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목) 서부캠퍼스에서 진행하는 ‘공유경제와 50+일자리’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는 광진구 건대입구에 위치한 ‘열린 옷장’ 탐방이 있었다. 

커리큘럼 절반이 현장탐방으로 이루어진 이 강좌는 그동안 공유경제의 개념과 비즈니스 사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은평공유센터’와 ‘코자자’ 현장 탐방을 진행했다. 

‘열린 옷장’은 정장을 공유하는 비영리단체로 면접에 정장이 필요한 취업 준비생과 특성화고 청소년, 재활노숙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옷과 소품들을 대여해준다. 

지금까지 약 9만여 명이 이용했고, 기증이나 대여와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인생도 공유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럼 열린 옷장을 한 번 둘러보자. 일반 정장 대여점 대비 1/5 가격으로 정장과 구두, 가방 등 풀 세트로 빌릴 경우 최대 3만 원. 대여기간은 3박 4일이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먼저 홈페이지(https://theopencloset.net/)에 들어가 예약은 필수. 본인 확인 후 치수 측정을 한다.  옷이 준비되면 모니터에 이름이 뜨고, 

 

탈의실에서 옷을 입어본다. 맘에 든 옷을 결정하고 결제하면 끝. 처음엔 취준생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나이 드신 중년층의 이용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 한다.

 

 

 

간혹 옷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는 있지만 ‘열린옷장’ 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기증자와 대여자가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하고 싶은 얘기나 응원하는 맘을 함께 담은 카드, 혹은 대여 후기를 쓴 카드를 공유한다. 옷을 잘 입는다고 면접에 붙는 것은 아니지만 응원과 더불어 자신감과 결부된 이야기들이

많다. 초기 이용자들은 대부분 비용 절감을 위해 공유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의외의 혜택은‘인간애’를 느끼게 되는 것. 이야기 때문에 힘을 얻고 씩씩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열린 옷장'이 다른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낮은 이유는 바로 자원봉사자들 때문이다. 6년 동안 무료 세탁을 맡아서 해주시고 계신 세탁소 사장님, 깔끔한 이미지에 맞는 시그니처

향수를 기부한 조향사, 취업원서에 필요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우리가 아는 '바라봄사진관'도 포함^^), 관리 프로그램 개발자, 심지어 공간을 기증해 주신 분까지…… 

현재는 주말에 일하는 4명을 포함, 18명의 일꾼들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열린 옷장을 둘러본 수강생들과 한만일 이사장은 한 자리에 모여서 궁금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1년에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 스쿨 이라는 곳에서 만난 세 명이 시작했는데요, 웨딩드레스나 한복만큼 가격에 비해 쓰임의 정도가 낮은 ‘정장’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 “잘 될 거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웃음) 제가 당시에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직장 나와서 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죠.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초반에는 일단 옷이 별로 없었어요. 사이즈 별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3년 정도는 고생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덮지 않고 꾸준히 했던 게

망하지 않은 지름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TV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 열린 옷장이 소개되었는데 개그맨 김준현씨가 실제로 ‘열린 옷장’에서 옷을 대여해 연말 시상식에

입고 나가셨어요. 그 뒤로 고맙다고 본인의 빅 사이즈 정장을 기부하시기도 했습니다. 

 

 

 

요즘 이용자는 많이 늘었나요?
요즘은 늘 예약이 꽉 찹니다. 누적 이용객이 9만 명 정도 되고요, 외국인들도 이용을 많이 하고 있고요. 일단 스토리가 있어서 옷에 대한 신뢰도가 있으니 좀 차별화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품질 자체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어요. 아무리 스토리가 있어도 일단 품질 확보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정장을 기부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홈페이지에 오셔서 신청하시면 박스키트를 집으로 보내드려요. 기부 물품이 많으면 옷장 정리 전문 컨설턴트를 보내드립니다.  이때 사연을 기록하는 분과 함께 출장을 나갑니다.

인생 정리를 할 시간이 되기도 해요. 기억 기증이라고도 봅니다. 단체 기증도 받는데 법무법인 같은 곳에서는 정장이 한 번에 백 여벌씩 들어오기도 하고, 타이를 매지 않는 기업

문화운동하면서 카드사에서 넥타이가 몇 백 벌씩 들어오고, 모 전자회사에서는 스타일러를 여러 대 협찬해 주시기도 하셨어요.

 

 

 

끝으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하며, <현장탐방>을 마무리했다. 
공유경제와 관련된 일을 하려면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글·사진=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