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또 그들은 달랐다!"

서부캠퍼스 50+활동가 김수동 선생님의 <완주-현장탐방> 제2편

 

 

서울시50+ 서부캠퍼스의 활동가 그룹(공유사무실, 컨설턴트, 모더레이터) 23명은

지난 3.31~4.1, 1박 2일 일정으로 현장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대한민국 농촌 활력의 수도, 로컬푸드와 귀농귀촌 1번지로 불리는 전북 완주!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 없이 정체되어 가던 농촌이 사람과 공동체에 주목을 하면서 

특유의 촌스러움은 사업 아이템이 되었고, 소득이 없던 어르신들은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마을은 살아났고, 있는 그대로 예술이 되었습니다.

주민, 행정, 전문가가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 낸 성공이었습니다.

그 곳의 지역상생 협력모델과 커뮤니티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고 왔습니다.

50+와 지속가능성, 그 고민을 이어 가고자 합니다.

 

 

후기 START~~~~~!!

 

 

 

완주. 나 역시 잘 몰랐던 곳-

 

그저 전주 옆 어디쯤, 또는 대둔산이 있는 곳, 정도의 기억 밖에 없었던 곳이었다. 그랬던 완주가 사회적경제,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로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해 가보지 못했던 완주를 이번에 드디어 다녀왔다. 작년에는 농촌탐방에 참여하여 구례, 곡성을

다녀왔고, 올해는 완주다.

 

 

완주는 무엇이 달랐나?

 

오랜 시간 동안 그저 ‘시골‘이면 족했던 서울에서 꽤 떨어진 지방, 지역의 개념이 요즘에는 무척 복잡하고 다양화되고 있다.

산업화와 함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마치 블랙홀처럼 국가의 모든 돈과 사람을 빨아들였다. 그럴수록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대부분의 지역은 인구의 유출과 함께 생기를 잃고 황폐해 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지방자치에 우리는 지역의 자치와

재생을 기대했으나 우리의 기대와 달리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폐교를 개조해서 설립한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사례공유 특강 중인 강평석 완주군 농업농촌식품과장

 

모든 지자체와 단체장들은 그저 중앙의 예산을 많이 따와 지역의 토건사업을 일으키고 대기업의 생산 및 유통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주민들 또한 그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또한 착각이었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토건사업은 주민들의 보편적인

삶을 개선하기 보다는 이해관계의 충돌로 지역갈등의 불씨가 되기 일쑤이고, 대기업 자본의 생산 및 유통시설의 유치는 지역에 저임금

일자리를 일부 늘이는 효과는 있지만 지역의 경제가 지역 내에서 순환하기 보다는 더욱 중앙으로 빨아올리는 통로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문제의식과 함께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념이 등장하였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중앙의 사업과 시설, 자금을 유치하는데 주력하는

의존적이고 소극적인 사업이 아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의 역사, 환경적 특성, 자원을 고려하여 지역에 필요한 지역에서 잘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여 자원이 중앙으로 빨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과 사람이 지역으로 새로이 흘러 들어와 지역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념은 훌륭하지만 그 실행은 지난한 일이다. 지금껏 많은 공무원들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해외 선진지 커뮤니티 비즈니스 현장탐방을

다녀왔고, 지금도 여전히 많이 가고 있지만, 단편적인 성공사례를 제외하고 완주처럼 자생력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래서 완주는 무엇이 달랐기에 가능했는가가 궁금했고,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자리 잡은 완주는 다른 지역과 무엇이 다른가가 궁금했다.

이번에 그 현장을 직접 가보게 되어 이번 탐방 일정이 기다려졌던 것이다. 완주는 무엇이 달랐나?

바로 "중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확실한 ‘경쟁력’이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식당, 숙박, 유통, 문화시설 탐방

 

지역 농축산물을 가지고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농가레스토랑

 

우리는 이번에 완주지역 내 여러 곳의 식당과 숙박, 유통, 문화시설을 탐방하였다. 농가레스토랑인 새참수레, 비비정, 완주로컬푸드

농가레스토랑, 세 곳 모두 맛과 청결, 서비스, 거기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어느 하나 도시의 고급 식당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이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지역의 농축산물을 가지고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우리가 하룻밤을 머문 안덕마을 또한 마을기업으로 황토펜션과 찜질방, 청소년수련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계곡을 끼고 편안하게 자리 잡은 안덕마을은 후에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시골이니 그러려니 하고 불편을 감수하게

하는 곳이 아니다. 황토방과 한옥, 캠핑카와 같은 다양한 숙박시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잘 관리되고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는 시설물, 다소 어설프지만 친근함이 살아있는 주민 직원의 서비스.

