이 웃기도 하고, 잘 못 던진 한마디에 뭉텅이 욕을 얻어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녀석의 흥얼거림은 다 함께 40여 년 전으로 돌아가게 한다. 여전한 건강에 다들 고맙다.

 

건강하게 살려면 근육도 중요하고 정신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잘 먹으면서 뇌(머리)는 사용해야 하고, 육체는 텐션을 가해야 늘어지지 않는다. 그래야 가려는 산을 건강하게 계속 그리고 다 함께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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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바다를 헤집고 나온 가야 할 숨은벽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짬짜면을 시키는 사람은 오늘만 사는 사람

토요일이 반공일(半空日)이던 때가 있다. 반공(反共)을 외치는 날이 아니다. 말뜻대로 오전만 근무하는 신나는 날이었다. 반공일 다음에는 더 신나던 격주 토요 휴무제다. 둘 다 모르는 세대가 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날 점심은 묻지 않고 중식당으로 간다. 자장면 또는 짬뽕이다. 물론 고민스러울 때도 있다. 둘 다 먹고 싶은 그런 날도 있다. 요즘처럼 반반 치킨, 짬짜면은 없었다. 참고로 짬짜면이 대중화된 것은 정황상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진 1997년~1998년경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둘 다는 배불러 다 먹을 수 없으니 하나 선택하고 남은 녀석은 다음을 기약한다. 내일이 있고, 다음 주가 있기 때문이다.

 

짬짜면은 자장면 한 젓가락 먹고, 이어서 짬뽕 한 젓가락 먹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자장면 다 먹은 뒤 짬뽕을 먹거나, 짬뽕 다 먹은 뒤 짜장면을 먹는다. 둘을 교차해 먹기엔 어우러지는 맛이 아니기 때문이겠다. 그러면 짬짜면을 주문할 게 아니라 오늘은 자장면 또는 짬뽕, 다음엔 짬뽕 또는 짜장면을 주문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한 내일이라 짬짜면을 먹어야 한다면 최후의 음식으로 짬짜면을 선택하기엔 다시 먹고 싶은 손꼽힐 많은 음식이 억울해하지 않겠나. 우리에겐 아직도 내일이 있다. 기어이 오고야 마는 내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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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객이 되어 숨은벽을 바라보는 친구들 뒷모습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마음 나이, 역할 나이로 살기

각설하고 장강에서는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고 (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

세상사에는 새 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한다 (浮事新人換舊人/부사신인환구인)는 말이 있다.

人(인) 대신 日(일)을 사용하면 浮事新日換舊日로 기어이 오는 새날이다. 어찌할 수 없다. 매년 기어이 오고야 마는 내일인 오늘을 어찌 살아야 할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있지만 억지스럽다 여겼다. 그런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세 이상을 세분하지 않고 퉁 쳐서 50+라 표현한 걸 기발하다 여겼다! 왜? 내가 해당되니까.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2011년에 발간했다. 3개월 만에 196쇄를 찍을 만큼 초베스트셀러다. 그 책에 저자가 고안한 인생시계 계산법이 있다. 일생을 하루 24시간으로 치환하면 지금 나이가 하루의 몇 시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해 놓았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50세 나이는 하루 중 15시라 했다.

 

10여 년이 더 흐른 2022년, 100세 수명을 이야기한다. 50세의 하루 24시간 환산 나이는 한낮 12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이 흘렀다. 하루 환산 나이는 오히려 50세를 낮 12시에 데려다 놓았다. 더 활기찬 시간에 있다는 이야기다. 오전 근무시간보다 오후 근무시간이 더 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놀 수만 있을까.

 

어르신? 실버?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 노년? 이도 저도 인정할 수 없는 낯선 단어들이 날아든다. 어느 설문조사에 사람들은 55세를 중년의 시작으로, 노년은 62세부터라 생각한단다. 이를 근거로 아직은 중년이라 우기기엔 앞에 남은 시간이 많이 길다.

 

‘마음 나이’로, 작은 일이라도 찾아 행할 수 있는 ‘역할 나이’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물론 함무니 하부지 역은 당연! 해넘이 노을에 물든 숨은벽이 무척 멋있었다. 이렇게 시간에 물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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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물든 인수봉과 숨은벽. 아름다운 시간을 닮고 싶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kis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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