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엮다

인생사진책워크숍

 

 

휴대 전화기를 주로 이용하는 오늘날에는 사진을 찍은 후 인화하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파일 상태로 저장하거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리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도 쉬워졌고 보관하기도 편해졌다. 하지만 과거 필름 카메라를 이용하던 시절의 사진은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찍은 사진들은 필름을 현상하여 인화한 후 나름의 방식으로 차곡차곡 챙겨, 언제라도 펴 볼 수 있게 사진첩 속에 고이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사진첩의 두께가 세월의 무게를 따라 두꺼워지면 새로운 사진첩을 다시 꾸미기 시작하며 추억을 간직하였다.

 

 거기에는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오래 된 사진, 돌아가신 부모님의 약혼 사진처럼 세피아 톤으로 빛이 바랜 흑백 사진, 여행지에서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며 부지런히 찍어대던 수많은 사진, 그리고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자라는 모습을 켜켜이 정리해 놓은 사진들이 있다.

 

사진첩을 만들 때는 ‘이 사진들을 보며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정리하지만, 몇 차례의 어수선한 이사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 채 살다 보면 추억들은 기억 저 편으로 꽁꽁 숨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심지어, 나중에는 사진첩을 어디에 두었는지조차도 잘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진들을 주제에 맞게 선별하고 정리한 후, 이야기를 작성함으로써 책의 뼈대를 만들어 나간다.

 

서북50+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인생사진워크숍’ 강좌는 이제 막 시간의 여유를 되찾아 자신의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볼 마음이 생긴 50+세대들을 위한 강좌다. 강좌의 내용은, 여러 권의 사진첩 속에 꽁꽁 숨겨놓았던 자신의 인생 추억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정은 간단하다. 강좌의 참여자들은 먼저 갖고 있는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는 사진들을 선별해 온다. 그 다음으로 담당 강사의 도움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내고 그 내용을 자신이 직접 정리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즉 사진과 자신이 쓴 글을 적절히 편집하여 최종적으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낸다. 그 과정 전체를 <기억발전소>라는 관련 기업이 도와준다.

 

일반적인 강의형 수업과는 진행 방식이 좀 다르다. 대부분의 강좌는 참여자들은 책상에서, 강사는 강단에서 진행하지만 이 수업은 철저하게 1:1로 진행된다. 참여자가 준비해온 사진과 원고는 강사와의 토론을 통해 그 순서가 정해지고 내용이 적절히 정리된다. 그리고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가 완성되면 비로소 활자화 되고 한두 차례의 교정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한 권의 책으로 거듭난다.

 

 

참여자 중 한 분인 이건호 씨는 은퇴한 개신교 목회자로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새롭게 펼쳐보겠다는 생각으로 총 5권 시리즈를 구상하여 사진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라고 한다. 참여자들의 이와 같은 열망을 뒷받침해주는 젊은 박소진 강사는 “참여자들이 무척이나 열심히 참여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보니 자신의 미래를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의 소감을 밝힌다.

 

학기를 마칠 때 이들이 준비한 내용은 책으로 완성되며, 그것들은 일정 기간 전시를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책들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우리 인생의 지면 한 쪽에 곱게 새겨질 것이다.

 

 

 

글과 사진_김경일(50+홍보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