그 어느 하나 흔한 호텔과 관광지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완주 방문 첫날에는 삼례문화예술촌, 둘째 날에는 술테마박물관을 들렸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요즘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하고 우스꽝스러운 지역의 문화체험시설들에 식상했기 때문에 “뭐 특별한 게 있겠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내 기대를 기분 좋게 뛰어 넘었다. 충분히 특별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농민들이 땀 흘려 지은 쌀을 일본으로 빼가기 위해 만들어진 곡물창고 였던 수탈의 현장을 없애지 않고 기억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예술과 디자인의 창조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삼례문화예술촌. 이곳에는 다섯 개의 창고를 테마별로 리모델링하여

전시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선생님으로 일 하시다 정년퇴직 후 봉사활동으로 현장에서 일 하시는 해설사 아저씨의 유머와 사심(?) 가득한 해설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다음 날 들른 술테마박물관은 우선 완주의 한가하고 외진 지역에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그 규모에 압도당했다.

관장님께서 손수 우리를 맞아 주셨고, 그 어마어마한 전시물과 흥미로운 술 이야기는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완주는 더 이상 수도권의 변방이 아니다

 

이와 같이 완주는 더 이상 수도권의 변방이 아니다. 스스로 중심이 되어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중앙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우리는 강평석 과장님의 강의를 통해 그 경쟁력과 활력이 무엇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시민사회로부터 배우고 함께했던 완주군의 관계자들, 한 해에 한 마을에 100번 이상 찾아가며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들의 헌신, 

그저 한두 건의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순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함께 연구하고 노력했던 지역의 주민, 시민사회,

전문가그룹들. 그들의 1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완주인 것이다.

 

이제 타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완주로 탐방을 온다. 그러나 완주의 사례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오늘 완주의 결과가 아니라, 오늘의 완주가 가능했던 그 과정을 주목하고, 그것을 자신의 지역에 맞게 하나씩 하나씩 실험하고

변화시켜 가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그 수많은 탐방과 벤치마킹은 그저 색다른 여행으로 소모될 뿐이다.

 

이번 탐방이 특별한 것은 50+서부캠퍼스의 코워킹스페이스 입주단체, 컨설턴트, 모더레이터, 그리고 캠퍼스 직원들이 함께 한 것이다.

50+ 당사자들이 일상을 떠나 마치 대학 때 MT를 간 것 같은 즐거움과 함께, 캠퍼스 안에서 오가며 마주치긴 했지만 제대로 대화할 기회도

부족해서 여전히 어색했던 여러 당사자들이 서로의 활동을 이해하고 개인적으로도 한결 친근해진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탐방을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할까?

 

나는 다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생각한다. 과연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단순히 로컬 비즈니스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오늘 완주의 결과가 아닌 오늘의 완주가 가능했던 그 과정을 주목한다. 우리 50+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어떻게 하면 50+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번 탐방이 또 나에게 남겨준 질문이다. 우리 함께 풀어보시지 않으렵니까?  

 

 

 

마지막으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쪼개 이번 탐방일정을 잡아 주신 남경아 관장님과 완주군청,

프로그램 기획과 현지답사 등 실무를 꼼꼼하게 챙겨 주신 주가혜 PM님, 코워킹스페이스를 대표해서 회비 걷고, 장보고, 결산보고까지

깔끔하게 해주신 김가영 대표님(돌봄사회적협동조합(가)), 멋진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주신 이장복 대표님(서대문구 사진 아카이브),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재치 있는 사회로 어색함을 날려주신 조기훈 대표님(꿈꾸는세상 생애설계제작소), 늦은 시간에 홀로 내려 오셔서

지난 밤 유쾌한 웃음과 이야기 후에 남겨진 엄청난 설거지를 콧노래 부르며 해치워 주신 유대기 회장님(활기찬인생2막)....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글=김수동, 사진=이장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