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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으로 떠난 공감 여행

 

 

무더운 여름 기운이 어느덧 수그러들어 서늘한 아침 공기에 열어둔 창문을 하나 둘 닫게 된다. 에어컨 바람 아래 머물던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생각하는 계절 가을. 여행의 첫 단추는 목적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다.

 

친구들과 여행하는 것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들뜨고 마음 설레는 일이지만, 막상 어디로 떠날지, 이동 수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숙박은 어디가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이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도 누군가가 나서 서 궁리를 해야만 기대에 부푼 친구들의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번거롭기도 행복하기도 한 고민을 떠안게 된다.

 

 

기차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여름 끝자락 강한 햇살이 아직 남은 9월 초, 춘천으로 향하는 ‘ITX 청춘열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친구들이 출발지에 모이는 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 거리순이다. 이 아이러니가 깨지는 일은 거의 없다. 한 친구는 학교 바로 앞에 살았는데 하도 지각을 많이 하니 선생님께서 학교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하여 모두 공감하며 웃었다.

 

중년 여성들이 모이면 항상 이야기꽃 웃음꽃이 활짝 핀다. 주변의 시선을 끌지나 않을지 주위를 경계하며 서로 눈치를 보내고 조심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우리들만의 착각일 수 있다. 몇 번의 주목을 받았을지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여념이 없는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단체여행과 자유여행의 그 중간 어디쯤

 

단체여행과 자유여행, 두 가지 여행방식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단체여행은 짜여진 일정이 있어 여행지 선정이나 교통편 연결 등이 손쉬운 반면 개인적으로 즐길 자유시간이 부족하므로 여행이 주는 해방감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 개인여행은 자유로운 여행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대신 모든 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번 친구들과의 여행은 국내 당일 단체여행의 스케줄을 마친 후 현지에 남아 친구들과 1박을 하며 여행지에 더 머무르다 다음 날 돌아오는 단체여행과 자유여행의 두 가지 장점을 결합하는 방법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만족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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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역으로 향하는 ITX 청춘열차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기차역에서 만난 단체 여행객들은 경춘선 ITX를 타고 춘천역에 도착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였는데, 호반의 도시 춘천의 느낌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일정이었다. 상쾌한 호숫가 아침 공기로 몸을 깨우며 호수를 가로질러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여행이 주는 느긋한 여유로움이 좋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편하게 즐기는 방법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춘천시를 감싼 의암호에서 오르내리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로 왕복 40분이 소요된다. 호반의 멋진 경관과 우뚝 솟은 바위산을 함께 볼 수 있는 케이블카로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내 도착하게 되어 국내 최장이라는 타이틀이 실감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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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이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케이블카에서 내려 산으로 이어지는 나무데크길을 걸어 올라가면 확 트인 경관의 공간 감각을 배가시키는 삼악산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산과 산 사이에 떠올라 있는 듯 끝없는 하늘 풍경과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지상의 풍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비현실적인 시각적 공간적 체험을 느껴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며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고, 보라색 피아노가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넓은 전망대가 있어 공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가볍게 산책을 하는 여행객이나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선호에 맞는 다양한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적절한 장비와 준비물을 챙겨 하이킹을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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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종점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의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점심은 춘천의 대표 음식인 닭갈비를 맛보았다. 일명 닭갈비 골목에는 많은 식당이 저마다 원조를 주장하며 최고의 맛을 뽐내듯이 간판을 내걸고 있어 선택하기 힘들었지만, 음식에 대한 감이 가장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친구의 으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역시 그녀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평화로운 자연 속 동물농장

 

오후 일정인 양떼목장으로 이동하였다. 뜨거운 햇볕 아래 걷는 것이 힘들어선지 멀리 호반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에 오른 친구는 둘 뿐이었고, 다른 친구들은 양떼 들과 더불어 방목되어 휴식을 취했다. 초록으로 뒤덮인 언덕에 방목된 하얀 양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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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 목장에는 방목되고 있는 동물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춘천의 자연풍경을 누리며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한 잔

 

어느 여행지든지 요즘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춘천에는 호반으로 둘러싸인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구봉산 중턱에 카페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그리스풍의 종탑 조형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 카페에 들렀다. 건물 앞 넓은 잔디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춘천 시내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카페가 모여있어 여행자를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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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전망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기차 당일 단체여행은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이동으로 춘천 곳곳을 방문할 수 있었지만 짜여진 일정으로 여행의 자유를 누리지 못해 아쉬울 것 같아 우리는 춘천에 하룻밤 더 머물기로 했다. 친구 몇몇은 일정이 있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호숫가 잔디 마당의 밤 풍경과 아침 산책

 

숙박지는 의암호에 바로 인접해 있는 문화공간 내의 숙박시설이다. 문화공간의 주된 건물들은 한국건축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수근님의 작품이다. ‘강원도 어린이회관등으로 쓰이던 몇 개의 공공건축물을 어느 공기업이 인수하여 리모델링을 해 호숫가 아름다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킨 곳이다. 건물 앞으로 의암호 풍경이 펼쳐져 있어 기분 좋은 휴식과 더불어 다음날 아침 상쾌한 호숫가 산책을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넓은 야외 공연장까지 갖춘 문화공간에서는 디스코 음악과 댄스에 관련된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마침 우리 젊은 시절 한창 유행했던 음악들이 흐르고 있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듯 우리를 들뜨게 했다. 카페 마당 가운데 설치된 다채로운 조명의 분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떠나온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장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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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전망 잔디마당에 설치된 분수, 밤에는 오색 조명이 화려하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친구들과의 수다는 언제나 젊은 시절 추억을 소환한다. 오랜 우정이 공유하고 있는 시간들을 떠올리며 숙소의 밤은 깊어만 가고, 하나 둘 잠이 들면 비로소 고요한 밤의 시간을 맞는다.

 

다음날 호반의 호젓함을 충분하게 누린 후, 택시 기사님의 추천을 받아 백년가게로 선정된 막국수 집으로 향했다. 역시 보장된 맛을 확인할 수 있다. 우연히 들른 식당이라도 백년가게인증액자가 걸려있는 걸 발견하면 먹기도 전부터 마음이 놓인다. ‘미슐랭못지 않은 백년가게인증의 권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의 하나 맛을 찾는다면 꼭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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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맑은 공기 속 잔디마당,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배 풍경이 평화롭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다시 오리라는 다짐은 아쉬움을 남기는 마음

 

친구들은 이번 여행 일정이 너무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다음에 꼭 한번 더 오자고 하지만, 매번 하는 이 약속이 지켜진 적은 없다. 우리나라에 아직 가보지 못한 멋진 곳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자는 의견과 의지는 충만한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른다면 전문여행사의 단체 여행을 활용하고 현지에서 숙박을 추가하여 여유롭게 즐기는 방법을 추천한다. 여행의 편리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화려하게 한반도를 물들일 단풍으로 가득한 풍경을 즐길 채비를 하자. 올 가을에는 내 인생의 여정에 오래도록 함께 한 친구들과 공감 여행을 계획해 보자.

오랜 세월을 함께한 만큼 공감의 범위도 넓고 깊다. 여기에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나누다 보면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공감, 그 여정은 계속된다.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silk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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