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50+세대를 위해 

서부캠퍼스가 마련한 연속특강 <50+의 시간 - '나'와 '그들'사이>

 

 

봄기운이 완연해진 3월, 서울시50+서부캠퍼스에서는 <50+의 시간-나와 그들 사이> 특강이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가족·관계) 나와 그들 사이‘를 주제로 정혜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명수(심리기획자) 두 분을 모시고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계신 두 분에게 관계의 회복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강이 열린 두루두루 강당에는 원래 있던 책상들은 뒤로 빠지고 촘촘히 의자가 세팅되었습니다. 

강의실처럼 무언가를 전하고 가르치는 시간이 아닌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느끼는 시간이길 바란다는 두 분의

바람대로, 특강 내내 두 분은 주거니 받거니 편안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씨와 심리기획자 이명수 부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난이나 사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분들을

찾아가 상담하고 치유하는 일들을 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거처를 안산으로 옮겨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그분들과 삶 속에서 공감하며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라도 남의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일은 심리적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고 할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서로의 관계가

어떤 일도 감당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가능한 걸까요? 

 

"1년 365일, 24시간을 늘 함께 다니고 언제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일이 가장 좋고 즐거워요.
업무에 대해서나 심지어 자녀에 관한 얘기도 30분 이상 집중했다 싶으면 멈추고,
어떤 일에도 서로를 얽매거나 얽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두 분은 동지로서, 연인으로서 서로의 관계의 본질을 지키는 것을 항상 우선으로 했기에 서로를 보호하면서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동참하는 일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부간의, 부모자식간의, 또는 이웃이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점점 서로를 기능적 관계로만 바라보고,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가 마치 아이를 낳거나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혹은 부모에게

잘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인 것처럼 서로를 인식하게 되면 정작 그들 관계의 본질인 사랑은 희미해지게 되는 것이죠.

 

"한 인간 대 인간으로 살아있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에너지원, 근간이 아닐까싶다" 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삶에서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부부간의 또는 자녀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살아있는 관계로 대하는 것이며 사회적

기준이나 내가 중시하는 가치로 얽매지 않는 것입니다. 즉, 자신들의 기준과 신념을 타인, 그리고 자녀들에게 고집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 나와 그들과의 진정한 관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자신이 가진 신념으로 타인을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혜신 강사는 특별히 노인세대가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소외나 두려움도 관계의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도한 보호나 존중, 아니면 경멸의 양극단만이 존재하는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노인을 한 사람의 개별적 존재로서 바라보고 관계를 맺으며, 그들을 이해함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행복해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지표는 어떤 것이었는지 아시나요? 

 

바로 "관계"입니다. 이 말은 즉슨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 그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라는 개인에 대해 물어봐 주는 사람, 또 내가 그 사람 개인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개인에 대한 질문이란 현실에 대한 질문(주말에 뭐해?와 같은 질문)이 아닌 주제없이 하는 질문,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생각나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는 팁도 알려 주었는데요. 부부도, 부모도, 자식도 개인 대 개인으로 물어봐주지 않으면 함께 있어도

어렵고 불편한 관계가 될 것입니다.

 

 부부이든, 자녀든 개인 대 개인으로서 서로에게 관심이 갖고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관계, 즉 가치 없는 관계가 되버리는 것이지요.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주변에 그것을 함께 나눌 ‘관계’를 가진 사람이 없다면 행복하지 못한 삶이 아닐까요? 

 

 

정혜신·이명수 강사는 나이들수록 관계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하고,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자기성찰은 아주 거창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계에 있어서 잠시 주춤, 멈칫하는 것, 내 주변을 돌아 보는 것,

끝없이 '나'에 대해 또 '그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바로 일상 속에서 '성찰'을 실천하는 방법인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어떤 관계 속에서 살고 계신가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은 내 주변에 사람들을 둘러보고 그들에게 ‘개인적인 질문’ 하나씩 해보는게 어떨까요?

나는 그런 관계를 가졌는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차의과학대학원 실습생 김서일·송유빈, 사진=트루팍프로덕션

 

 

다음 <50+의 시간(4월 25일)>에는 영화평론가 유지나 씨의 '예술'과 '놀이' 사이 특강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