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성의 요리 전성기, 토요 브런치 

 

 

 

 

서북50+캠퍼스의 2016년 1학기 교육 과정 안내서를 받아들고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어디에 참여할까?, 무엇을 들어볼까’를 고민하였다.

관심 가는 것과 교육 시간이 중복되지 않도록 신청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에 진행되는 중년남성 요리교실 호식시절 ‘토요일에 사랑받는 브런치’ 과정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일찌감치 신청하였다.

 

이날까지 요리하기 위해서 주방 칼을 잡아 본 적이 없는 내가 용기를 내서 신청한 이유는 일반 요리 교실과는 다르게 중년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이라서 심적인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여건과 생각으로 오시는 분들일 것이라는 위안을 받으며 용기내서 신청을 했다.

 

수강신청 후 아내와 딸내미들이 아빠의 요리교실 수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하며 선뜻 실토하지 못할 정도로 요리와 나는 일치되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이 집안일 중에서도 부엌일이다. 청소나 매 주말 반복되는 아파트 분리수거 날의 쓰레기 비우는 일 정도는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만, 부엌일 특히 요리는 라면도 제대로 끓여 본 적이 없는 젬병이다. (라면 끓이는 것도 요리인가? 하하하)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하는 날.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요리*의 영 셰프를 만나니 더욱 기분이 신선하다.

소개해주는 분이 영 셰프들이 벌써 몇 시간 전부터 와서 준비 세팅을 하고, 긴장을 많이 하고 있으니 많은 격려로써 함께해 달라는 부탁을 하신다.

(종강 후기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어느 수강생은 영 셰프와 함께하는 수업이라서 혹시 중년들이 게으름 피고 설렁설렁하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도록 오히려 더 많이 조심하게 되고, 수업도 꼬박꼬박 미리 와서 준비하고 하셨다고 소감을 주신 것처럼 영 셰프와 중년의 조합은 또 다른 협업 효과를 얻어낸 것 같다.)

 

 

▲ 칼질부터 차근차근~ 열강 중인 영 셰프, 써머샘
 

 

함께하는 요리 수강생들도 사뭇 진지한 수업 분위기에서 칼을 잡는 방법과 채소를 다듬는 방법부터 배웁니다.

양파는 이렇게 다지는데 큐브 모양 썰기로 합니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오일을 두르고 다진 양파와 표고버섯을 볶습니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채소를 넣을 때 소리를 기억하세요~

양파가 투명한색으로 변하면 거의 볶아진 상태입니다.

소스를 만들 때 간도 보시고 냄새를 기억해 보세요.

 

 


▲ 열심히 실습하는 중!
 

 

1강 요리인 ‘수제 함박스테이크 & 웨지 감자’ 요리를 완성해 수강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식탁에 세팅해 놓으니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있나.

제법 근사한 브런치 메뉴가 완성되고, 내 입맛에는 만족스럽다.

첫 요리인데 가족에게 가져다 맛을 보이고 싶어서 남은 요리를 살짝 포일에 싸 가지고 식기 전에 맛을 보여줄 요량으로 잰걸음으로 귀가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서는 나를 반기는 식구들 모습이 사랑스럽다.

 

입이 짧아 까다로운 막내딸의 시식 평

‘아빠가 진짜 만든 거야?? 맛있네^^ 먹을 만해’

마지막 시식 평은... ‘집에서도 해 줄 거야?’

 

흡족한 평가에 내심 만족하며 다음 수업을 또 기다린다.

이렇게 요리하는 토요일이 되면 아내는 앞치마를 챙겨주며 기대와 응원의 멘트도 한다.

 

 

           

▲ 멋진 한 상 차림

 

 

4강의 짧은 과정이 마치고, 특별 요리 경연으로 브런치요리반과 한식요리반의 요리 파티를 했다.

한식반 수강생들의 감자옹심이, 두부김치, 호박전을 비롯하여 푸짐한 한 상과 브런치 반에서 햄버그스테이크와 야채 볶음으로 곁들이니 푸짐한 뷔페가 차려졌다.

수업마다 이렇게 선생님과 수강생이 함께 식사하는 수업이 있을까?

짧은 과정이었고 또 오늘처럼 처음 만나는 수강생들과도 함께 요리 만들기,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서 좋다.

 

중년 남성의 요리 교실은 요리를 배워서 인생 후반 내 직업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재미로 즐기며 가족들에게 변화되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었기에 좋았다. 

그러다 익힌 칼질로 내 요리를 가족들에게 맛보일 기회가 오면 더 행복할 것이다. 지금까지 감춰져만 있던 나의 또 다른 재능이 발견될 수도 있겠다.

 

 

▲ 한식 대 브런치 요리 경연 솜씨

 

 

그동안 아내에게만 부담 주었던 주방 일들을 내가 좀 더 도울 수 있는 용기가 생겨서 좋고, 아빠의 요리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서 별다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서 좋다.

이런 중년 요리과정이 더 많아지면 나 같은 중년들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2학기 과정의 요리 메뉴는 무엇일까?’ 기대되며, 함께하였던 수강생들을 또 만나고, 새로운 이들을 만나는 관계가 더 넓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덤인 것 같다.

 

 

50+의 시간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신노년 세대와 미래사회’ 특강에서 하셨던 마무리 멘트가 생각난다.

“중년 남성들이여 주방을 점령하라”

 

 

▲ 요리교실 1기 수료, 파이팅!

 

 

*오가니제이션요리; 청소년, 이주여성, 장애인들의 ‘요리를 통한 성장과 자립’을 위해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안전한 로컬푸드 먹거리로 요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사람을 키우고, 

세상에 이로운 문화를 만드는 요리, 사람, 문화가 있는 공동체 회사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국립생태원원장

 

 

 

글_중년남성 요리교실 호식시절(브런치) 과정 수강생 김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